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한수운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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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예전에 데미안을 읽었던 것은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데미안 책에 대한 기억은 데미안과 싱클레어 그리고 독심술 정도이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데미안을 읽었다. 

어른이 된 후 읽는 데미안은 내게 어떤 감정을 줄까?


책 표지에 있는 문장을 보니 머리 속에서 잠시 지워졌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게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에밀 싱클레어와 막스 데미안이 주연이고, 에바부인과 피스토리우스가 조연이고, 프란츠 크로머는 또 한 명의 조연이다. 

이 책에는 헤르만 헤세가 그린 수채화가 있고, 일러스트 그립이 있다.

기존의 데미안 책과 다른 점이다. 

헤세의 수채화를 보면서 헤세를 연상하고, 일러스트 그림을 통해서 책 속 주인공들을 상상하며 읽었다. 


세상에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그것은 안전 vs 공포, 좁지만 익숙함 vs 넓지만 낯설음, 올바른 vs 나쁜, 선 vs 악 등으로 이분되어 표현되는 세계이다. 


근묵자흑!

싱클레어가 느낀 호기심과 그의 잘못된 허풍이 그를 타락의 길로 이끈다. 

그 타락의 길에는 프란츠 크로머가 있었다.

시작이 잘못 되니 일이 더 커지고 복잡해진다.

마치 늪같다.

프란츠 크로머는 싱클레어에게 나쁜 늪같은 존재였다. 


독심술!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누군가에게 자기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내줬기 때문이다.(p.59)"


"가장 단순한 것이 늘 최선의 방법이다.(p.64)"


데미안의 도움으로 싱클레어는 프란츠 크로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카인과 아벨을 비유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싱클레어는 프란츠 크로머와의 문제가 해결된 후 성(性)에 눈뜨며 또 다시 두 개의 세계를 만난다. 

두 개의 세계는 어쩌면 영원히 맞닥뜨리게 되는 숙제같은 존재인 것 같다. 


데미안은 성격이 강한 사람을 최고라 생각한다. 

종교관도 마찬가지였다.

신에 대한 예배도 필요하고, 악마에 대한 예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도둑이 무덤 앞에서 회개하는 것은 줏대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이런 성향은 싱클레어에게 전달되어 영향을 미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멘토같은 존재이다.


두 개의 세계는 싱클레어에게 끊임없는 고민의 대상이다. 

밝은 세게 vs 어두운 세계

허락된 세계 vs 금지된 세계


 

싱클레어는 조금씩 나이들어가며 성숙할수록 내면에 집중한다.


"나는 외부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하루종일 나의 내면에만 귀 기울이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흐르는 금지되어 있는 어두운 강물소리를 듣는 데만 열중했다.(p.106)"


졸업 후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서도 싱클레어의 고민은 여전했다.

마치 성장통을 겪는 것 같다.


벡을 만나 저속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저속한 세계가 싱클레어에게는 전부가 되지는 못한다.

방탕한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계속 했고, 저속함과 방탕함 가운데에도 고독은 계속 되었다.


봄날 공원에서 어느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에게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하지만, 그녀와는 아무런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으며 단지 그녀를 숭배하고 외경했다. 

싱클레어는 책 읽고, 산책하고, 기도하고 사색하는 사람으로 다시 어두운 세계에서 밝은 세계로 나온다. 


싱클레어의 변화에는 언제나 누군가가 있었다. 

주변의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쩌면 사람에게 당연한 것이다. 


싱클레어가 베아트리체를 생각하며 그린 초상은 결국에는 데미안의 초상이었다. 

싱클레어에게 다시 변화를 주는 요인은 데미안이었다. 

그리워하던 데미안을 만나고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안에 있는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지. 우리 안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 자신보다 뭐든지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좋은 일이야.(p.131)"


아브락사스...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성을 갖는 신성의 이름이다. 

아브락사스는 신과 악마라는 두 개의 결합이었다.

두 개의 세계 그리고 아브락사스...

천사인 동시에 악마, 남성인 동시에 여성, 사람인 동시에 동물, 선이면서 악...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은 싱클레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아는 것과 깨달음은 다르다."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특히, 용기와 스스로를 존경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의 말은 싱클레어의 내면에 도움이 되고, 싱클레어가 알껍데기를 부수는 일에 도움이 된다.


"너는 가끔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자책은 쓸데없는 짓이야. 불을 들여다보고 구름을 바라보게. 그래서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의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거기에 자신을 맡겨봐. 그것이 스승이나 아버님 혹은 어떤 신의 뜻과 어울리는 것인지, 그들의 마음에 드는 것인지는 묻지 마! 그런 물음은 자신을 해치는 길이다.(p.166)"


어느새 싱클레어는 18살이 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물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이다.(p.171)"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서 선행될 조건은 '연결'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연결'과 '영향'이라는 단어가 많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직책이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직책을 스스로 선택하고 변경하고 마음대로 관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깨달은 사람에게 부여딘 의무는 오직 하나뿐이다. 바로 자기 자신을 찾고, 내부에서 확고해지고, 어디로 가든 자신만의 길을 찾아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p.192)"


"우리는 남들가 다르다는, 거역한다는, 비범한 것을 원한다는 남모르는 만족을 가지고 있다. 이 만족 또한 버려야 한다. 그 길을 제대로 가고자 한다면 말이다. 혁명가가 되려고 해서도 안 되고, 모범이 되려고 해서도, 순교자가 되려고 해서도 안된다.(p.195)"

 


싱클레어가 꿈에도 그리던 여인은 데미안의 엄마인 에바 부인이었다. 

싱클레어가 대학생이 되고, 다시 데미안을 만나고,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된다. 

에바 부인을 사모하지만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를 저속한 사랑이 아닌 올바른 길로 인도했다. 

에바 부인은 정신적 사랑에 대한 철학을 알려준다. 


싱클레어는 마지막에는 데미안과 같아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신해철 가수의 '나에게 쓰는 편지'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노래가 떠올랐다. 

혹시 그 노래를 작사하는데 데미안 책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까?

그 노래의 가사들을 데미안 책에서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끊임없이 고뇌하며 어는 세계가 최선인 지 고민하고 방황하며 싱클레어의 모습에서 성장통을 보고 성숙해짐이 느껴졌다. 


다시 읽어본 데미안은 역시 명작 소설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철학이 느껴지고, 성장이 느껴진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여전히 내 삶은 성장 진행중이고, 아직 미성숙임을 자각한다.


내가 깨뜨려야 할 세계는 무엇일까?

나는 과연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브락사스 신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는가?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다시 읽은 데미안 소설에 또 한번 만족한다. 

그리고, 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내용은 당연히 좋았고, 산뜻한 표지, 중간중간에 있는 헤세의 수채화와 일러스트 그림이 좋았던 데미안 책이다.

 
 

※ 데미안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아이템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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