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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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보건교육사들이 교육 부분을 떼어가고, 약은 약사가, 진료는 의사가 가져가면서 돌봄이 조각나는 거죠. 한 사람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돌봄을 시장에서 상품으로 쪼개면 제대로 된 돌봄이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시장화는 현실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해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는 관심이 없고 누가 반대하는지, 돈은 얼마나 쓰는지, 지자체 부담이 가는지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정말 한심한 상황이죠.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지금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 공공의료 논의에 한정해서 보면 우선 분권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의 코로나19 상황과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굉장히 다르죠. 제주도의 작은 학교와 서울의 2천~3천명 규모의 학교 상황이 완전히 다른데 전국의 모든 학교가 똑같이 휴교하고 교실의 간격을 똑같이 조정한다는 게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이냐는 겁니다. 전국적으로 너무나 다양한 조건이 있는데 서울 관악구와 전남 고흥군에 치매안심센터를 똑같이 짓는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보건이나 의료가 갖는 이런 특성 때문에 반드시 분권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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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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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중환자실에서 한 할아버지가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을 우연히 본 적이 있어요. 간호사들은 늘 그렇듯이 굉장히 분주했고, 할머니 혼자 그 옆에 덩그러니 있는 거예요. 자기와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이 죽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고, 다들 각자 할 일에 바쁜 거예요. 상황은 어수선하고 조명은 밝고 커튼도 안 쳐진 상황에서 할머니 혼자 어쩔 줄 모르고 계시는데 굉장히 울컥했어요. 퇴근하다가 그 모습을 보고 커튼을 쳐드리고 의자도 갖다드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마음에 남았어요. 이게 이날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병원 안에서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에요. 죽음이라는, 한 인간의 삶이 끝나버리는 그 엄청난 순간조차도 그렇게 다뤄지는 환경이라는 것.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것처럼 죽음이 이렇게 다뤄지는 곳이라면 환자가 다른 여러 면에서도 존중받지 못할 거라 생각해요. 이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결국 여성은 계속 증명을 해야 하는 거예요. 저는 이 ‘증명’이란 단어가 상징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사에게 증명을 해야 하고, 성폭력상담소에 증명을 해야 하고, 쉼터에 들어가려고 해도, 산재 인정을 받으려고 해도 끊임없이 증명을 요구받습니다. 앞으로 임신중지 관련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상담의무 조항이나 사유제한 조항들이 생기게 된다면, 임신중지를 위해 또 어딘가에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여성들이 생기겠죠. 저는 증명과 승인의 언어로 구성된 권리가 아니라 기본권으로서의 건강권, 행복추구권으로서의 건강권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상시민으로의 인정, 피해자로서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벗어나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낙태죄 폐지운동이 좋은 예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여성이 이렇게 힘들고 비참하니 임신중지를 허용해달라’가 아니라 ‘내 몸에 대한 결정을 할 권리는 나에게 있다’라는 기본권을 인정하라는 요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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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국이나 꾸바 같은 공공의료 모델이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들 국가에서 의사는 모두 공무원입니다.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가운데, 굳이 의사라고 해서 특권의식을 갖지 않고 임금도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엄청난 지능을 요하는 특정 영역이 있긴 하겠지만 결국 의사는 반복적인 작업에 대한 성실성과 정확성이 중요한 기술자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에서 의대 문턱이 너무 높은 것도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의대의 문턱이 높으면 기존에 특권을 누리던 사람들만 의대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잖아요.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살림의원에서 화장실 개조하는 과정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는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나뉘어 있는 구조였는데 트랜스젠더 환자도 많고 조합원들 대부분이 여성이다보니까 화장실을 개조할 계획을 세웠어요. 처음에는 여자 화장실을 크게 확장하고 남자 화장실을 축소하는 정도로 생각을 했다가 조합원들의 새로운 요구들에 직면을 하게 됩니다. 기저귀 교환대가 여자 화장실에만 있는 건 성차별이라는 의견, 장애인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달라는 의견, 성별이 구분되지 않는 화장실에서 실질적인 공포를 가지는 여성들도 있다는 의견 등을 조합에서 수렴해 민주적인 구조로 의결해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결국엔 성중립 화장실이 만들어집니다. 남성 소변기와 장애인용 미닫이문, 기저귀 교환대가 모두 설치되어 있고 남성, 여성, 트랜스젠더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어떤 의료를 꿈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니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내 몸을 잘 알고 내 몸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자기 몸에 대한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에 대한 불안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이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한 연구는 신체적 건강이나 경제적 조건 등에 대한 인식도 노인의 불안에 영향을 미치지만, 가족 및 이웃과의 관계, 사회적 소속감, 사회와 타인에 대한 신뢰 정도와 같은 주관적 감각들이 노인의 사회·심리적 불안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37 특히 우리 사회를 불평등한 사회로 인식할수록,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을수록 불안을 느낀다는 이야기는 주목할 만합니다.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태로 오래 산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공포보다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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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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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로서 필수의료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어떤 의료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지에 대해서까지 방향이 점점 잡혀나가면 병원의 과잉의료도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대형병원은 오직 수익성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병원들이 장례식장 같은 부대시설을 운영하여 수익을 챙기는 모습도 익숙하고요. 병원들은 낮은 수가로 인한 손실을 메우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수익의 대상으로만 본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병원은 인건비로 전체 비용의 절반 이상을 쓸 만큼 무척 노동집약적인 곳이에요. 거꾸로 말하면 인건비에서 줄이는 족족 다 이익이 됩니다. 기계 가격은 아무리 깎아도 한계가 있고, 의료기기는 그 수를 줄이면 티가 납니다. 그런데 사람은 열명 쓰다가 아홉명 쓴다고 당장 어떻게 되지 않아요. 빠진 한명이 할 일을 나머지 아홉명이 나눠서 더 하니까요. 거기서 또 한명을 줄이면? 그 한명의 노동을 또 여덟명이 나눠서 해요.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만큼만 노동강도를 높이는 거예요. 그런데 병원 일은 공장처럼 예측 가능하지 않고 환자가 확 몰릴 때도 있고 줄어들 때도 있습니다. 같은 수의 환자여도 환자 상태에 따라 노동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계량화하기 애매하고요. 그래서 환자를 생각하고 의료인들의 정신건강을 생각하면 조금 넉넉하게 운영되어야 하는데 늘 조금 모자라게 굴러가는 거죠.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자신의 생애주기에 따라 혹은 갑자기 겪게 되는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누구나 병원과 접점이 생깁니다. 인생에서 병원과 만나는 그런 순간들이 불쾌하고 괴로운 기억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요. 물론 질병으로 인한 고통은 당연하지만 그 괴로움이 질병 자체가 주는 아픔에서 그쳤으면 좋겠어요.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고통, 어느 병원이 더 좋은 병원인지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는 불안감, 좋은 의사에게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 등 질병 자체의 고통을 넘어서는 괴로움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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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반에 의료인 모집할 때부터 지원을 했습니다. 딱히 사심이 있어서 지원한 게 아니라 중환자실 경력이 있고 투석기도 다룰 줄 아니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지원했는데, 병원에서 다른 간호사들을 설득해야 할 만큼 인력이 부족한데 저는 안 보내더라고요. 제가 대외적으로 비판적인 발언을 많이 하다보니 병원에서 꺼리는 것 같아요. 저는 병원을 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막아보려는 거예요. 특히 제가 속한 서울대병원이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위한 의료를 펼치면서도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다른 병원들도 그 방향으로 갈 수 있거든요. 노조와 상생하는 모습 등 여러 면에서 선도하는 병원이 되길 바랍니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백영경 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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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 의학과 인문학의 경계 넘기
황임경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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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보통 증상과 징후는 의사에 의해 공식적인 질병으로 확정된다.
학 지식과 기술만 충분하다면 질병을 판정하는 것은 자명한 일처럼보인다. 하지만 질병이라는 말의 의미 변화나 차이만 살펴보아도 중상과 징후 못지않게 질병도 다양한 주관적 맥락과 사회문화적·역사적 조건의 자장 아래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질병은 증상과 징후에 대한 대답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그 의미에 대한 물음에더 가까울지 모른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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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 의학과 인문학의 경계 넘기
황임경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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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 쓰디쓴 약을 삼킬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경험을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우리는 건강해져 있을 것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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