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항상 고투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필경사로서 남들보다 다섯 배로 열심히 일해도 손과 팔이 차례로 녹아 없어지는 꼴을 목격했다. 밤이면 움찔하며 잠에서 깨어나 새벽의 여명이 눈을 찌를 때까지 스스로를 질책하기 일쑤였다. 평생 조건부 사랑과 나를 하찮은 보푸라기처럼 교체 가능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에 시달린 덕분에 내 자신감은 피폐해졌다.
대중의 머릿속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모호한 연옥 상태에 놓인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며, 흑인에게는 불신당하고 백인에게는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흑인을 억압하는 일에 이용당한다. 우리는 서비스 분야의 일개미이며 기업계의 기관원이다. 우리는 리더가 되기에 적절한 "얼굴"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대량으로 숫자를 처리하며 기업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기름이나 치는 중간 관리자가 된다. 사람들은 우리의 콘텐츠를 문제 삼는다. 저들은 우리가 내적 자원이 없다고 여긴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기분에 함몰된 내 상태를 감추기 위해 물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저으며 언제나 과잉 보상을 한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
아이오와에서 미량으로 솔솔 새어 나오던 인종주의는 은근히 야비했다. 나는 웬 피해망상이냐며 항상 나 자신을 비판했다. 강의 중에 내가 인종 정치를 거론할 때마다 경멸의 장벽에 직면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급기야 나는 그들의 경멸을 내면화하여 인종을 주제로 하는 시들을 너무나 인종스럽다며 비웃었다. 아시아 정체성이라는 주제만으로는 예컨대 자본주의처럼 좀 더 묵직한 주제와 함께 엮지 않는 한 불충분하고 부적절하다고, 저들은 내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아이오와 문예창작 과정에 다니던 다른 유색인종 작가 중에 정체성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싫어서 자신의 시와 소설에서 인종적 요소를 말끔히 지워버린 사람들을 알고 있다. 지금 되돌아보면 묘하게도 그들은 전부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알라딘 eBook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