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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매튜 메서가 자비로 출판한 <사이버 스톰>은 소설 속에 그려지는
상황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여서 더 집중해서 읽게 되는
극사실주의 디스토피아소설이다.
사이버 테러와 해킹으로 인터넷이 한순간에 마비된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사이버 스톰>
은 자비 출판만으로 미국 최대 서점 아마존 SF 부문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화,인터넷,물류,사회기반시설이 마비되고 이어지는 조류독감 경고와 대형화재에 눈폭풍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며 도시는 혼돈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이버 테러로 인해 전국의 응급 의료 서비스도 엉망이 되고 휴대폰 네트워크도 다운된 상황
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류 독감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처럼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구성요소 중
몇 개만 무너뜨려도 순식간에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뉴욕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마이클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갑자기
중단된 택배 시스템때문에 고객들에게 직접 선물을 전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보스톤으로 면접을 보러가는 아내의 부재로 아들 루크를 데리고 길에 나선 그는 혼란에 빠진
도시의 모습을 보게된다.
외출의 영향인지 아들은 독감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방송도 중단되고,라디오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 수도,전기도 끊기고 연료도 바닥나고 폭설때문에 차를 운전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친구 척과 수지 부부,유일하게 남아 있는 관리인 토니와 함께 생존
방법을 찾던 마이클은 열차충돌사고로 피난해 온 컴퓨터 전문가 빈스의 도움으로 스마트폰간의
통신 연결만으로 만든 메시 네크워크 시스템을 개발해 자신들만의 연락망을 만든다.
고립되어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니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본성을 드러내게 되고,살기
위해 극한 행동도 주저하지 않는다.
작가는 점점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내고, 변해가는지 그 과정을 꼼꼼
하게 그려내는데 그 상황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상상이 가능해서 더 끔찍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소설 속 사람들처럼은 하지 않으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미래를 어둡게 그려내는 디스토피아 소설들은 아주 먼 나라 얘기나 다른 세상 이야기같은
느낌이어서 '그냥 소설이구나!' 하고 봤는데,이 책의 배경과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위에서도
접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더 충격적으로 와닿는다.
모든 도시 기능이 마비된 60여일 동안에 마이클과 주변사람들은 극한의 경험을 하게 된다.
사이버전쟁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사이버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니 인테넷과 연결된 피해만
생각 했었는데,실제로 일어나는 전쟁보다 더 무섭고 빠르게 확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작가는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현실에서 인터넷 활용도에 비해 허술한 보안
체계가 가져올 위험성과 국가간 전쟁터로서의 사이버 세계의 존재를 날카롭게 지적해
주고 있다.
책 속에서는 사이버 테러의 범인으로 러시아 갱,중국의 인민해방군 분파 ,이란의 해킹 그룹,
어나니머스 해킹그룹 등이 언급되는데,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미국에게는 러시아,중국,이란이
커다란 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또한 IT 전문가인 저자의 전문 지식이 소설 곳곳에서 드러나나는데 중요한 연락망 기능을
했던 메시 네트워크나 약탈자나 강도들의 위치를 증강현실 안경을 통해 확인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편리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이버 세상과 인터넷이 방심하면 가장 무섭고 폭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백 번의 말보다 이 책을 통해 더 명확하게 알게 됐다.
본문 중에서 인상적인 몇 몇 구절을 소개한다.
"그럼 이 질문에 대답해 봐. 누가 인터넷을 책임지지? 일상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인터넷 말이야."
"글쎄, 정부?"
"아무도 책임지고 있지 않아. 모두가 인터넷을 운영하는데 아무도 책임은 안 져."(p.14)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이 나라 사람들의 절반은 이게
테러리스트들 짓이라고 하고,나머지 절반은 중국인들의 공격이라고 하고,나머지 반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해."(p.82)
"맞습니다.우린 테러리스트가 두려워서,정부가 우리의 위치,우리가 하는 일에 관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허용하고 있죠.사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게 내버려두고 있고요."(p.239)
"사회기반시설이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것이 시스템 고장의 주된 원인이라는 설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었는데, 누가 공격을 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명령 및 제어 서버들은 전 세계에
걸쳐 있긴 하지만 대부분 미국 내에 있었고, 하나씩 정지되고 있는 중이었다." (p.267)
"사이버 세상과 실제 세상의 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있었다. 사이버 폭력은 실제 폭력과 다름없으며 사이버 전쟁도 실제 전쟁이었다. 우리가 사이버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사이버 시대가 제대로 시작되었다." (p.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