좀비정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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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정치에 관심이 있었지만 몇 년전부터 정치에 대한 관심이 확 줄었다. 

촛불혁명을 거쳐서 자칭 진보정권이 들어선 후 정말 많은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정권이 진보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내 삶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서 보는 사회의 모습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양극화가 심해지고, 부의 편중도 심해지고, 기득권은 더 부유해지고,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말하던 사람들의 진짜 실상을 보면서 많은 실망감을 느꼈다. 

진보정치인들의 삶도 사는 곳도 생활수준도 서민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서민이 아니라 부자였고, 그들에게 진보는 그냥 직업이었을 뿐이었다. 

그래도 한국에 살고 있기에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무조건반사적인 반응인 것 같다.

연일 TV 뉴스에서 대통령 선거 운동을 보도하고 있기에 볼 수 밖에 없고, 또한 여러 이슈에 흥미가 가는 건 사실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이제는 혼동스럽다.

도대체 후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정권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러다가 강준만 교수의 신간 서적을 읽게 되었다.

아마도 내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읽었다. 


일단 좀비란 무엇인가?

좀비 : 서아프리카 지역의 부두교에서 뱀처럼 생긴 신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게 됨

좀비정치 : 표창원 소장이 말하길 우리편은 선, 상대방은 악으로 규정하고, 다름은 틀림으로 인식, 사실 관계 확인이나 맥락, 입장 등은 무시한 채 상대방 혹은 의견이 다른 이를 무조건 공격하고 물어뜯는 정치라고 한다.

이 책은 표창원 소장의 좀비정치 개념을 따르고 제목으로 붙였다.

또한 표창원 소장은 극단적, 일방적으로 자기편에 유리한 선동을 하며 금전적 이익을 챙기는 언론이나 유튜버를 정치군수업자라고 칭했는데, 강준만 교수는 이에 대해서는 매우 적합한 표현이라고 했다. 

한국 정치권에서 좀비란 그런 것이고, 지금은 좀비정치가 만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여러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재명, 윤석열, 이준석, 김종인, 문재인, 유시민, 정청래, 김원웅, 박노자, 조은산, 진중건, 김동연, 김훈, 윤희숙, 박용진, 허경영, 김의겸, 권경애, 김수현 등이 등장한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몰랐던 대한민국의 정치와 정책 실상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막연히 생각하고 의심했던 내용들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문재인 정권의 실체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책에서 다루어진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후기를 남겨본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글을 보았다.

이재명 후보는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고, 깡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한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보여준 재난지원금 입장 변경 등을 언급하면서 변신의 귀재이고, 돈 뿌리는 공약을 쏟아내는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가난 마케팅... 출신이 비천하지만 성공한 인생을 정치에 그렇게 활용했다.

가난을 스펙으로 활용한느 것은 취약 계층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개천에서 난 용이었던 역대 대통령들이 어땠는가?

그들의 대부분은 개천을 배신했고, 지방 소멸만 가속화했다고 말한다. 

강준만 교수는 가난 마케팅이 아니라 빈곤층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각자도생의 관성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자도생의 관성에 균열을... 

지금 한국사회에는 이것이 진정 필요한 것 같다.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산재를 볼 때도, 코로나19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볼 때도, 중소기업에 다니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자주 드는 생각이다.

이 책을 조금만 읽어도 마음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답답해지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다. 

강준만 교수가 말하는 사이다발언은 시원함을 주지만, 또 그 속에 담겨진 정치의 실체를 보게 되면 답답함이 생겨난다. 

"한국은 여전히 전쟁 같은 삶을 사는 사회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지옥의 전 세계적인 성공은 자랑스럽게 생각할 일인 동시에 부끄럽게 생각할 일이다. 드라마가 탁월한 예술적 감각으로 사회 현실을 포착하고 고발한 문화적 역량은 자랑이지만, 그 사회 현실이 우리가 이룬 경제적 성공의 결과라는 점은 수치이다.(p.62)"

겉으로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후진국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사회가 느껴지는 문장이다.

책에서는 인물에 대해서 다소 강하게 평가하고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지 못한 내용들을 볼 때면 매우 놀랍기도 하고, 저런 해석이 있다는 것에 새삼 다시 그 인물을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흥미로운 내용들이 페이지마다 계속 나온다. 

윤석열 후보를 말하면서 법조계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장단점이 등장한다.

사법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오직 공부를 향해 진격해온 법조인들에게는 '좁게 집중적으로 보기'라는 성향이 있을 가능성과 위험이 있으며, 단호함과 성실함을 탑재한 법조인들이 무언가에 대해 확고한 기준을 갖는다는 것이 어쩌면 어떤 비극으로도 이어질 있다고 17년차 정명원 검사가 말한 내용을 인용해서 실었다.

이 책은 강준만 교수의 의견뿐만 아니라 다른 저자의 책, 언론기사, 정치인의 발언 등이 언급되어 있다.

아마도 엄선해서 언급한 문헌들이니 강준만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비슷할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홍기빈 정치경제학자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주4일제와 정규직 중심주의'라는 칼럼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그 칼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52시간 노동도, 최저임금도, 작업장 안전도 일률적으로 감시와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작업장이 허다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주4일제에 대한 혜택이 이러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제대로 갈 리가 없다. 불안정 노동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에게는 완전히 무의미하고 오히려 삶의 불편과 상대적 박탈감만 늘어날 것이다. 결국 은행, 관공서, 대기업, 대학교, 학교 등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돌아가는 혜택이 극히 불균등하거나 전혀 없거나 오히려 벼락거지가 되는 허탈함만 나타날 것이다.(p.88)"

우리나라 현실을 제대로 본 학자의 매우 정확한 해석이다.

강준만 교수는 진보진영이 말하는 주4일제 제안이 우리나라 현실을 도외시한 선진국 따라하기 정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칼럼이라고 말한다. 꼭 읽어보라고 했다.

"이대로 좋은가? 좋지 않다! 더 낮은 곳을 바로보아야 한다. 진짜 도덕이 필요한 곳은 바로 이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말하는 챕터의 제목은 '문재인의 오만과 비극'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는 매우 통렬하게 비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얼굴에 드리워져 있는 그늘... 책임 회피혁 성격... 굳은 침묵... 같은 편에게는 한없이 선한 의도로 대하고... 반대편에게는 무관심...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선악 이분법... 노무현정권 검찰 개혁의 실패의 가장 큰 책임자... 두 개로 쪼개진 나라... 침묵 또 침묵... 대단한 고집... 두루뭉술 화법... 녹음기가 필요한 사람... 매우 꼼꼼한 성격에 강한 책임감... 주변의 반대가 많으면 쉽게 자기 뜻을 꺾는 스타일... 무섭다... 무서운 동시에 우습다... 청와대정부를 만들어 공무원의 복종 의무 강조... 통계 조작... 권력에 춤추는 통계... 윗선 말을 잘 듣지 않은 황수경 통계청장의 경질... 내로남불... 선거만 다가오면 큰 절을 해가면서 과잉 반성...

문재인 정권에 대한 내용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인용한 것도 있고 강준만 교수가 말하는 내용도 함께 기술되어 있다. 

나로서는 이렇게 적나라한 내용에 놀라고 놀랄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그런 사람이었나?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배경과 해석이 있음이 놀랍다. 

최근에 있었던 박근혜 사면에 한명숙 전 총리를 끼워 넣기 위한 타이밍이라는 해석이 있고, 이명박 사면이 없었던 이유는 문재인 최측근 김경수 전 지사 사면을 끼워 넣기 위해 남겨둔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고 한다. 

정치는 보이는대로 해석하면 안된다는 것이 느껴진다.

정치공학적인 술수가 다 담겨져 있나보다.

정치와 정치인을 비판하고 지금의 실상을 알려주는 내용이 많지만, 어떤 인물에 대해서는 칭찬하는 내용도 있다. 

박용진 의원의 모습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정치인이라고 칭찬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이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반응을 가져올지 이미 예측하고 움직인다. 자극적인 뉴스를 찾는 언론에 자극적인 소재를 제공하는 정치인이 상호 의존적으로 정치 혐오를 양산하는 모양새이다. 각 정당의 지도부 회의는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짜증을 증폭시키는 역할만 할 뿐이다. 당장 시급한 과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거나 미래를 준비할 계획을 이야기하지 않고 오늘 하루 뉴스거리로 소비될 혐오와 조롱, 자극의 잔치만 벌어진다. 장기 투자를 통해서 사업을 키우고 부를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단타 매매에만 집중하다 본전까지 까먹는 손해 막심의 정치가 굳어져버렸다.(p.233, 박용진의원의 말)"

권경애 변호사를 긍정적인 평가로 언급했다.

진실과 정의가 우선이다... 압박과 회유에 흔들리지 않았다... 소금 역할을 하는 사람...

"2019년 겨울, 나는 이 정권을 포기했다. 힘겨웠던 건 변절자라는 돌팔매질이 아니었다. 살아온 삶의 모든 정당성과 기반이 부정하당하고 허물어지는 기분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p.262, 권경애 변호사의 말)"

정치도 정책도 임명도 선거도 통계도 모두 그들만의 전략이 있었고, 내가 알지못한 세계가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했다. 

학자이면서 교수이신 강준만 교수가 여러 자료들을 모으고 또한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여 집필한 책이니 이 책에서 말하는 글들에는 상당한 진정성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니 많이 놀라게 되었고 마음이 씁쓸해지기까지 한다.

촛불혁명의 결과가 과연 이런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촛불혁명이 좀비정치로 이어졌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하다는 생각이다. 

책 마지막에는 언급되거나 인용된 책, 언론기사에 대한 상세한 출처가 표시되어 있다.

이 책의 내용이 강준만 교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 마지막에 강준만 교수가 전하는 메세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책 뒷 표지에 있는 글이 메세지인 것 같다.

"한국의 정치는 소통을 거부하면서 상대방을 물어뜯으려고 하는 좀비정치다. 좀비는 머리가 텅텅 비어 생각 자체를 못하고 움직이기만 하는 존재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을 물어뜯어 자신처럼 만들려는 본능을 발휘할 때는 전혀 무기력하지 않다. 놀라울 정도로 공격적이고 날렵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상대편을 무조건 악마로 규정한다. 이런 극단의 네거티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순수성이라는 도덕적 면허를 앞세워 정치적 반대파에게 법과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호전적인 공격을 보인다. 이들은 정치적 신념을 종교화한 사람들이기에 정치에 적극 참여한다. 이들에게는 증거가 필수다. 반대편에 대한 증오 없이는 신도들을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편가르기는 이권 쟁탈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편 가르기에는 진영 논리가 따라 붙는다. 이런 강성 지지층의 저주는 정치를 반정치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럼에도 어쩌면 이 모든 게 승자 독식의 정치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언을 향해서 나아가는 마지막 길목을 장식하는 거대 이벤트일 수도 있다.(강준만)"

문재인 정권과 20대 대통령 선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정치에 관심이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그리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떻게 해야 좀비정치를 벗어나는지를 잘 알려주는 책이다.

※ 좀비정치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인물과사상사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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