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한잔할까요?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클래식 명곡
이현모 지음 / 다울림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내가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데, 클래식 음악을 다룬 신간이 또 나왔다. 

클래식 음악 비전문가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편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클래식 음악에 가볍게 접하도록 도와주고, 클래식 음악과 클래식 음악가에 대한 흥미를 자극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가사없이 악기의 연주가 전부인 클래식 음악에 감춰진 이야기를 보여주는 점에서 의미와 재미가 있다. 

고상하고 품격있어 보이는 클래식 음악을 만든 음악가들의 실제 삶의 모습들을 리얼하게 보는 재미도 있다. 

'제목은 클래식 한 잔 할까요' 인데 제목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술이나 차 한 잔 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모두 12곡의 클래식 음악이 다루어지고 있고, 10여명의 클래식 음악가들의 삶이 나와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1번,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그리그 페르 귄트 모음곡 1번 · 2번,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브람스 교향곡 3번을 이 책에서 소개해주고 있다.

베토벤의 작품이 모두 4개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저자께서 베토벤에 대한 감정이 특별한 것 같다. 

클래식 거장들과 그 거장들의 대표작과 친하게 해주는 책이다. 

클래식 초보자인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작품은 이 책에 많지 않았기에 나에게는 클래식 음악을 배우는 학습서의 의미를 주었고, 클래식 명곡을 소개해주는 책으로서의 의미도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당 음악을 유튜브로 들으면서 읽기도 했고, 아직 들어보지 않은 음악들은 한 곡 한 곡 들으며 이 책에서 알려준 그 작품의 탄생 배경과 음악적 의미를 느낄 생각이다. 

음악가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화려하고 품격있는 연주를 보면서 그 음악가의 삶은 보통의 인간과는 많이 특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음악은 화려하였지만 음악가의 삶이 꼭 화려한 것만은 아니었다. 

클래식 음악가들의 삶에도 고통이 있었고, 고난이 있었고, 견디기 힘든 슬픔이 있었다.

차이콥스키는 든든한 후원자였던 폰 메크 부인과의 절교, 여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가까운 두 친구의 죽음이 한번에 몰아치면서 무척 우울하고 마음은 황폐해진 상황에서 교향곡 6번 비창을 만들었다.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6번 비창을 초연한 다음날 출판용 악보에 '마음이 몹시 상하고 슬프다'라는 뜻을 지닌 '비창'이란 표제를 붙였다고 한다. 

"나 자신은 이 교향곡이 지금까지 쓴 작품 중 최고이고 가장 진실한 작품이라고 믿는다. 이 교향곡의 정수는 삶이다. 내가 낳은 그 어떤 작품보다 좋아한다.(p.20, 차이콥스키)"

책에서는 작품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하게 음악적 의미를 설명해준다. 

작품의 개요를 설명해주고, 1악장부터 시작해서 각 악장별로 그 음악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한 악장을 도입부 - 제시부 - 발전부 - 재현부 - 종결부 또는 1부, 2부 중간부, 3부 재현부, 종결부 등으로 구분해서 그 작품이 어떤 의미로 음악적으로 전개되는지를 스토리로 말해준다.

또한, 악기 구성과 연주 전개를 설명해주어서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작품을 들으면서 이 책에 나온 설명을 읽는다면 그 작품이 갖는 의미와 작곡자가 주려는 메세지를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각 곡 소개 마지막에는 전곡 연주시간이 나와있는데,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의 전곡 연주시간은 약 45분이고,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전곡의 연주시간은 약 55분으로 대부분 1시간 정도의 연주 시간이 소요된다. 

한 곡을 다 들으려면 거의 한 시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짧지 않은 시간이다.

가볍고 편하게 클래식 음악에 접근하는 것을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그 음악의 각 악장별 의미와 스토리를 전해주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깊이가 있는 책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며 각 악장의 의미를 귀와 눈으로 느낀다면 이것이야말로 클래식 한 잔 하는 그런 모습이 되리라 생각한다. 

화려해보이는 음악들이지만 음악가들의 삶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말러는 유대인으로 태어나서 차별을 극심하게 느끼기도 했으며, 열두 명의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는데 형제들이 질병으로 사망하다보니 정상적으로 살다 간 형제는 겨우 세 명이라고 한다. 

말러의 음악 세계를 잡탕 음악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말러는 모든 음악기법을 써서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교향곡이라는 생각으로 음악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이런 작곡 스타일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말러는 보고 느낀 세상을 과장된 어법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안톤 브루크너의 신비한 울림과 프란츠 리스트가 새로 개척한 표제음악을 융합하여 개성 넘치는 음악 이야기로 표현했고, 베토벤이 역동적으로 사용했던 동기음, 슈베르트가 낭만적으로 선율을 노래한 방식, 베를리오즈가 이야기 형식으로 보여준 표제적 스토리 구성의 교향곡, 슈만의 환상적인 낭만성, 차이콥스키가 비창에서 선보인 쓸쓸한 결말 등을 종합했다.(p.49)'

베를리오즈라는 음악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베를리오즈는 표제 교향곡의 창시자이고, 20세기 관현악의 선구자였고,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생상스, 말러, 드뷔시, 라벨,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베를리오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음악가들의 삶에는 가난, 슬픔, 질병, 인종차별 등이 있었는데 읽을수록 참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위대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이 참 대단해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익숙한 작품은 역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운명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몇몇 나라뿐이라고 한다. 

독일이나 유럽에서는 C단조 교향곡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무한한 정신과 유한한 육체를 가진 우리 인간은 운명적으로 슬픔과 환희를 겪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고통을 뚫고 환희에 도달한 사람만이 훌륭한 사람으로 칭송받을 것입니다.(p.131, 베토벤이 마리 에르되디 백작 부인에게 쓴 편지 중에서)"

작품에 연관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음악을 들을 때 이런 이야기를 연상하면서 음악을 듣는 재미가 있다.

"타협에 앞서 진실의 철저를, 욕구에 앞서 노력의 의무를"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요한 입센의 묘비에 쓰여진 글이다.

입센은 인간 내면의 어둠과 부조리한 사회상, 남성우월주의를 '페르 퀸트'와 '인형의 집' 작품을 통해서 폭로했다.

그리고,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는 입센의 페르 퀸트를 음악극 페리 퀸트로 탄생시켰다고 한다. 

무소륵스키는 하르트만 미술가의 작품들을 토대로 상상 속의 전람회에 모두 10개의 그림을 전시하고 그림마다 곡을 붙여서 피아노 독주곡 '전람회의 그림'을 발표했다.

전람회의 그림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음악의 미술사로 불리는 모리스 라벨이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여 화려하게 불활시킨 다음이었다고 한다. 

사회 부조리 고발이 음악으로 바뀌고, 미술 작품에 대한 감정이 음악으로 바뀌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예술이 탄생하는데는 다양한 배경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견문과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멘델스존, 브람스,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한다.

4대 바이올린 협주곡 한 곡 한 곡을 들어보고 어떤 곡이 내 마음에 가장 드는지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음악가들의 삶에는 여인들이 있었다. 

클래식 음악가들의 삶에도 당연히 이성과의 러브라인이 있었다. 

차이콥스키에게는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폰 매크 부인이 있었다. 

폰 매크 부인은 철도산업으로 많은 재산을 모은 부호의 미망인으로 차이콥스키에게 경제적 후원을 해주었고, 수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정신적 교감을 나누었다고 한다. 

차이콥스키는 폰 매크 부인에게 연인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폰 매크 부인으로부터 절교 편지를 받게 되었고, 차이콥스키는 죽을 때까지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고 한다. 

말러는 부지휘자로 있을 때 소프라노 가수 요한나 리히터를 사랑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 좋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고통 속에 결렬되었다. 

베를리오즈는 세 살 연상인 해리엇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무엇이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관심을 전혀 얻지 못한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고 한다.

짝사랑과 일방적 무시의 결과물이 환상교향곡이라고 한다. 

입센은 수잔나 토레젠을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여성 해방 운동가였던 수잔나 토레젠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베토벤은 수많은 여성에게 번번이 차였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요세피네에게 구애를 했는데, 요세피네는 어머니의 강요에 스물여덟 살이나 많은 다임 백작과 결혼하고서 스물 네 살이의 나이에 아이 넷의 엄마가 된 상태로 남편과 사별하게 된다. 

요세피네가 다시 베토벤 앞에 나타나고 베토벤은 다시 요세피네를 사랑하게 된다.

베토벤은 요세피네에게 매달렸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에는 완성되지 못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요세피네와 다시 사랑을 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고, 이 곡에는 뜨거운 사랑의 감정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의 감정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브람스를 떠올리면 슈만의 부인 클라라 슈만이 당연히 떠오른다. 

그런데 브람스에게는 클라라 슈만 말고도 다른 여인이 있었다.

쉰 살이 된 브람스는 알토 가수였던 헤르미네 슈피스를 스물네 살의 나이 차이를 잊어버린채 사랑하게 되었지만, 그 사랑은 완성되지 않았다. 

브람스의 헤리미네에 대한 애정과 절망의 감정은 교향곡 3번에 담겨져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한 음악가들의 연애에 해핑엔딩이 별로 없다는 점도 의외였다.

역시 클래식 음악가들은 음악가답게 사랑의 감정과 절교의 비애를 음악에 담았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이 주는 깊이와 무게감은 가볍기 보다는 상당히 진중한 것 같다. 

음악가의 인생, 음악에 대한 스토리와 함께 음악적 해석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의마가 가볍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이 더 흥미롭고 매력적인 것 같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준 책이다.

이 책에 나온 12곡의 음악과 그리고 이 책으로 알게된 음악가들의 노래를 하나하나 들어보면서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더 빠져들어야겠다. 

※ 클래식 한잔할까요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아무카페 그리고 다울림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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