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읽고

내 손으로는 고르지 않을 책이지만 8월 독서모임 책으로 이 책이 선정되었다. 문학 장르도 아닌데 쉽게 읽혀졌다. 독일이 부럽다. 우리 나라는 이렇게 될 날이 올까? 정도 생각하고 순식간에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나는 독서모임을 참여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너무 겉만 핥았구나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정말 간만에 두 번이나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독일의 입시제도였다. 독일은 우리나라 수능과 비슷한 ‘아비투어‘란 시험이 있다. 우리는 수능 점수에 따라 점수가 낮으면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갈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원하는 학과와 대학을 갈 수 있다. 이 시험의 통과율은 거의 100에 가깝기 때문이다. 독일은 대학을 다니다가 적성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의 입시는 단 한번의 ‘수능‘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데 말이다. 저자는 독일은 텐샷사회이고 우리 나라는 원샷 사회라고 표현했다.
요즘 의사들이 진료 거부 행위를 보면 나는 우리나라의 줄세우기 교육의 폐해를 보는 것 같다.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 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은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를 보기로 당신이면 어떤 의사에게 진료를 맡기겠냐고 의시협회 홍보물이 도는 것을 봤다. 이 문구를 독일인에게 보여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그들이 비꼬기 위해 만든 후자 문구를 독일인은 택하지 않을까? 독일도 우리나라와 같이 의대 경쟁률이 세다고 저자가 말했다. 독일은 아비투어의 성적은 20퍼센트를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절대 성적순만으로 의사를 뽑을 수 없다. 대신 경쟁률이 있어서 못들어간 사람에게는 대기기간이란 것이 주어진다. 대기기간동안 관련 분야나 연관과목을 미리 수강하고 실습할 기회를 대학이 제공한다. 이런 대기 기간을 기다려온 사람에게 의대에 들어갈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전교1등... 나도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다. 그 어떤 철학도 들어있지 않고 깊은 생각도 필요없는 ˝단순암기˝가 ˝전교1등˝으로 이어지는 귀결, 전문의고 인턴이면 적어도 20대 중반은 이미 넘었을텐데 아직 수능 점수를 언급하는 저 철학은 무엇일까? 수능 고득점이란 원샷을 들이킨 것이 남들보다 5배나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평생의 삶으로 이어지는 사회가 과연 정의로운 사회일까? 내 자녀는 원샷이 아닌 텐샷의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
저자는 촛불집회로 광장의 민주주의는 쟁취했지만 경제, 교육의 일상의 민주주의로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광장에서 ‘민주주위자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들의 연합체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 삶의 태도의 문제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이러한 심성을 내면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독재와 야만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것이 광장의 촛불이 내 마음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타올라야 하는 이유다》
줄세우기 경쟁 교육을 이렇게까지 야만인줄 모르고 비판없이 따라왔던 나부터라도 내 안의 파시즘을 경계해야겠다. 미래의 아이들이 파시즘을 내면화하지 않도록 저자의 말처럼 적응보다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조력해주는 어른들이 많아져서 이 땅에.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졌음 좋겠다. 그리고 지금 힘든 이유는 이 저서의 제목처럼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98퍼센트의 국립대학이 있는 독일, 하버드, 예일등 유명한 사립대학을 가지고 있는 미국조차도 20퍼센트를 넘지않는데 87퍼센트가 사립대학인 한국,
학비도 0이고 바푁이라고 대학생들에게 생활비를 주는 독일/모든 학비와 생활비는 자기 능력껏 감당해야 하는 한국
사회구조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 대한민국이 오길 바란다. 내 딸은 좀 더 행복한 사회에서 살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도 죽지 않았다. 유가족을 만들지 않았다.
"깊이 잠들지는 않을 것이다. 감은 눈꺼풀에서 빛들이 춤을 춘다
타이밍이 적절해야 한다. 너무 빨리 가면 유족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시간을 방해하는게 되고. 너무 늦게 가더 유족들의 충격이 심해지기 때문에 몇분의 차이지만 사려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프티피플을 읽고

퍼플피플?인줄 알았다. 책표지도 공교롭게 보라색이여서. 자세히 보니 피프티피플이였다. fifty people 50명의 사람들?실제로 50명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등장인물도 50명 이상이다보니 소설 속 그들의 나이, 직업도 성향도 프리즘을 통과한 스펙트럼처럼 다양했다.(임상 실험을 아르바이트로 하는 사람, 레즈비언, 감옥에서 죄수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보건의, 시체운반사, 닥터헬기 조종사 등등) 50명의 사람들이 서로 관계가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혀 유기적으로 얽혀 있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은 마지막 챕터 ‘그리고 사람들‘이란 곳에서 모두 등장한다. ˝도마뱀 조프와 친구들˝이란 클레이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영화관에서 화재가 나면서 이 모든 사람들이 화재 현장에서 탈출하면서 만나게 된다. 만나다는 표현이 서로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을 수도 있는데 그 이상의 표현은 못찾겠다. 피프티피플 중에 화재로 죽게 되는 이가 발생할까봐 나는 조마조마 했다. 조바심에 작가의 글을 좇아가면서 글을 읽었는데 ˝아무도 죽지 않았다. 유가족을 만들지 않았다.˝ 문장을 만났다. 다행이였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묘하게 세월호 사건과 오버랩 되었다. 작가는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세월호 참사이후 돌아본 역사와 교훈˝ 이란 책을 참고했다고 적어놓았다. 세월호는 작가의 글로 옮기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유가족을 만들었다˝ 로 요약되는 사건이지 않을까 싶다. 얼마전 읽은 유은이란 책도 화재로 언니를 잃게 되는 유은이의 성장 소설이였다. 소설과 뉴스에서 여러 가지 참사 현장을 접하면 나는 그리고 내 아이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 특히 내 아이는 저런 상황을 겪지 않고 살아야 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지만 살아가는 동안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세월호와 같은 참사를 겪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소설 속 50명의 인물중에서 나는 진선미의 인생이 마음에 들었다. 진선미는 피프티 피플 책에서 한 챕터도 차지 못하는 인물이다. 문우진 챕터에서 등장하는 진선미는 문우진의 두번째 아내이다. 진선미는 복잡하게 꼬인 일도 하하하 호탕한 웃음으로 넘어가게 두는 건지 특유의 키치를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하는지 모르나 그녀의 삶은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다. 단순 명료한 그녀의 삶이 좋다. 의뭉스럽지 않고 투명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또 하나의 삶, 하계범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하계범의 직업은 병원에서 환자들이 죽으면 얼굴을 덮고 장례식장까지 옮겨주는 일이다. 이것도 둘이 하던 것을 병원이 경영이 어려워지자 모두 계남의 일이 되었다. 하지만 가족도 없고 배운거 없는 66세의 계남은 한 명을 더 뽑아달라고 병원에 요구할 수 없었다. 그래도 66세에 이만한 직장은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계남은 어느 날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 친구는 병문안을 오라고 했고 계남은 빈말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친구가 왜 오지 않느냐고 해서 계남은 실제 외출을 허락받아야 했다. 힘겹게 외출을 나왔다. 다행히 그날은 날이 너무 좋았다. 버스 안에 햇빛이 가득하고 ˝깊이 잠들지는 않을 것이다. 감은 눈꺼풀에서 빛들이 춤을 춘다˝라고 작가가 계남의 외출을 묘사했다. 쪽방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66세 하계남의 삶에도 빛이 드리워져 춤을 추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쪽방촌에서 삶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그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잘사는 나라가 얼른 되길 빈다. 계남의 마지막 외출신과 더블어 기억에 남는 구절은 ˝타이밍이 적절해야 한다. 너무 빨리 가면 유족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시간을 방해하는게 되고. 너무 늦게 가더 유족들의 충격이 심해지기 때문에 몇분의 차이지만 사려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이다. 정말 이 직업군에서는 이런 배려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 내 직업군에서 어떤 배려를 하고 있었을까?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까지 포착할 수 있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감사하다.
피프티피플은 특정한 주인공이 없는 소설이지만 모두다 주인공이기도 한 신기한 소설이다. 어릴 때 나는 작가를 꿈꿨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서 많은 사람에게 이름을 알리고 싶은 포부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꿈만 꿨지 습작하나 없는 몽상을 한 것이다. 아무튼 성공한 삶은 남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삶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한 삶만이 인생을 주인공으로 살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왜 그렇게 거창한 생각을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그런 가치관을 지금도 가지고 살아간다면 내 자신의 생이 너무 초라할 것 같다. 특별히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없지만 게으름과 무능함을 자기 합리화란 방법으로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해야 할까? 피프티피플은 주목받지 못하는 나같은 소시민에게 위로가 되는 책같다. 많은 사람들이 너에게 주목하지 못하지만 너로 인한 인생의 발자국은 너가 주인공인 멋진 소설이라고 말이다. 지금의 삶도 괜찮다고, 그렇게 살아가면 모두 다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살아가진 못하지만 누군가는 간직해줄 소설을 하나 쓰고 가는 괜찮은 인생이라고 말이다. 다양한 직업군에게 생길만하고 생각해볼만한 일들을 세심한 문체로 풀어낸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요즘 핫한 그녀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도 빨리 읽어보고 싶다.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