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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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책이다.

요즘 분위기와 다르게 표지가 심플하다.

흰색 바탕에 두가지 컬러만을 적용한 표지에서 뭔가 과장 없는 진솔함이 느껴진다.

표지만 그런게 아니고 책 속 내용도 심플하다.

하지만, 심플함 속에 뭔가 깊은 의미를 보여준다.

"나도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데..."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해주는 글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여성이기에 아마도 여성들은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성인 나도 공감하는데 동성인 여성의 공감은 내 공감의 몇 배가 될 것 같다.

솔직하면서도 직설적인 글들의 모음집이다.

책 제목의 의미는 무슨 말인지 책을 읽은 후에도 잘 모르겠다.


어차피 사람들은 모두 다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있을텐데, 저자를 키운게 나쁜 마음이 8할이나 차지했을까?

내 생각에는 저자를 키운 것은 나쁜 마음이 아니라 속마음인 것 같다.

드러내지 않은 속마음이 저자를 키웠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사람이 싫다.

2.회사가 싫다.

3.네가 싫다.

4.내가 싫다.

챕터 제목이 요즘 내가 딱 하고 싶은 말이다.

사람도 싫고, 회사도 싫고, 나도 싫다.

내가 이 책을 손에 잡은 것은 저자가 쓴 소설이 영화화된 영화를 재밌게 보았기 때문이다.

정재영 배우와 박보영 배우가 출연한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가 이 책 저자가 쓴 소설이 영화화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시원한 사이다 느낌을 주었던 저자의 책이 다시 보고 싶었다.

첫글과 마지막글에 관심이 갔다.

왠지 저자가 첫글과 마지막글을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글과 마지막글을 필사해본다.

"누군가 부탁이나 제안을 해올 때 예전의 나는 꽤나 신중했다.

내가 못 들어주게 되면 어쩌지? 나만 믿었다 얘가 난처해지면 어쩌지?

그런데 요즘은 일단 예스다. 자세한 사정을 듣지 않고도 일단 예스를 한다.

상대들은 대체로 내 예스에 의지하지 않고 대안을 마련해두더라는 거.

처음부터 안된다고 못 박는 것보단 해보겠다고 하고 하는 척이라도 해주는 걸 더 선호하더라는 거.

그래도 난 양심이 있으니까 내 전력의 20%는 써본다. 전화 한 통이라던가, 카톡 몇 통이라던가.

(중략)

가벼운 부탁과 제안에는 가볍게 예스하고 가볍게 퉁 치는 기술,

가볍디가벼운 이 세상에 혼자 오버하지 않는 비법이랄까.(p.13)"

"어차피 세상이 엉망인데, 나 혼자 공명정대해서 뭐 할 건데.

살다 보니 다 나름의 사정이 있더라고.

권선징악은 세상 게으른 작가가 대충 쓴 결말 이었다.(p.279)"

책 속에는 저자가 들려주는 솔직한 속마음의 글들이 담겨 있다.

한 페이지에 글이 많지 않아서 여백이 많이 있다.

아마도 저자의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라는 배려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글을 읽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공감되고 또 공감된다.

나도 같은 생각이라는 말이 여러번 반복적으로 저절로 나오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솔직한 사이다 같은 글들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겉마음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너는 날 몰라.

잘 될 거야 했지만 사실 잘되든 말든 내 코가 석 자였고.

힘내 했지만 사실 대화 종결에 가장 좋은 말이었을 뿐이었고.

또 보자 했지만 사실 조만간은 아닐 거라 생각했어.

축하한다 했지만 사실 나보다 잘될까 살짝 겁이 났고.

예뻐졌다 했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어머 어떡해 했지만 사실 내 일이 아님에 감사했어.

그래도 나 좋은 사람이야? 네가 날 몰라서 그래.

그리고 궁금해. 너는 내가 보기에 참 좋은 사람인데, 나도 널 몰라서 그래?(p.46)"

"손절에 늦은 때는 없다. 가장 늦었다 싶을 때가 가장 이른 때다.

싹수 노란 인간의 가치에는 하한가가 없으니까.(p.54)"

"회사가 잘되기만 하면 내게도 돌아올게 많을 거라 했다. 나도 우리 회사가 잘되면 좋겠다.

그런데 아무래도 모르겠는 거다. 그래서, 나한테 뭐가 떨어지는데? 왜 미리 약속을 안하는데?

정확히 딱 어느 정도면 회사가 잘되는 건데? 왜 지금 정도 잘 나가는 걸론 부족한 건데?

언젠가, 어느 정도, 그때만 되면, 그런 말 말고 지금 당장, 칼퇴근 정도 원한다고.(p.92)"

책 속에는 인생 이야기, 친구 이야기, 사랑 이야기, 회사 이야기, 연애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생을 살고, 친구를 만나고,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해보고,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회사가 싫다 챕터에 등장한 이야기도 참 많은 공감을 주었다.

어떤 일을 하든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나 보다.

그냥 어차피 변화시키기에는 이미 늦었고, 지금의 환경에 더 적응해서 버텨야 하는 형편이기에 이 책 속의 글들은 그냥 시원한 사이다로 느껴질 뿐이다.

공감을 주지만,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

공감을 얻는 것으로 끝이다.

아마 저자도 그런 의도로 이 책을 썼을 것 같다.

"솔직히 남 탓 할 때는 아니다. 내가 제일 문제다.

제대로 된 길목에서 방향을 튼 것도 나고,

제대로 된 인간의 뺨을 올려 친 것도 나고,

제대로 된 기회 앞에서 하루 10시간씩 잠만 처잔 것도 나다.(p.225)"

"자격증을 하나 더 따면 그럴듯한 취미가 늘면 값비싼 명품백 구비하면

언제 쓸지 모를 아이템 하나 장만한 느낌. 내가 업그레이드되는 느낌.

그리고는 금방 원 위치.

내 자아는 깨진 독에 물 붓기라 절대로 채워질 수가 없다.(p.235)"

"1년 후 나는 다를 것이다.

5년 후 나는 다를 것이다.

10년 후 진짜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이다.

일단 내일은 똑같을 거 같다.(p.250)"

"위로해주는 건 알겠는데 하나도 안 고마운 건,

내가 남에게 그런 위로를 할 때 딱히 영혼을 담은 적 없기 때문이다.

너라고 다르겠니.(p.254)"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뇌에 부은 기분이다.

이런 책도 있구나 그런 느낌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책으로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 사는 것은 모두 비슷한 가보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고, 좋아하고 미워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목표를 정해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고, 진심으로 말할 때도 있고 건성으로 말할 때도 있고, 생계를 위해서 연기하듯 살고 때로는 그것을 거부해 탈출하기도 하고...

다 그렇게 사는가보다.

사람이 싫고, 회사가 싫고, 내가 싫은가?

이 책의 짧은 글들이 공감을 줄 것이다.

그냥 공감만 줄 것이다.

교훈과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 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소담출판사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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