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상가 이건희
허문명 지음 / 동아일보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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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만든 이건희 회장에 대한 전기문같은 책이다. 

동아일보 기자를 한 허문영 작가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경제사상가로 칭하면서 그의 경영 방법을 논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의 산업사는 비포 이건희와 애프터 이건희로 나뉜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의 역사에서 이건희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막대하다는 것이다. 

나는 예전에 회사는 어디나 비슷비슷한 줄 알았다.

회사별로 차이는 당연히 좀 있겠지만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만큼 극심한 차이가 있는 줄은 몰랐다. 

대기업을 나와서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회사 간에는 천지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소기업 중에는 정말 이상한 회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회사다운 회사이고, 중소기업은 이상한 회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답게 일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으려면 대기업에서 일해야 한다.

가족기업 형태의 이상한 중소기업에서 비가족 직원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노예일뿐이다.

상식적인 일처리, 인간적인 대우, 정당한 급여, 법적인 보장, 급여 외 복지는 기대할 수가 없는 곳이 중소기업이다. 

기업을 세우고 성장시켜서 대기업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충분한 급여와 복지를 지급하는 대기업 오너는 분명 대단한 사람이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엇갈리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고, 특히 지금의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을 만든 경영 방식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평가가 어떻든간에 좋은 점을 보고 배워서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건희 회장에게 배울 좋은 점은 충분히 있고, 이 책에서는 그 점을 충분히 알려주고 있다. 


삼성은 이제 일류기업이 되었고, 위대한 기업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에 취업하는 것을 희망하고,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 면접에서 불합격한 것은 너무너무 안타까운 과거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금의 삼성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건희 회장은 1987년에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그때의 삼성은 지금처럼 대단한 일류기업이 아니었다. 

과거의 삼성은 조직은 비효율적이었고, 불량은 많았고, 기술력은 부족했고, 제품 가치도 빈약했고, 경쟁력도 취약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회사를 바꾸어나갔고, 일대 혁신을 과감히 추진했다. 

그 내용이 이 책에 잘 담겨져 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칭찬 일색이지만,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내용을 기술했다고 생각한다. 

1. 변해야 살아남는다

2. 파격적인 상상, 현실이 되다

3. 업이란 무엇인가

4. 기술 경영으로 미래를 준비하다

5. 미술과 기술이 만나다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해서 이건희 회장의 업적을 기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을 찬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찬양하는 칭찬이 결코 아니고 근거와 결과가 있는 칭찬이다.

지금의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이 그것을 말해준다. 

첫번째 주제문은 '비효율이 비도덕이다'이다.

이 주제문이 참 마음에 든다.

분명 비효율은 기업에게 비도덕이다. 

기업은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불량제품을 암세포에 비유했다.

1995년에 있었던 애니콜 신제품 화형식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절대 아니다. 

신제품을 그렇게 과감히 버릴 수 있는 것은 보통의 사장은 절대 할 수 없다.

삼성은 애니콜 신제품 화형식 이후 품질 수준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킨 목적은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내가 내 재산 늘리려고 이렇게 밤잠 안 자고 떠드는 것 아니다. 재산 10배 늘어나봐야 나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갖고 있는 재산의 이자의 이자의 이자로도 몇 대는 살 수 있다. 나 자신이 부귀영화를 누리자는 것이 아니다. 명예 때문이다. 성취감 때문이다. 성취감은 여러분, 삼성그룹, 우리나라가 잘되게 하는 것이다. 내 개인 양심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고 싶다.(1993년 전자 관련 사장단 회의 발언 중)"

명예... 성취감... 양심... 그것이 기업 경영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이건희 회장의 특징 중에서 신기한 것은 연설을 할 때 원고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길 이건희 회장의 말은 오로지 자신의 경험과 외부의 정보를 긴 시간, 혼자의 사색과 성찰을 통해 깊이 체화한 사람만이 뱉을 수 있는,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언어의 향연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이건희 회장의 연설, 삼성의 혁신 과정, 삼성 임직원의 인터뷰, 학자 및 교수의 인터뷰가 많이 기술되어 있고, 삼성 내에서 발생했던 여러 일화도 나와 있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건희 회장의 역사이면서 삼성의 역사이다. 

이런 일화도 있다. 

이건희 부회장이 수원 컬러TV공장을 갑자기 방문을 해서 통근버스 도착 모습부터 공장 내부, 구내 식당, 화장실까지 샅샅이 둘러봤다고 한다. 

통근버스는 콩나무 시루 같이 사람이 가득한 채로 도착하고, 공장 곳곳에 부품과 박스가 쌓여져 있고, 화장실 변기는 막혀 있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화를 내면서 이런 환경에서 질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겠느냐면서 호되게 꾸짖었다고 한다. 

그 뒤 공장은 천지개벽이 무색할 정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근무환경에 투자할 줄 아는 기업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중소기업 사장 중에는 돈만 관심 있을 뿐 직원들의 근무환경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장사꾼 사장들이 많은데, 역시 일류기업을 만든 기업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쓰는 기업가인데, 기술과 품질, 제품, 사람에는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투자를 했을 것인가는 매우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지금의 삼성이 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생각하는 경영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독특한 정의이다. 

디테일에 신경쓰고, 미래를 예견하고, 사람들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인드로 경영을 하니 지금의 삼성이 된 것 같다. 

삼성에서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7·4제이다. 7시까지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하는 것이다.

이것도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의해서 생긴 제도라고 한다. 지금은 폐지되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 7·4제를 실시한 이유는 8시간만 일하자는 것이고, 윗사람 눈치 보기를 깨라는 권위주의 타파에 대한 주문이고, 자기계발에 힘쓰지 않으면 급변하는 시대에 뒤처진다는 인재 중심 경영에 대한 의지이고, 가정이 안정돼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가정 중시 경영 의지라고 한다. 

7·4제는 일과를 일찍 시작하여 퇴근 후 자유시간을 줌으로써 한 가지 분야에만 정통한 I 자형 인재가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폭넓게 알고 있는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갖춘 T 자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생각하면서 치밀한 경영을 펼쳤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디테일 경영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경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희 회장은 업을 생각할 때 세 가지를 염두하라고 했다.

1. 사업을 영위하는 기본 정신과 목적은 무엇인지

2.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핵심기술과 제품 특성 그리고 유통 구조상 특성은 무엇인지

3. 관련 법규와 제도, 기술 개발, 소비자의 의식 변화 등 외부 여건의 변화는 어떤지

책을 읽으면서 삼성이 그냥 지금의 삼성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삼성에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더 늘어난다. 

세상만사가 양면적이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듯이 삼성도 완벽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이건희 회장이 잘한 부분을 강조하였기에 그 칭찬의 정도가 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애플과 당당히 경쟁하고, 세계 일류 기업의 대열에 우뚝 선 삼성이라는 기업을 만든 이건희 회장의 업적에 대해서는 결코 찬반이 엇갈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삼성은 국내 최고 기업이 되었고, 세계 일류 기업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의혹과 부작용도 분명 있었지만, 삼성만 그런 의혹과 부작용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듭 말하지만 중소기업은 훨씬 더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회사들이 많다. 

요즘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하고 대기업 취업에 목숨을 거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어떤 사람들이 읽어야 할까?

사실 나와 같은 회사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냥 삼성에 대한 부러움만이 더 늘어날 뿐이다. 

삼성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사업가가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희 회장처럼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여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기업가가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이건희 회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 장악력도 대단했고, 인재 선발과 기용에 대한 투자도 대단했고, 추진력도 대단했고, 기술과 정보 습득력도 대단했고, 미래에 대한 예지력도 대단했고, 기업과 직원에 대한 애정도 대단했고, 사업가적 사명감과 책임감도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위대한 기업을 만들었기에 저자는 이건희 회장을 기업가가 아니라 경제사상가라고 칭하는 것 같다.

이건희 회장만의 특별한 경영 전략이 있었고, 이것은 경제사상가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삼성은 참 대단한 기업이고, 그 기업을 만든 이건희 회장도 진정 대단하다.

삼성에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다.

제발 내가 다니는 중소기업 회사 사장이 이 책을 읽어보고 경영에 대해서 깨우침을 얻고 사장다운 사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그 점이 참 안타깝고 씁쓸하다.

※ 경제사상가 이건희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동아일보사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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