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소설 4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인물 관계도’ 수록,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김동인 외 지음, 박찬영 외 엮음 / 리베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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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따라기, 감자,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사랑손님과 어머니, 봄봄, 동백꽃, 날개, 메밀꽃 필 무렴, 소나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예전에 학창시절에 읽었던 한국단편소설의 제목들이다.

단편소설들의 제목을 다시 보았을 때 내용이 구체적으로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읽고 생각했던 모습들이 살며시 떠오른다.

고등학생 때 시험 공부를 목적으로 또는 문학적 호기심에서 읽었던 단편소설들이다.

지금 그 단편소설들을 다시 읽으면 어떤 감상이 내게 올까?


중고생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을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내게는 고상한 취미생활이 된다.

한국단편소설 40개를 모아놓은 이 책은 유익함과 재미를 함께 주는 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들의 단편소설들이 집대성된 책이다.

한 권의 책에 한국 대표 단편소설 무려 40개를 담고 있다.

1920년대 단편소설부터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첫번째로 등장하는 단편소설인 김동인 작가의 배따라기는 1921년 작품이다.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40번째 소설인 윤흥길 작가의 종탑 아래에서는 2000년 작품이다.


40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한 책인데, 본래 목적은 중고생의 수능, 논술, 내신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수험서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중고생에게는 수험서로서 좋은 책이고, 일반 독자에게는 오래된 한국단편소설을 감상하기에 좋은 책이다.


1920년대, 1930년대, 1940년대 순으로 시대별 주요 작품과 시대적 분위기를 요약하여 설명한 점은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한 글이었다.


중고생이 한국단편소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콘텐츠들이 많은 점이 훌륭하다.

수험생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설 본문을 보여주기 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여주어서 소설을 읽는 것이 더 편안하도록 해준다.

마치 예습과 복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성이다.


작가와 작품세계

작품정리

구성과 줄거리

생각해 볼 문제

인물관계도


작품 전체를 읽지 않아도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이인지 줄거리와 작품 해석을 알게 도와 준다.

많은 소설과 많은 도움자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상당히 두꺼우면서 글자체는 매우 작다.

한 권에 많은 양을 담고 있는 점이 오히려 효율적인 것 같다.

아마도 일반 책과 같은 크기의 글씨체를 사용했다면 이 책은 훨씬 두꺼워졌을 것이다. 


몇 편의 소설을 읽어보았다.

도움글을 읽고 소설을 읽으니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배따라기...

감성적인 소설이다.

지금의 소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오해, 후회, 반성, 동감을 키워드로 여러 감정이 연상되고 교차하도록 보여주는 소설이다.

오해와 후회는 새드 엔딩을 야기하지만, 반성과 동감은 작은 해피엔딩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감자...

사실주의적인 소설이다.

다소 비도덕적인 이야기이다.

비극적으로 끝난다.

시대상을 잘 반영한 것 같지만, 이야기는 허무함을 준다. 

복녀의 이름에 있는 복은 반어적 표현이다.

그녀는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이 없는 여자이다.


술 권하는 사회...

예나 지금이나 사회는 사람들에게 술을 권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그런대로 나쁜 일이 있으면 또 그런대로 술을 마시게 된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비통함과 좌절감을 느끼는 지식인에게 사회가 술을 권한다라는 의미의 소설을 쓴 작가의 사고와 표현력은 참 대단하다.

술 권하는 사회라니 제목부터가 참 재미있다.

제목이 주는 메세지는 명확하다.

부조리한 사회가 지식인을 힘들게 하고, 지식인을 술에 취하게 한다.

명예 싸움, 지위 싸움, 권리 싸움이 가득한 조선사회에 대한 불만과 문제의식을 가진 주인공은 술 밖에는 대안이 없다.

"이런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한단 말이오. 하려는 놈이 어리석은 놈이야, 그렇지 않으면 술 밖에 먹을 게 도움지 없지."

유학간 남편을 기다리고, 돌아온 남편의 고뇌에 동감해주고 위로의 마음을 갖는 아내가 참 대단하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동반자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유때문일까?

이 책은 중국 유학에서 돌아와 어려운 생활을 한 작가의 체험이 묻어난 소설이라고 한다.


운수 좋은 날...

이 책에 담겨진 소설들의 제목을 보고서 아내가 가장 먼저 말한 소설은 운수 좋은 날이다.

아내가 고등학교 때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다고 한다.

아침부터 두 손님을 태우고 평소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인력거꾼 김첨지는 운수가 좋은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그 날 따라 운수가 너무 좋은데, 김첨지의 마음은 계속 불안하다.

큰 행운이 온 김첨지에게 곧 큰 불행이 온다는 것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반반철학이라고 해야할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것이다.

아픈 아내를 둔 김첨지는 아내가 오늘만은 나가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냉정히 거절하고서 일을 하러 나왔다.

소설의 결론은 완전한 새드엔딩이다.

김첨지의 인력거꾼으로서의 모습이 그려지고, 김첨지와 아내의 결혼생활이 눈 앞에 그려지면서 결론은 큰 슬픔을 준다.

소설이 주는 반전과 극적 효과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김첨지도 불쌍하고, 그의 아내도 너무 불쌍했다.


물레방아...

작가의 표현력이 참 대단하다.

"솰 솰 솰, 구슬이 되었다가 은가루가 되고 댓줄기같이 뻗치었다가 다시 쾅 쾅 쏟아져 청룡이 되고 백룡이 되어 용솟음쳐 흐르는 물이 저쪽 산모퉁이를 십 리나 두고 돌고, 다시 이쪽 들 복판을 오 리쯤 꿰뚫은 뒤에 이방원이가 사는 동네 앞 기슭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위에 물레방아 하나가 놓여 있다.(p.118)"

"새침한 얼굴이 파르족족하고 기다란 눈썹과 검푸른 두 눈 가장자리에 예쁜 입, 뾰로통한 뺨이며 콧날이 오뚝한 데다가 후리후리한 키에 떡 벌어진 엉덩이가 아무리 보더라도 무섭게 이지적인 동시에 또는 창부형으로 생긴 여자이다.(p.119)"

돈으로 여자를 사고, 돈에 자신을 파는 막장 드라마이다.

내용은 막장이지만, 실제 소설은 감각적이고 사실적이고 예술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물레방아에 대한 부정적 의미는 이 소설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나 보다.


날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는 소설 시작의 이 문장이 이 소설의 모두를 대표해주는 것 같다.

주인공은 진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이다.

답이 없는 또는 답이 뻔한 질문과 상상을 하는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주인공이 안스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정말 아내가 하는 일을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서 모른 척 했을까?

소설의 맨 마지막 문장인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시작과 끝에 쓰여진 문장이 주인공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지옥에 살기에 천국을 생각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고기냄새 맡으러 갔었대 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이 소설은 전부가 실려져 있지는 않다.


몇 편의 소설을 읽어보니 대부분의 소설이 시대상을 보여주는 사실주의적 소설들이다.

황금만능주의, 비윤리, 사회적 고민, 빈부격차, 이념적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1920년대가 지금이나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문제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지금도 황금만능주의, 비윤리, 빈부격차, 이념 갈등이 판을 치고 있지 않는가?


소설에 대한 도움글이 소설을 이해하고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전에는 소설만을 읽었을텐데, 지금은 이렇게 소설을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도움글이 있다는 게 참 좋기도 하고, 스피디한 시대상을 반영한 점에서는 반대급부로 소설을 소설만으로 이해하고 감상하지 못하는 점이 좀 아쉽기도 하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지금 다시 읽으니 오히려 더 재밌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문학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사고력과 필력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특히나, 1920년대 1930년대 1940년대 소설을 읽으면서 그 사고력과 필력의 위대함은 더 느껴지는 것 같다.


이제 아이들이 읽을 차례이다.

아이들이 한국 근현대 단편소설을 이해하고 학습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주요 작품을 MP3로 들려준다고 하니 참 좋은 세상이고 참 좋은 책이다.


이제 읽지 않은 나머지 단편소설들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40은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리베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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