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산문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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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가 장기하와 방송을 한다고 했다. 그 둘의 콜라보가 재미날 것 같다. 장기하가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장기하가 책을?나는 일정에 방송날짜를 적어두었으나 그낭 방송을 듣진 못했다. 그런데 ˝상관없는 거 아닌가?˝란 책 제목은 언젠가 꼭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싶었지만 며칠전 동생이 ˝책 좀 그만사, 한번 보고 읽지 않잖아. 빌려봐 제발. 집에 책 짐이 늘어나는 거 싫어!˝라는 잔소리가 생각나 도서관에 책 예약을 해놨다. 몇번에 공짜로 얻을 기회도 있었지만 책 예약 순번을 기다려보자는  쓸데없능 오기로 나는 2달만에 이 책을 접했다.
장기하라는 뮤지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번 공연을 본 적도 있고 그의 음악도  꽤 많이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두었다. 좋아하는 뮤지션이긴 했지만 그가 펴낸 책에 대한 기대는 단순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책이 괜찮았다. 음 살껄 그랬나 싶은 책이다. 이 책에 장기하가 언급했듯이 기대를 안했던 영화, AI가 추천해줬던 chill mix 음악들이 좋았듯이 나도 그에게 살짝 미안하지만 기대치 없이 접한 책이라 더욱 좋았다. 그리고 그는 뮤지션으로 나는 직장인으로 그는 파주에서 나는 충청도민으로
그는 창작을 업으로 나는 창작을 취미로 살아가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프렌즈‘에 대한 언급, 그를 유명하게 만든 ‘싸구려 커피‘에 대한 추억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 나와 사는 곳이 다른 먼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을 차고 싶은 순간이지만 어린 날의 나는 그깟 성적이 뭐라고 하나만 틀려도 부들부들 떨고 그랬었다. 1개 밖에 안 틀린 나를 칭찬하지 못했고 1개나  틀린 나를 미워했다. 그깟 성적이 뭐라고 말이다. 그렇게 좁은 시선으로 대학을 들어갔고 직장을 갖게 되어 오늘 40대의 문턱에 왔다.  내 직장에서도 승진 코스를 밟을 수 있지만 대학과 직장을 다니면서  나는 돌을 맞았는지 내 스스로 경쟁 구도에서 밀려나는 삶을 택했다.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들이 어느 날 승진해서 나의 상사가 되는 날이 있겠지만 뭐 ˝상관없는 거 아닌가?˝  암기력이 좋았는데 지금은 굳이 외우려 들지 않는다. 그래도 뭐 ˝상관없는 거 아닌가?˝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문구는 삶을 다 산 듯 관조적이고 힘을 빼는 말같지만 나처럼 생의 뚜렷한 목표없이 평범하게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삶도 괜찮다는 위로의 말같다. 모두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자수성가하는 삶을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책에서 그가 언급한 비틀즈의 Abbey Road의 노래도 들어보았고, 나의  뮤직 chill  mix가 궁금하여 뮤직 어플이 추천해주는 음악도 들어보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영화는  계륵같은 넷플릭스에는 나오지 않아 숙제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의 책 ‘시대를 앞서간 명곡‘ 챕터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얼마전 빅뱅의 노래를 들으면서 빅뱅 노래는 요즘 들어도 참 세련되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요즘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것이 잘 만든 것의 반증이라고 믿었다. 과학기술은 앞으로 진보하지만 예술은  앞으로 나아가는가?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은 수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는가?는 그의 끝없는 질문을 보고 옛 음악을 대하는 옛 문학 작품을 대하는 나의 자세에 돌을 한대 맞는 기분이었다. 현대의 잣대가 세련된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자이다. 그냥 다른 것보다 트렌디할뿐 트렌디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향유하능 사람이 있다면 뭐 ˝상관없지 않은가?˝

딸이 엄마는 내가 공부를 잘하고 대학을 좋은데 갔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이책을 들이밀며 ˝상관없는 거 아닌가?했다. 다른 엄마들은 공부 잘하라고 한다던데 엄마는 이상하다고 했다. 그래서 더 좋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꼴등을 해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또 책을 들이밀며 ˝상관없는 거 아닌가?˝했다. 그 외에 물음에도 이 책을 들이밀었지만 마지막 물음에 이 책을 들이밀었을 때  발끈했다.
˝엄마는 내가 행복 안해도 상관 없어?˝ 아차. 물음을 흘려듣고 책을 내 밀었다. 니 행복은 상관있다고 했다. 너가 공부를 잘하든 대학을 잘가든 상관은 없능데 니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쓰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상관 있다고 말하며 꼭 안아줬다. 딸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자녀의 행복만큼은 상관 있지만 대부분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든 상관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사법부가 나의 투표권에 대해 응징하는 요즘을 보니 그건 참 상관 있는것 같다. 나는 민주주의 시민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나처럼 40대 초반의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어볼만 한 것 같다.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나서 드는 생각들은 제법  묵직하다.  나의 서평이 그 책을 읽어볼만큼만 닿았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신은 이 책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만큼 수려한 글솜씨를 주시지 않으셨다. 허긴 어찌쓰던 남한테 해악만 안된다면  상관없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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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리숙했어도
제 법 괜찮았어,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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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글방추서영코로나는 참 못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친구가 없는 것일까?
코로나 바이러스는 친구가 필요한 건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왜 우릴 괴롭히는 걸까?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릴 부러워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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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고 말했다. 어떤 어른은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말했다.
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애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를 반복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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