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안녕
도수영 지음 / 빈페이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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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파민과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SF 단편집 『모두의 안녕』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파민 터지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단편집이다.

『모두의 안녕』이라는 제목과 따뜻한 분위기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잔잔한 힐링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 보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기후위기 이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다섯 편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충격적인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이런 상상까지 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손이 향했다.



이 소설집은 기후위기를 단순히 배경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기후위기 이후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 단절되고, 고립되며, 점점 연결을 잃어 간다. 각 단편의 배경과 소재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에는 '사람은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강렬한 소재 때문에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오히려 단절과 고립이라는 감정이 오래 남았다. 미래를 그린 이야기인데도 지금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섯 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오늘기록」이었다.
매일 기억이 초기화되는 사람들은 어제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채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도 매일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나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작품은 하나의 반전에 의존하지 않는다. 작은 의문들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세계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다섯 편 중 가장 완성도가 높게 느껴진 작품이었다.


반대로 「루틴을 지키기는 어려워」는 가장 익숙한 일상을 가장 기괴한 상상으로 비튼 작품이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소비하는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외에도 「모두의 안녕」, 「아이가 자라는 동안」, 「R300」까지 각기 다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단절과 고립,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이어지려는 인간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도파민 넘치는 전개 때문에 계속 읽게 됐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 평소 SF를 많이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추천하고 싶은 소설집이다. 반전과 몰입감, 그리고 읽고 난 뒤 오래 남는 질문까지 모두 갖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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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피치
이서현 지음 / 한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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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매달려 있는 청춘들을 위한 이야기
『여름의 마지막 피치』

"재회의 벽을 오르면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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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한 문장이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재회의 벽'은 단순히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는 장소가 아니라, 각자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만나기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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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을 앓는 요리 유튜버, 슬럼프에 빠진 무명 성우, 신이 떠나버린 젊은 무당, 만년 2등인 국가대표 클라이머, 그리고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클라이밍센터장까지.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벽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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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명 중 2명. 성우의 시작에서 현수는 분명 그 2명 안에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수의 자리는 없다. 제각각 재능을 빛내는 순간에 어디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기분. 아무리 애써도 여기까지라고 누군가 말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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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남은 인물은 무명 성우 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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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명의 지원자 중 단 두 명만 공채 최종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탈락하고, 아르바이트 성우를 전전하며 꿈을 이어 간다. 열심히 녹음한 작품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통째로 편집되기도 하고, 친구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계속 이 길을 가도 되는 걸까'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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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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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까지 갔지만 결국 탈락한 경험이 있다. 최종까지 갔다는 과정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불합격이라는 결과뿐이다. 그래서 나 역시 여러 번 '이 길이 맞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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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욱 좋았던 것은 현수이야기의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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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성우는 갑자기 유명해지지 않는다. 작은 악당 역할 하나를 맡게 될 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배역을 통해 자신이 왜 성우를 꿈꾸기 시작했는지를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힘들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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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을 읽으며 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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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이 반복되면 어느새 목표는 '합격' 하나만 남게 된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이 길을 꿈꿨던 이유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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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굳이 클라이밍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도 읽고 나서야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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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은 정상에 서 있는 순간보다 벽에 매달려 다음 홀드를 찾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벽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자신의 삶에 계속 매달려 있는 우리의 모습처럼 보였다. 포기하고 싶지만 손을 놓지 못하고, 또 한 번 손을 뻗어 다음 홀드를 향해 올라가는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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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속 '피치(Pitch)' 역시 복숭아가 아니라 클라이밍 용어다. 긴 루트를 여러 구간으로 나눈 하나의 구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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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하나의 거대한 완등이 아니라 수많은 피치를 하나씩 넘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어떤 구간에서는 미끄러질 수도 있고 잠시 멈춰 설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다음 피치를 향해 손을 뻗는 사람이 결국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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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함께 보내주신 스티커로 책꾸를 하면서 표지를 다시 천천히 들여다봤다. 처음에는 제목 때문에 복숭아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책을 읽고 나니 하늘색 배경과 클라이밍 홀드가 더 먼저 보였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표지가 다르게 보인다는 점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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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피치』는 거창한 성공담을 들려주는 소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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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지금도 벽에 매달린 채 자신의 다음 홀드를 찾고 있는 청춘들에게, 잊고 있던 처음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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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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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인문학 - 비늘과 딱지, 날개맥이 누설하는 ㅣ 지식 벽돌
이상헌 지음 / 초봄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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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곤충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름이면 모기를 원망하고, 길에서 벌레를 보면 피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곤충 인문학』은 그런 시선을 조금 바꾸어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모기 이야기였다. 암컷 모기만 피를 먹는 이유가 번식을 위한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단순히 사람을 괴롭히는 존재로만 보이지 않았다.

또한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나보코프와 나비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롤리타』 이전의 그의 삶과 나비를 향한 집념은 작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가 곤충 사진작가인 만큼 책에 수록된 사진들의 완성도도 높다. 이름만으로는 낯선 곤충들도 사진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나처럼 곤충에 무관심했던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읽고 나면 길가의 작은 곤충 하나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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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지음, 리처드 맥스웰 해설,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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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을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늘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과 '읽고 난 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먼저 떠올립니다. 조지 오웰의 『1984』, 서머싯 몸의 『면도날』이 그렇듯,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도 그 목록에 넣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정의와 복수, 희생과 구원,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 시드니 카턴의 선택이 어떤 의미였는지 곱씹게 되었고, '구두'가 마지막에는 처형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구두 소리'로 이어지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최고의 시작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라는 첫 문장은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비로소 완전히 이해되었습니다. 혁명은 누군가에게 희망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망이었기 때문입니다.


분량은 다소 있지만 번역이 자연스러워 생각보다 술술 읽혔고, 특히 펭귄클래식 리커버 디자인도 소장 가치가 높았습니다. 고전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때는 최고의 시작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고, 믿음의 시기이자 불신의 시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고,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으나 아무것도 없었으며, 우리 모두 천국을 향해 곧장 나아가고 있었으나 모두가 정반대의 길로 치닫고 있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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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 국내 유일 장별 해설 수록 ㅣ 현대지성 클래식 77
존 메이너드 케인스 지음, 현동균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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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모든 내용은 직접 읽고 작성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경제학의 고전이라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장별 해설과 상세한 각주 덕분에 생각보다 흐름을 따라가기 좋았습니다. 케인스는 실업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유효수요 부족이라는 경제 시스템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앞으로 팔릴 것이라는 믿음"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9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청년실업, 경기침체, 정부의 재정정책 등 오늘날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전해주는 고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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