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임은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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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검과 공안부에서 과거사 재심 사건 구형에 대하여 정식으로 검토하게 할 방안이 무엇인지 궁리를 거듭한 끝에 작성한 글이 〈징계 청원〉입니다. 날 징계하라고 몸을 던지면 징계하려고 달려들 테고, 그렇다면 백지 구형이 타당한지 여부를 정식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소통이 되지 않아 부득이 소통을 강제하려는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이런 검찰이 건강한 조직일까요?

-알라딘 eBook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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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계속 가보겠습니다 - 내부 고발 검사, 10년의 기록과 다짐
임은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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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2일
오늘 내가 특히 예민해하는 성폭력 사건 재판이 있었다. 6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어렸을 적부터 지속되어온 짓밟힘에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고.
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을, 그 몸짓을, 그 아우성을 본다. 변호사들이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텐데,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

-알라딘 eBook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지음) 중에서

휴일 없이 매일 출근하여 기록을 끌어안고 고민한 세월을 억울해하는 마음이 고개 들곤 합니다. 그러나 오해를 살만한 일들이 그간 적지 않았고, 얼굴을 차마 들지 못할 각종 부끄러운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우리가 그런 동료들의 위태로운 행동을 알면서 혹은 동료로서 알아야 함에도 알지 못하여 말리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검사라는, 검찰이라는 조직을 이루는 이상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어디 검찰 내적으로만 적용되겠습니까?

-알라딘 eBook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지음) 중에서

어느 회원이 "무슨 검사가 저렇게 감성에 호소하냐?"고 욕하더군요. 욱하는 마음에 "전 원래 그런 스타일입니다. 스타일이야 제 맘이지 않을까요?"라고 댓글을 쓰려다가 꿀꺽 삼켰습니다. 제가 동료들보다 감성이 넘친다는 말을 더러 듣습니다. 과유불급이라는데 고쳐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제가 느끼고 깨달은 법의 정신은 36.5도의 체온이 담긴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연민입니다. 공판검사에게는 피해자의 고통과 절망, 우리 사회의 분노와 자책, 피고인에 대한 연민과 충고 등을 모두를 대신하여 법정에서 말할 의무가 있지요. 판사, 피고인은 물론 방청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 더러는 법정을 떠돌고 있을 가여운 영혼에게 설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제 진심을 논고문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라딘 eBook <계속 가보겠습니다> (임은정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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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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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하나의 생존 형식이었다. 노예들은 유머를 통해서 노예제로부터 필연적으로 심리적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또한 유머는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암호였다. 그곳에서 주인님은 외부자이고 놀림의 대상이다. 랠프 엘리슨은 에세이 「웃음의 호사스러움」에서 백인은 흑인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놀림을 당했다는 전반적으로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낀다고 적고 있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나는 프라이어를 보면서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한을 연상했다. 한은 가혹했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미국에 의해 지탱되었고 정치적으로 바로 세우지 못한 독재의 역사 때문에 쌓인 울분, 아쉬움, 수치심, 우울, 앙심의 혼합물이다.한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다음 세대로 대물림될 수도 있다.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한을 느끼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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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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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항상 고투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필경사로서 남들보다 다섯 배로 열심히 일해도 손과 팔이 차례로 녹아 없어지는 꼴을 목격했다. 밤이면 움찔하며 잠에서 깨어나 새벽의 여명이 눈을 찌를 때까지 스스로를 질책하기 일쑤였다. 평생 조건부 사랑과 나를 하찮은 보푸라기처럼 교체 가능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에 시달린 덕분에 내 자신감은 피폐해졌다.
대중의 머릿속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모호한 연옥 상태에 놓인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며, 흑인에게는 불신당하고 백인에게는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흑인을 억압하는 일에 이용당한다. 우리는 서비스 분야의 일개미이며 기업계의 기관원이다. 우리는 리더가 되기에 적절한 "얼굴"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대량으로 숫자를 처리하며 기업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기름이나 치는 중간 관리자가 된다. 사람들은 우리의 콘텐츠를 문제 삼는다. 저들은 우리가 내적 자원이 없다고 여긴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기분에 함몰된 내 상태를 감추기 위해 물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저으며 언제나 과잉 보상을 한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아이오와에서 미량으로 솔솔 새어 나오던 인종주의는 은근히 야비했다. 나는 웬 피해망상이냐며 항상 나 자신을 비판했다. 강의 중에 내가 인종 정치를 거론할 때마다 경멸의 장벽에 직면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급기야 나는 그들의 경멸을 내면화하여 인종을 주제로 하는 시들을 너무나 인종스럽다며 비웃었다. 아시아 정체성이라는 주제만으로는 예컨대 자본주의처럼 좀 더 묵직한 주제와 함께 엮지 않는 한 불충분하고 부적절하다고, 저들은 내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아이오와 문예창작 과정에 다니던 다른 유색인종 작가 중에 정체성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시와 소설에서 인종적 요소를 말끔히 지워버린 사람들을 알고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묘하게도 그들은 전부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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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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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분명히 밝혀 둔다.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과거에 어떤 시험을 합격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넘어선 우월 의식을 틀림없이 품고 있다. 과거에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미자격자, 무면허자로 몰아 배제하려는 이들도 존재한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겉으로 드러난 간판들을 없앤다고 해서 그 배후에 있는 세계관이 사라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학벌 구조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으니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은 안이하다. 서울대를 없애면 그 자리를 연세대나 고려대가 차지할 뿐이다. 모든 국·공립대를, 또는 사립대까지 포함한 모든 대학을 통합한다고 서열 구조의 세계관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표지를 찾아내어 끝내 그것을 새로운 간판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제일 윗줄의 간판을 없애거나 모든 간판의 문구를 똑같이 하자는 아이디어들이 다 좀 바보스러운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실행 비용은 엄청나게 들지만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는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공식적인 채널은 거의 다 어렵고 따분해 보이는 ‘좋은 책’들을 권한다. 그럴수록 소설에 대해서는 일종의 공부, 정신노동이라고 여기게 된다. 독서 문화가 침체된 원인이 이것 때문만은 아닐 테지만, 이런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 심심한데 극장이나 갈까’라는 생각은 들지만 ‘서점에, 도서관에 갈까’라는 생각은 좀처럼 안 드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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