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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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아동문학가 번역가로 일한 일본 여성이 쓴 에세이이다. 

그녀의 지난온 삶을 차분한 어조로 쓴 글들을 모은 수필집이다.


그녀의 삶속에는 책이 있고, 정원이 있는 집이 있고, 고양이 기누코가 있다. 

그리고, 유토라는 이름의 개(콜리)도 있다.


저자는 고양이를 그녀라고 표현했다.

기누코 아가씨라 부르기도 하고, 기누코 씨라고 부르기도 하고, 오기누 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자가 고양이를 키운 것은 고양이를 좋아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집 주변에서 크게 다친 고양이를 보고서 안쓰러운 마음에 치료를 해주었더니 그 고양이가 저자의 집에 머물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상처라는 일본어인 '기즈'라고 부르다가 상처라는 의미를 지우고 부르기 편하게 '기누'로 이름을 바꾸어 불렀다고 한다.


도쿄 굴지의 주택가에 70평의 넓은 집을 소유하고 거주하고 있는 저자의 집도 저자가 일부러 구한 것은 아니었다. 

친구가 살던 집을 우연히 적은 돈으로 소유하게 된 것이다.

고양이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집도 우연히 얻게 되고 저자의 삶에는 우연이라는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유코라는 이름의 콜리종의 개도 강제로 받았고, 유코와는 본의 아니게 아침마다 산책을 하기도 한다.


한 편 한 편 저자의 살아온 이야기가 차분하게 펼쳐진다.

큰 재미를 주거나 감동을 주거나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

억지 삶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온 저자의 삶의 일부가 보여지는 것 같다. 


저자는 독신 여성이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자주 말하고 있다.

검소하게 자란 어린 시절을 보면서 소탈하고 수수한 삶이 느껴지기 도 한다. 

반려동물, 성장, 여행, 생각, 일상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책 중간중간에 있는 그림은 저자의 삶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동화 속 그림처럼 그림이 참 예쁘다. 

내게는 글보다 그림이 더 좋은 것 같다.

 

유학을 떠나는 지인 부부가 시계를 빌려달라는 것을 거절하지 못하고 시계를 빌려주었는데, 돌아온 시계는 고장이 나있었다.

그 시계를 자비 1,100엔을 들여서 고치는데 무려 3개월이나 걸렸다.

그런 모습을 보니 저자는 마음 약하고 어쩌면 너무 착한 여자였다. 

시계를 고장낸 지인 부부를 미워하기 보다는 시계를 고친 시계점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보니 착해도 너무 착하다. 


1945년에 농사에 도전했다는 이야기를 보니 참 오래전에 젊은 시절을 보냈었다.

농사를 한 지 4년만에 다시 도쿄로 돌아온다.

외지인이라는 자유로움과 농사의 한계가 그녀를 다시 도시로 이끌었다. 

마음으로 동경하는 삶이 현실에 부딪혀 이룰 수 없음이 느껴진다. 


저자는 영국에도 다녀오고, 미국에도 다녀왔다.

미국 뉴욕에 가서는 거대한 빌딩에 놀라기도 한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니의 요리에 담긴 일화도 들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내게는 그다지 큰 공감과 동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왜 그럴까?

내가 너무 속물이어서 그런가?


느리게 순수하게 수수하게 소박하게 착하게 살아간 저자의 삶이 책속에 담겨져 있다.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삶을 선택한 것 같다.

모든 게 좋다는 긍정의 삶을 살아간 것 같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모두 해본 것 같기도 하다.

혼자라는 점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자기 일도 하고, 좋아하는 일도 하고, 도쿄에서 정원이 있는 넓은 집에 살고, 영국과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 저자의 삶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이었을 것이라 감히 짐작해 본다.


책, 정원, 고양이 외에도 개, 여행, 혼자, 친구가 있어서 좋은 날들이 저자에게 펼쳐진 것 같다.

지금은 세상에 시달리며 잔잔한 재미를 아주 순간순간만 느끼고 사는게 나의 현실이다. 

언젠가는 잔잔한 재미를 긴 시간동안 음미하듯 느끼며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살아온 과정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고, 그 과정에 함께 한 모든 인연들이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살아온 과정과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내게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마음속으로 생각해 본다.

지금은 이 책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나중에 좀 더 시간이 흐른 후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느낌이 어떨까 궁금해진다.


 

※ 책과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은 샘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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