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유영규 외 지음 / 루아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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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의심되면 무조건 검사를 받고 약을 드시도록 하는 게 첫째예요. 증상이 심해지면 요양원에 모시든 요양보호 지원을 요청하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가족이 직접 모셔야 자식 노릇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그게 최선은 아닐 수 있어요. 우리 가족이 혹독한 경험을 치르고서야 깨달은 거예요. 지금 두 분은 행복하세요."

-알라딘 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지음) 중에서

특히 간병 기간이 5년을 넘으면 우울증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간병 기간 ‘1~3년’과 ‘3~5년’에서 ‘중등도’ 이상의 비율은 각각 48.1%와 51.3%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59.9%)을 밑돈다. 하지만 간병 기간 ‘5~7년’은 이 비율이 61.9%로 10% 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7~10년’(65.0%)과 ‘10년 이상’(68.8%)은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간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년 미만’(62.8%)도 높았는데, 아직 간병에 익숙하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가족이 아프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알라딘 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지음) 중에서

하지만 가족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노-노 간병’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앞서 다룬 노-노 간병살인(미수 포함)과 달랐던 건 3대가 한 지붕 아래서 사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간 필자들이 접했던 노-노 간병살인은 대부분 노부부 두 사람만 사는 가정에서 일어났다.
필자들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듣기 위해 할아버지 집을 찾아갔고, 며느리를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며느리는 필자들을 직접 만나는 건 거절하고 전화로만 이야기하기 원했다.

-알라딘 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지음) 중에서

"정신병원? 너나 가라!"
이 말이 도화선이 됐다. 20년 가까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던 아내에게 이 말을 들은 김수창(65세) 씨는 간병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한순간 복받쳐 올랐다. 회한과 비관, 낙담, 분노 같은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김씨는 2018년 2월 19일 아내를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키느니 죽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아내의 목을 졸랐다.

-알라딘 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지음) 중에서

그러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술만 마시면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비관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들한테 추한 꼴 보이면 안 되겠다 싶어 술도 담배도 끊었다. 이게 벌써 수십 년 전이다. 언제나 단정하게 보이려고 했지만, 남들은 늘 추하게만 보는 것 같았다. 사실 큰아들 밥 차려주고 거두는 건 힘들지 않았다. 그냥 큰아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공원에 가서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 끝은 늘 아들, 딸, 며느리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허씨는 할 얘기가 없어 소심해졌다. 실제로 그는 인터뷰 내내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자책했다. 자기가 못나서, 가진 게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우울증은 착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라는데, 허씨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알라딘 eBook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유영규 외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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