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이의 해부학
애슐리 엘스턴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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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릴레이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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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 죽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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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의 죽음을 둘러싸고 의심스러운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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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동업자였던 변호사 행크다.
벤은 행크와의 계약을 종료하려고 했고, 벤이 죽는다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 역시 행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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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내 캐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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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밀은 벤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싶어 했다. 남편의 죽음으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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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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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밀은 벤을 조사하던 중, 그가 오브리라는 여성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캐밀과 오브리의 기묘한 협력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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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누가 범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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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나도 단순히 이 사람, 저 사람을 의심하면서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약간 명탐정 코난을 보듯이 ‘이 사람이 수상한데?’ 하면서 단서를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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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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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비밀이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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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이 사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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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으면 이야기가 다시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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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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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으면 또 하나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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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등장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앞에서 읽었던 장면까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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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목처럼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알리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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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범행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다는 사실.
그렇다면 정말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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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 보였던 알리바이가 오히려 의심스러워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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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외였던 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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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당연히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이 책에는 추리 외에도 꽤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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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캐밀, 성공과 도덕성, 빈부격차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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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을 따라가며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사정과 삶을 들여다보다 보니,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만을 생각하며 읽게 되는 소설은 아니었다. 최종장으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의 삶을 응원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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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추리의 재미가 약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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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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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비밀이 풀리면 이야기가 끝날 것 같지만, 이 소설은 쉽게 끝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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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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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세한 반전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스포일러를 알고 읽는 것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직접 의심하고, 추리하고, 틀려보면서 읽는 편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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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정말 완벽한 알리바이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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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 - 경제지 홍 기자가 알려주는 똑똑한 절약의 기술
홍승완 지음 / 가디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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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

나는 늘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고 느낀다. 분명 월급날에는 돈이 들어왔는데 이것저것 결제하고 나면 어느새 얼마 남지 않아 있고, ‘이번 달에는 좀 아껴 써야지’라고 다짐하면서도 비슷한 소비를 반복하곤 했다. 그래서 『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는 지금의 나에게 꽤 잘 맞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내 소비습관이 자꾸만 오버랩됐다. ‘이건 나도 그런데?’ 싶은 부분이 많아서 공감하는 동시에 양심이 꽤 찔렸다. 단순히 무조건 아끼라고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왜 돈을 쓰게 되는지부터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 좋았다.

책은 크게 절약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중간중간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절약 팁을 부록처럼 덧붙이는 구성이다. 먼저 소비 습관을 돌아보게 하고, 그다음에 ‘그렇다면 어떻게 아낄 수 있을까?’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디드로 효과였다. 디드로 효과는 새로운 물건을 하나 구매한 뒤, 그 물건과 어울리도록 주변의 다른 물건까지 계속해서 구매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부분을 읽자마자 내 경험이 바로 떠올랐다. 한때 에어팟을 선물받은 뒤 이른바 ‘애플병’에 걸렸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에어팟 하나였는데, 어느 순간 아이폰을 사고 아이패드를 사고 맥북까지 사고, 결국 아이맥까지 구매하고 나서야 멈췄다. 지금 생각해보면 각각의 물건이 꼭 필요해서 샀다기보다, 하나를 사고 나니 다른 제품들도 맞춰 갖고 싶어졌던 것 같다. 책에서 설명하는 디드로 효과를 아주 제대로 경험한 셈이다.

절약 팁 중에서는 영수증을 버리지 않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평소에는 결제가 끝나면 영수증을 바로 버리는 편인데, 영수증 리뷰처럼 소소하게 적립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이런 것도 절약이구나’ 싶었다. 큰돈을 한 번에 아끼는 것보다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던 작은 돈까지 챙기는 습관이 짠테크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기분이 곧 소비로 이어지는 태도, 물건을 살 때 전체 가격보다 '한 달에 얼마만 내면 된다’는 할부 금액만 보고 판단하는 습관 등 공감되는 내용이 정말 많았다.

특히 할부는 나 역시 소비할 때 자주 빠지는 함정이라 뜨끔했다. 할부로 결제하면 당장 빠져나가는 금액이 적어 보여서 부담이 덜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내가 지불해야 하는 총액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 달에는 이 정도만 내면 되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소비 습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절약은 단순히 돈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 돈을 쓰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동적으로 결제하기 전에 정말 필요한 소비인지, 기분을 달래기 위한 소비는 아닌지, 한 번의 구매가 또 다른 소비를 만들어내지는 않을지 생각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는 왜 이렇게 돈을 못 모으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소비 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뜨끔했고, 반성도 많이 했다. 이제는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가기만 하지 않도록, 적어도 내가 어디로 보내고 있는지는 제대로 알고 싶다.

나처럼 돈을 모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매달 소비를 반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거창한 재테크보다 먼저 자신의 소비습관부터 점검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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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미래 - 문화자본의 무한가치 세계유산 2.0
강상규 지음 / 가디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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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본의 무한가치, 세계유산 2.0

BTS가 광화문광장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평소 좋아하던 BTS의 공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광화문이라는 공간에서 공연이 열린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수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광화문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K-POP 그룹이 공연한다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공연 당일에는 현장에 가지 못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공연을 지켜봤다.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과 전 세계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놓인 광화문을 화면으로 보고 있으니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BTS의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한 장면에 겹쳐지는 역사의 순간을 함께 감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그저 멋진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상규의 『과거의 미래』를 읽고 나니 그 장면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과거의 미래』는 부제인 「문화자본의 무한가치, 세계유산 2.0」에서부터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저자는 문화유산을 단순히 과거에 존재했던 것을 잘 보존해 후대에 넘겨주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과거에 축적된 문화적 가치를 현재의 문화와 연결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면서 미래의 가치로 확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BTS의 광화문 공연은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 좋은 사례였다.

광화문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공간이다. 과거에는 궁궐의 정문이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광장이 되었고, 때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BTS의 공연에서는 아리랑과 한복 등 한국적인 요소가 현대적인 무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꺼내놓은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화와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것이 '유산 2.0'이라 부르는 패러다임 전환의 첫 정의다. 유산 이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매일 다시 쓰는 미래를 향한 약속 이다. 그리고 그 약속의 첫 번째 책임자는 매일 광장을 걸어가는 우리 들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문화재청이 유산청으로 이름을 바꾼 이야기, 1,000년 전 무속이 K-pop과 만난 데몬 헌터스 등.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라 어려울거라 생각했지만, 친숙한 사례를 예로 들기 때문에 술술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깊었던 이야기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였다.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가 놀랐던 것은 불길의 크기만이 아니었다. 복원을 위한 기부금이 엄청난 속도로 모였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화재 발생 하루 반 만에 재건을 위한 기부 약속이 약 10억 달러, 당시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규모에 이르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파리의 노트르담이 불탄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파리에 살지 않는 사람도 있고, 프랑스인이 아닌 사람도 있다. 노트르담에 가본 적조차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내 집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내 일자리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돈을 냈다.

왜였을까?

노트르담은 누구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수백 년의 역사와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예술과 이야기가 쌓여 있기 때문에 누구도 온전히 소유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지키고 싶어 하는 가치가 만들어진다.

나는 이 부분이 문화유산이 가진 가장 흥미로운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개인이 그 자산을 직접 소비 하거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단지 그것이 지구상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가치를 인정하고 편익을 얻는다는 이론, 즉 비사용가치의 정체다. 이 개념의 렌즈를 통 해 바라볼 때, 노트르담의 그 뜨거웠던 24시간은 우연한 감정 적 충동이 아니라 인류가 물려받은 유산이 지닌 가장 본질적인 경제학적 법칙의 발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어떤 물건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는 보통 가격을 생각한다. 얼마에 살 수 있는지, 얼마에 팔 수 있는지,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만들어내는지처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문화유산에는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가치를 느끼는 것이 있다.

노트르담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내가 돈을 많이 낸다고 해서 노트르담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곳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돈을 내놓았다.

소유할 수 없는 가치가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을 움직인 것이다.


2024년 복원이 마무리된 뒤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150개국에서 약 34만 명이 복원을 위해 기부했고, 모인 기부금은 8억 4,600만 유로에 달했다. 이 숫자를 보고 있으면 문화유산의 가치를 단순히 관광객 수나 관광 수입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문화유산을 위해서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그곳에 가격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미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문화유산은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유산은 현재의 문화와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광화문에서 BTS의 공연을 보며 느꼈던 것도 바로 그런 장면이 아니었을까.

조선시대의 궁궐을 지키던 공간이 수백 년이 지난 뒤에는 K-POP 공연의 배경이 되고, 그 모습을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바라본다. 그 순간 광화문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문화적 공간이 된다.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문화유산을 생각하면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부터 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것만이 문화유산을 지키는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문화유산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때 살아 있는 것이 아닐까.

노트르담은 사람들이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통해 그 가치를 다시 확인하게 했고, 광화문은 BTS를 만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는 무너질 뻔한 과거를 지키려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공간 위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이었다.

전혀 다른 장면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문화유산의 가치는 과거에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갈 때 이어진다는 것.

그래서 제목이 『과거의 미래』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지만,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연결하느냐에 따라 과거는 계속해서 다른 미래가 될 수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넷플릭스로 바라봤던 BTS의 광화문 공연도 단순히 한 번의 공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수백 년 전의 공간과 지금의 음악이 만나고, 그 장면을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바라봤다.

과거가 사라지지 않고 현재와 만나 새로운 장면이 되는 순간.

아마 내가 그날 화면을 보면서 느꼈던 묘한 감정도 그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 독서편식클럽 1기를 통해 평소라면 쉽게 선택하지 않았을 주제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과거의 미래』를 읽고 나니 앞으로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오래된 건물을 보며 단순히 ‘얼마나 오래됐을까?’를 생각하는 대신, ‘이곳에는 어떤 가치가 쌓여 있고,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그 가치까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니까.

📚 도서 제공
이 글은 가디언 출판사 독서편식클럽 1기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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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세계의 신과 내일 비가 올 확률
경민선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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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건 ‘도박’이라는 소재였다.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정평읍. 이곳은 쓰레기 매립지를 받아들이는 대신 카지노를 얻게 된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른들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세 친구, 리아·상돈·다은이 있다.

주인공 리아는 쓰레기 더미에서 우연히 마이닝 머신을 발견한다. 이 기계는 주변의 데이터를 수집해 도박에서 이길 확률을 알려준다.

그런데 이 확률이 조금 이상하다.

단순히 주사위를 던졌을 때 1이 나올 확률이 몇 퍼센트라는 식이 아니라, 습도나 시간처럼 사소한 환경의 변화와 주사위의 결과 사이에서 일정한 규칙을 찾아낸다.



이 설정이 꽤 흥미로웠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확률을 알고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

한편으로는 카지노에서 상대방의 패를 훔쳐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부정행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리아가 카지노의 규칙을 조작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세계에 존재하고 있던 법칙을 먼저 발견했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리아가 살아가는 세계 자체가 결코 공평하지 않다.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쓰레기 매립지에서 살아가고,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곳.

그런 세계에서 리아가 자신이 발견한 규칙을 이용해 살아남는 것을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소설에서 도박은 단순히 돈을 따고 잃는 게임이 아니라, 불공평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규칙을 이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계속 신경 쓰였던 인물이 있다.

바로 카지노의 주인 정소열이다.

정소열은 자신이 만든 카지노가 리아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리아의 모습을 보며 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처음에는 이게 굉장히 이상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카지노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왜 저렇게까지 리아에게 집착할까?

그런데 정소열이 신을 믿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다.

정소열은 신을 믿지 못해서 근거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믿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믿음이 옳다는 근거를 찾고 싶은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정소열이 믿는 ‘신’을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신념’으로 해석해보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믿고 살아가는 것이 정말 옳은지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지금까지의 삶이 틀리지 않았는지, 내가 믿어온 가치가 정말 의미 있는 것인지.

정소열이 리아에게서 찾으려 했던 것도 단순히 신의 존재를 증명할 증거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이 지금까지 믿어온 삶을 계속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였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정소열과 리아가 묘하게 닮아 보인다.

정소열은 신을 믿지만 그 믿음의 근거를 찾고, 리아는 마이닝 머신이 보여주는 확률을 믿지만 그 확률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무언가를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제목에 등장하는 ‘신’과 ‘확률’도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운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확률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신의 뜻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정말 객관적인 진실일까?

아니면 내가 살아온 삶과 경험에 따라 같은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리아의 마지막 선택까지 이어진다.

소설은 마지막 순간에 리아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무엇을 믿고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서 오히려 그 부분을 계속 생각하게 됐다.

리아는 정말 결과를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알 수 없었지만 믿었던 걸까.

그리고 만약 후자라면, 결국 리아 역시 정소열과 마찬가지로 확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믿고 선택한 것은 아닐까.


처음에는 ‘도박으로 돈을 버는 아이’라는 설정이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도박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난과 사회적 보호의 부재, 신앙과 신념, 운명과 확률, 그리고 인간은 무엇을 믿으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작가가 모든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이닝 머신은 정말 무엇이었는지, 확률과 운명의 경계는 어디인지, 신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답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결국 질문이 책 속 인물에게서 나에게로 옮겨온다.

나는 무엇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정말 옳다는 근거를 나는 가지고 있을까.

혹은 확실한 근거가 없더라도, 결국 무언가를 믿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도박이라는 독특한 소재에서 시작해 생각보다 훨씬 넓은 질문을 던졌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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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고백하지 마세요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8
김혜정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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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눈길이 갔던 책입니다.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청춘의 설렘을 잘 담아낸 것 같았고, 제목까지 더해져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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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고백하지 마세요』는 AI 채팅 앱의 오류로 서로를 AI라고 믿게 된 두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상대가 AI라고 생각했기에 평소에는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과 상처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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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남자 주인공은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전학생이지만, 차가운 성격 때문에 친구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익명의 채팅에서는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씩 드러내고, 유론 역시 진심을 전하며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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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유론이 먼저 상대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의 심리 변화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혼자만 진실을 알고 있다는 상황이 답답하면서도 긴장감을 만들었고,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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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은 웹툰을 보듯 술술 읽히는 전개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대화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장면 전환도 빨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고, 청소년 소설 특유의 풋풋한 감성도 잘 살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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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AI를 소재로 한 로맨스라고 생각했지만, 읽고 나니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 성장소설에 더 가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위로를 건네며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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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상이 된 지금, 이 작품은 'AI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은 언제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진심 어린 대화가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읽고 난 뒤에는 따뜻한 여운이 오래 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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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다산책방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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