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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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작가인 프레드릭 배크만의 새로운 소설 <브릿마리 여기있다>가
출간되었다.
 성별은 다르지만 나이도 비슷하고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 오베와 브릿마리는
까칠하고 이기적이고 규칙만 강조하는 피곤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시작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이 그립고 보고싶어진다.

 

 40년 동안 살고 있는 아파트 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브릿마리는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고 집을 떠난다.
고용 센터를 통해 얻게된 일자리는 경제위기로 피폐해진 보르그라는 곳에 있는 레크리
에이션 센터의 관리인이다.
 

 휠체어를 탄 미지의 인물이 운영하는 구멍가게 겸 자동차 정비소 겸 우체국 겸 피자
가게가 보르그의 중심이고,마을 사람들은 모두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의 열성팬들이고,
대부분 리버풀을 응원한다.
축구장도 없고 코치도 없지만 아이들은 매일 축구연습을 하는데,여자이지만 축구 실력이
가장 뛰어난 베가와 동생 오마르,토드,파이어릿,맥스,다이노 등이 구성원이다.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공이 길거리를 굴러오면 발로 찰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다.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p.9)

 

           "축구를 할 때는 아무 공통도 느끼지 않아요."(베가)

 

  브릿마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커트러리의 순서를 잘 맞춰서 정리하는 것과 유리세정제
인 팩신,청소에 필요한 과탄산소다이다.
 매일 할 일을 적은 리스트에 따라서 12시에 점심,6시에 저녁을 먹고 윤이 날 정도로 깨
끗이 청소를 한다.
결벽증이라고 보일 정도의 청소 습관은 아마도 그것으로라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쓰럽기도 하다.

 

 모든 것을 남편인 켄트에게 의지하고 살았던 브릿마리는 남편을 떠나면서 운전도 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원칙만을 강조하다보니 때로는 이웃들과 부딪치기도 하지만,편견 없이 똑같이 대하는 브릿
마리의 태도는 무엇인가 부족한 면을 갖고 있는 이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장애가 있거나 가난하다고 편견을 갖지 않고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브릿마리이기때문이다.
휠체어를 타는 미지의 인물이나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뱅크,고아인 베가와 오마르가 다를
것이 없다.브릿마리에게는.

 

               "당신이 좋거든요.당신은 그 뭣이냐,청량제 같아요! 브릿이 없으면 보르그가
                지루하지 않겠어요?"(p.336:미지의 인물)

 

               "브릿마리씨가 저의 눈부신 이야기에요."(p.404 :고용 센터 아가씨)

 

 까탈스럽고 꽉 막힌 할머니라고 생각됐던 브릿마리는 한 번 하고자 하면 꼭 해내고 마는
고집으로 보르그에 축구장을 선물하고 자신의 길을 떠난다.
마음씨 착하고 낭만적인 경찰관 스벤과 함께 새로운 삶을 꾸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브릿마리가 다시 마을에 돌아올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나는 어느 팀을 응원해본적이 없어요. 축구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봐요.
                특정 팀을 향한 열정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에 걸림돌이 될 때도
                있거든요."(p.432 : 법보다 정의를 믿는 경찰관 스벤)

 

평생 꿈꾸던 파리에는 무사히 갔는지,그 곳에서 어떤 일을 겪는지도 궁금하고.

 

               "나는 가끔 파리 꿈을 꿔" (브릿마리)

 

               "보르그는 정확히 그 자리에 있다.예전 그 자리에 있다.보르그 옆에는 두 방향
               으로 난 도로가 있다.하나는 집으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파리로 가는 길
               이다."(p.471)

 

 예순이 넘은 나이이지만 비로소 자신이 오랫동안 꿈꿨던 파리를 향해 떠난 브릿마리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지만,꿈을 향해 한 걸음 나선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브릿마리,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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