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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훅! 창비아동문고 295
진형민 지음, 최민호 그림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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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침내 내가 그리 착하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나빠지지도 않으면서, 허무맹랑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다음으로는 농담을 배워갔다. 회사에서는 흔쾌히 수락하는 말보다 무사히 거절하는 말들이 더 값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성격에 대한 악평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너스레를 잘 떤다‘라는 평가가 추가되었고, 이후의 생활은 전보다 편해졌다.
밥 시중을 멈추고부터는 싫어하던 상사들과의 사이가 오히려 개선되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은 내가 퇴사하던 날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 나는 "저도 너무 아쉬워요. 우리 꼭밖에서 만나 술 한잔 해요!" 말하고 다시는 그쪽으로 침도 뱉지 않았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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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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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도 너는 먹는구나.
나는 잡식주의자라서 너도 먹어.
그동안 나는 너를 잘 돌봐주지 못했어.
너를 잘 돌본 경험은 손가락에 꼽을 만큼이야.
너를 잘 돌봐서 교실 천장까지 감아지도록 나팔꽃을 피워본 적이 있었어.
너를 잘 돌봐서 교실 천장까지 감아지도록 나팔꽃을 피워본 적이 있었어.
봉숭아 꽃을 피워 아이들 손톱에 물을 들여주고 싶어서 여린 봉숭아 새싹이 꺾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물을 줘 본 적이 있었어.
그 외에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분갈이를 해주지 않아 토마토의 뿌리가 공룡발톱처럼 화분 밖으로 삐져나와서 생명을 다 했어.
물을 자주 않아도 되어서 키우기 쉽다는 시어머니가 주셨던 다육 식물도 10년 전에 내 손을 거쳐 가서 생명을 다했어.

나 같은 사람에게 너는 말을 하고 있구나.
관심이 지나쳐 물이 넘치면 뿌리가 물러지고
마음이 멀어지면 곧 말라 버리지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여주고
겨울이 오면 따뜻한 곳으로 옮겨 주는 일,
필요할 때를 알아 거름을 주는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는 것일 뿐
조금만 도와주고 적당히 관심을 가졌으면 너를 그리 보내지 않았을 텐데
예전 같으면 지나쳐 버릴 가게들에 눈에 들어와.
이제 나도 너를 돌볼 수 있는 거리를 조금은 알지 않을까 하고
수줍게  용기 한 줌 꺼내서
퇴근길에 조그만 화분을 안고
너를 정성스럽게 만져주고 싶어.
물론 네가 원하는 만큼만 해줄게.
네가 인간인 나에게 소중한 지혜 한 줌 속삭여줬잖아.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라고.
너는 식물이고 나는 인간인데
우리네 사이는 너무 똑같은 것 같아.
그동안 인간이라고 우쭐대서 미안해.
적당한 거리에서
너를 지켜보고 보살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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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되는 꿈
루시드 폴 지음, 이수지 그림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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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내가 하는 책 모임에서 동네서점 탐방을 간 적이 있다. 동네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고르라고 회장님이 말했다. 나는 무슨 책을 고를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는데 책모임 회장님이 자신의 최애 책이라고 ‘물이 되는 꿈‘을 나에게 추천해주셨다. 좋아하는 루시드폴과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이수지 작가님의 조합이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있었다. 내 딸과 한 번 읽은 다음 조용히 책장에 반 개월 넘게 방치되어 있었다.
4월의 춤을 듣고 플레이리스트에 루시드 폴 노래를 듣다 보니 아 우리 집에 루시드 폴 책이 있었지란 생각이 퍼뜩 들어 묵혀 두었던 ‘물이 되는 꿈‘을 다시 펼쳤다. 작년에 이 책이 내게 와 닿지 않았던 것은 ‘루시드 폴이 노래하고‘ 이 부분을 잊고 멋있는 병풍책 하나 득템 했다는 생각에 그림만 쓱 봤다. 오늘은 루시드폴이 노래하고에 초첨을 맞춰 노래와 함께 이 책을 감상했다.
노래를 입은 책은 예전의 책과 다른 책이었다. 노래와 함께 듣지 않고 읽었던 책은 그럭저럭 김치찌개 맛을 내는 동네 맛집 같았고, 노래와 함께 감상한 이 책은 특별한 묘수를 지닌 전국에서 유명한 맛집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꽃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누군가의 별이 되는 사람을 꿈 꾸기도 한다. 가뭄이 심한 나라는 무엇이든 비가 되어 마른땅에 촉촉한 단비를 적셔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나는 커다랗고 단단한 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큰 충격에도 마모되지 않고 누군가 엉덩이를 대고 앉고 가는 큰 돌이 되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몇 천년 간 꿈쩍하지 돌,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에 돌으로라도 무한하고 싶었다.
나는 바람이 되는 꿈도 꾸었다. 정처 없이 훅 떠나는 바람처럼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방랑기를 아는 지인들은 내게 ‘자유부인‘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있음에도 내 취미 생활을 약간이나마 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육아 조력자 우리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바람이 일면 어느 장소든 훅 떠나버리고 싶은데, 아이가 크니 학교부터 걸려서 이것 또한 쉽지 않다. 내가 늙어가는 것은 슬프지만 딸아이가 성인이 되면 나는 바람처럼 훅 떠나고 싶다. 타 시도로 이곳저곳을 파견 다니면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기도 하다.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오늘 다시 만난 ‘물이 되는 꿈‘은 조금은 거칠어진 나의 마음을 촉촉하게 달래 주었다. 이 책은 그림책인 동시에 루시드 폴 노래의 악보가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기타 코드도 간단하고 반복되는 리듬도 많아서 기타를 나처럼 어설프게 배우기만 했던 사람들도 쉽게 쳐 볼 수 있는 곡이다.
두 천재의 조합은 몇 년간 방치된 기타를 나로 하여금 꺼내게 했다. 비록 1번 줄이 끊어져 웃픈 연주를 했지만 말이다. 남편에게 1번 줄을 사 오고 줄을 갈아달라고 부탁했다. 당분간 나는 바쁜 남편 덕분에 나는 아직도 웃프게 연주를 해야만 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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