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분명히 밝혀 둔다. ‘누군가의 거대한 악의가 없어도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말은, ‘현재 아무도 악의가 없다.’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과거에 어떤 시험을 합격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넘어선 우월 의식을 틀림없이 품고 있다. 과거에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을 미자격자, 무면허자로 몰아 배제하려는 이들도 존재한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겉으로 드러난 간판들을 없앤다고 해서 그 배후에 있는 세계관이 사라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학벌 구조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으니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은 안이하다. 서울대를 없애면 그 자리를 연세대나 고려대가 차지할 뿐이다. 모든 국·공립대를, 또는 사립대까지 포함한 모든 대학을 통합한다고 서열 구조의 세계관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표지를 찾아내어 끝내 그것을 새로운 간판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제일 윗줄의 간판을 없애거나 모든 간판의 문구를 똑같이 하자는 아이디어들이 다 좀 바보스러운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실행 비용은 엄청나게 들지만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는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공식적인 채널은 거의 다 어렵고 따분해 보이는 ‘좋은 책’들을 권한다. 그럴수록 소설에 대해서는 일종의 공부, 정신노동이라고 여기게 된다. 독서 문화가 침체된 원인이 이것 때문만은 아닐 테지만, 이런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 심심한데 극장이나 갈까’라는 생각은 들지만 ‘서점에, 도서관에 갈까’라는 생각은 좀처럼 안 드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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