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예서의시 18
박천순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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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서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무난한 삶을 살고 있다.

회사 다니는 것은 새해에도 여전히 그저 그렇고, 새해 목표는 나름 욕심을 갖고 야심차게 세워 보았고, 마음적으로 좀 더 여유롭게 평화롭게 살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운전할 때는 차 안에서 KBS클래식FM만을 듣는다.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새해 들어서 시집 한 권을 읽어보고 싶었다.

실용서적과 자기계발서적, 학습서만 읽다보니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 한 구절이 읽고 잠시 감성적인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주말에 산행을 자주 해서 산에서 나무들을 많이 보았었지만, 나무에 손바닥을 대볼 생각은 해본 적은 없다.

박천순 시인은 나무에 손바닥을 대보고 싶은 마음이 왜 들었고, 어떤 마음으로 나무에 손을 대보았을까?


먼저 이 시집의 제목인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를 읽어보았다.

나무에 손바닥을 대고서 시인은 나무가 말하는 것을 듣고서 나무의 심경을 표현한 것 같다.

나무는 혼자가 아니다

푸름과 높이와 새소리와 함께 있다

아무것도 슬프지 않다, 별일이 아니다

하늘은 무한히 높고 가볍고 다채롭다

숲이 둥근 공처럼 부풀어 오르다 바람에 구른다

나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세상을 살면서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인 것 같다.

살아보면 슬프게 느끼는 일들도 결국은 별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무처럼 태연하게 평화롭게 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나무는 키가 커진다.

숲을 벗어난 적 없지만 자유의 꿈을 놓은 적이 없다

흔드는 바람, 날마다 의식을 깨운다

반짝이는 생각들이 우듬지마다 매달려 있다

새처럼 날아간다

나무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계속 성장을 한다.

하늘을 향해서 올라가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볼 것이고, 그것이 나무가 누리는 자유가 아닐까?

나무를 둘러싼 바람과 새도 나무에게는 성장을 위한 배경일 뿐이다.

나는 흔드는 바람에 의식을 깨운다고 말하니 시인은 바람도 나무의 소중한 동반자로 해석했다.

여름은 맘껏 부풀기에 좋은 때

나무가 손바닥을 활짝 펴고 정오를 밀어 올린다

해가 뜨거운 숨을 토한다

늦은 오후 비가 쏟아지면 숲 끝에서 걸어오는 안개

더 없이 섬세한 촉감

가장 작은 나무라도 다정을 알고 혼자를 안다

풀잎이 속삭임을 멈추면

나무들을 서로 기대 잠이 든다

평소에 산행을 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보았던 나무들이 이 시를 읽고나니 인간처럼 생각하는 생물로 느껴진다.

그냥 숲 속에서 말 없이 서있는 나무들이 말을 하는 것 같다.

나무를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보았기에 느낄 수 있는 감성들이다.

나무에게 깊은 생명감을 주는 시선이다.

시를 읽으면서 시 속의 감정을 느끼려고 해석을 해보았다.

오랜만에 시를 읽어보니 실용서적이나 학습서를 읽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감성이 느껴진다.

이 시집의 프롤로그 글은 '하루는 가늘다'라는 한 편의 시이다.

나는 걸어간다

그대는 나를 모르는 척 한다

우리의 만남은 몽상의 문턱에 걸린 무지개, 거울 속 눈동자에 물을 뿌린다

흩어진 글자들이 새털처럼 날아다닌다. (중략)

질문도 대답도 없는 하루가 저물어간다

몸은 여전히 읽을 수 없는 우주, 위태하게 건너가는 허리, 적막이 몸을 감싼다

혁명도 가슴도 없다 (중략)

여위어만 가는 하루 하루

몰입, 하자 하자 하자

사람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하루 하루를 표현한 시이다.

시인의 눈은 역시 일반인과는 다른 것 같다.

같은 세상을 보고, 같은 하루를 살지만 시인이 보는 세상과 시인이 보내는 하루는 다른 것 같다.

이 시집에 나온 시들은 상당히 글자 수가 많다.

짧게 압축되어 있기 보다는 길게 대화하듯 말해준다.

이 시집은 총 5부로 나누어져있다.

바다, 꽃, 여행, 인생, 계절, 음식, 일상을 노래하는 시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호수에 내리는 비를 짧게 표현한 시 '호수를 깨우는 비'가 있다.

수억 개 물의 씨앗

떨어지는 곳마다 동심원 메아리

부드럽게 부푼다

호수의 둥근 배

연잎은 윤기를 더하고

꽃잎은 명상에 빠진다

비의 연주

마아갈 얼굴들

반짝 눈 뜬다

내리는 비를 물의 씨앗으로 표현하고,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흔적을 동심원 메아리로 표현한 것은 매우 시적이다.

가끔은 이렇게 시를 읽으면서 잊었던 감성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시인의 눈을 잠시 시집을 통해 빌려서 세상과 인생을 조금은 시적으로 보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요즘 내가 클래식음악을 즐겨듣고, 어제는 서양미술사 책에서 어떤 그림을 찾고, 이번에는 시집을 읽으니 아이가 나에게 많이 고상해졌다고 했다.

살다보니 이렇게 고상한 시간이 생겼다.

새해를 이렇게 고상한 문화생활로 열으니 기분은 좋다.

박천순 시인의 다른 시들도 천천히 읽어보면서 시인의 눈과 마음을 잠시 빌려서 세상을 더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봐야겠다.

※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예서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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