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 달콤 쌉싸름한 내 삶의 모든 순간
홍승찬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듦에 따라 아는 것도 많아지고 생활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일상을 돌아보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새로운 곳을 가기보다는 매일 가는 길, 매알 가는 곳이 정해져 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기 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것, 친숙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즐겨듣는 음악을 들 수 있다. 새로운 음악들이 만들어지고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쉽게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음악을 열심히 찾아듣지도 않고, 즐겨듣는 음악이 의외로 많지 않다. 아는 곡 몇 곡만 반복해서 듣고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물론 이런 생활이 나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전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제목의 베스트 셀러 책이 있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세상은 넓고 알아두고 들을 만한 것도 많다'라는 식으로 변형해 볼 수 있기에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정보나 음악이 아니어도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을 알려고 노력하고 알아감으로 인해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을 주고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홍승찬 교수가 쓴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은 '음악'이라는 장르에 대해 몰랐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보따리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책 제목에 '클래식'이라고 언급되어 있지만, 흔히 '클래식'하면 '서양고전음악'을 떠올리기도 하고 홍승찬 교수가 소개하는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 대부분이 '클래식'과 관련된 것들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음악'과 관련된 내용들도 있기 때문이다.


총 38개의 글로 구성된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은 특정 음악곡에 한정되지 않고, 악기, 작곡가, 연주자, 지휘차, 음악 축제, 음악인, 공연장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타리스트 신중현에 관한 글을 통해 세계적인 기타 제작사 펜터(Fender)사가 2009년 신중현을만을 위한 특별한 기타를 제작해서 헌정했으며, 이처럼 세계에서 하나뿐인 기타를 헌정받은 사람들 중에 6번째일 정도로 훌륭한 음악가이지만 우리에겐 잊혀져있던 신중현의 음악의 가치를 인정하고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2010년 광복절 음악회때 서울시향과 그의 대표곡인 '아름다운 강산'을 연주했었다고 한다. 불과 5년 전 일인데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야기였다.


악기와 관련된 이야기 중 첫번째 글에 소개되었던 바이올린 명기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 첼로의 명기 아마티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소개된 일화가 인상적이었는데, 강남역에서 2007년 어느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거리의 악사처럼 70억 원대의 스트라디바리를 연주해서 큰 화제가 되었었다는 것이였다.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미국에서 연주했던 일화는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세계 최고의 공연장 카네기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리모델링이 필요했을 때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이 리모델링을 주도해서 훌륭한 공연장으로 재탄생되었다고 한다. 카네기홀과 관련해서 기억해 두어야 할 사람으로 지노 프란체스코니를 소개하고 있는데, 카네기홀과 관련된 역사적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기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덕분에 100여 년이 넘은 공연장의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는 수많은 자료들이 모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으며, 저자의 말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장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음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읽었던 책 중에 <세계의 오케스트라>와 <길 위의 오케스트라>라는 책이 있었는데, 두 책 모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오래된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어서 놀라웠다. 근대화 시기가 늦었고, 광복 후 전쟁으로 페허가 되었다가 회복된지 불과 75년이라는 세월로 인해 기록으로 남길 만한 자료가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30년 후, 50년 후를 기약하며 역사적 발자취를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음악제 중에 브레겐츠 페스티벌과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어느 영화관에서 브레겐츠에서 열린 오페라를 상영한다는 포스터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축제였는데, 어떻게 시작되었고 현장에서 음악을 듣는 감동이 어떠했는지를 저자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 언젠가 나도 그 축제를 보러 여행가보고 싶다는 꿈도 가지게 되었다. 


솔직히 책 속의 글 하나하나가 그동안 몰랐던 음악들, 음악과 관련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에 다 인상적이었다. 음악과 관련하여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어 볼 수 있도록 부록 CD로 제작해서 책 구매자들에게 제공하거나 책 홍보사이트에 음원을 들을 수 있도록 독자들을 배려해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웠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 들어보았지만, 번거롭다보니 몇 곡 찾아 듣다가 포기했기 때문이다. 미술 관련 책들은 그림을 책에 인쇄해서 보여주기에 글을 읽으며 그림을 볼 수 있어 이해가 쉬운데, 음악 관련 책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는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옹동스 1 - 나는 행복한 고양이 집사 ㅣ 옹동스 1
Snowcat(권윤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동거하는 고양이와의 일상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기록한 스노우캣(snowcat.co.kr)을 알게 되어 종종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보면서 어느새 팬이 되었다. 스노우캣 덕분에 '아메리칸 숏헤어'라는 고양이를 알게 되었고, 고양이 특유의 행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더 좋아하고 오랫동안 키웠기에 고양이는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반려동물이었다. 하지만 스노우캣 덕분에 언젠가는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 스노우캣의 작가 권윤주의 신간 <옹동스1>은 어느 모바일앱에서 연재되었던 작가의 두 고양이 나옹과 은동이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라고 한다.  2년 전 두번째 반려고양이 은동이를 입양하게 된 계기서부터 두 마리 고양이를 함께 살게 하는 과정과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서 자리잡는 과정을 보여주는 <옹동스1>은 권윤주 작가의 전작들처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음에 웃음짓고,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14살 고양이 나옹이와 작가가 함께한 시간이 벌써 12년이 되었다니 놀라웠고, 2년 전 나옹이를 위해 둘째 은동이를 데려오고, 좀더 좋은 환경에서 반려묘들과 살기 위해 이사를 가고, 조금씩 아늑한 공간으로 고쳐나가는 과정을 보며 작가의 열정에 감탄했고, 부러웠다. 두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같이 키워본 사람이라면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 신기해하고 깜짝 놀라곤 하는데, 나옹과 은동 역시 타고난 성격이 많이 다름을 엿볼 수 있었고, 이를 잘 보여준 작가의 관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과거에 그린 그림 속에서 꿈꾸었던 마당이 있는 집이 현재 살고 있는 집과 비슷함에 놀란 작가가 이 경험에 대해 쓴 글인 '우리 삶에 기이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간절히 원한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면.'은 작은 일이든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든지 꿈을 가져야겠고, 기록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책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글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갖는 소망이기에 읽으며 울컥했다.


"나용이가 아팠을 때


나옹이가 해가 나면 햇볕 쬐고

눈이 오면 눈도 밟고

바람 불면 바람 느끼고

새가 오면 새도 보면서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


강아지이든지 고양이든지 반려동물로서 한 집안에서 같이 살 경우, 수명이 길어야 20년이기에 반려동물들이 나이듦에 따라 노쇠해지는 모습은 참 마음이 아프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기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소망한다. 작가의 소망처럼 나옹이와 은동이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작가와 함께 살면서 많은 독자들에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많이 많이 알려주기를 바란다.


나옹과 은동으로 인해 분주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작가는 스스로를 '행복한 집사'라고 표현하면서 <옹동스1>을 끝맺고 있다.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삶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앙이든지 강아지이든지 간에 동물은 냄새나고 털 날리고 사람을 귀찮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반려동물로 인해 무미건조한 삶에 활력과 웃음이 넘치고,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깨닫게 해주는 등 풍요로운 삶을 선사한다. 권윤주 작가 역시 두 마리 고양이들과의 일상이 주는 소박한 행복을 <옹동스1>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었다. 후속편을 통해 행복한 집사와 두 마리 고양이들의 계속되는 동거 이야기를 빨리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티스트 블랙북 - 여행스토리가 있는 아티스트 컬러링북
손무진 지음 / 글로세움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티스트 블랙북>은 2010년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인 아시아프(ASYAAF)를 통해 화가로서 데뷰한 이래로 여러 작품 전시회 등을 통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손무진의 세계 여행 스케치가 담겨있는 책이다. 화가들에게 있어 일급비밀이라는 뜻을 지닌 '블랙북'은 '작업 초안 에스키스 및 스케치'를 의미하기에 <아티스트 블랙북>은 화가로서의 손무진의 작품활동을 위한 작업초안 스케치가 담긴 일급비밀(?)이지만, 대중을 위해 공개한 책인 것이었다.


빼곡한 집들과 빌딩이 가득한 도시풍경에서부터 차고앞 자동차와 같은 일상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스케치 등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여행 속에서 접했던 다양한 풍경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서문을 통해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찾아감'이라는 작가의 생각과 함께 책 곳곳에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문장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여행의 매력에 더욱 푹 빠지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책의 부제인 '여행스토리가 있는 아티스트 컬러링북'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소개된 몇가지 문장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

-아우구스티누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마르셀 푸르스트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파울로 코엘료


이 책이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책 도입부에서 작가가 컬러링(coloring)에 대한 팁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학창시절 이후 그림을 안 그려본 사람에게 있어서는 어떤 식으로 색칠을 해야 할지 막막한데, 작가가 소개한 채색방법은 좋은 가이드가 되었다. 간단하게 5가지로 정리되어 있는데, 솔직히 이 조차도 쉽지는 않았다. 스케치속 풍경을 실제로 본 것이 아니기에 어떤 식으로 채색하면 좋을지 상상하면서 채색해야 하고, 다양한 색깔의 채색 도구가 있지 않아 한정된 색으로 예쁘게 채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채색을 하는 동안 세계 곳곳의 풍경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스케치속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은 꿈을 꾸게 만들었다. <아티스트 블랙북>은 채색하는 즐거움과 여행하는 즐거움을 선사한 멋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천부적인 재질과 운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자신들의 성공스토리를 통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피력하고 있긴 하지만 똑같은 노력을 하는 사람들 중에 성공한 사람들인 극히 소수이기에 공감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수재이면서 내노라 하는 기업체에서 일하고 광고에도 등장하는 등 한동안 매스컴의 관심과 찬사를 받았던 인물과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했지만, 외모가 안되고 연줄이 없었기에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고 있다는 어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
영미권의 유명 소설가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에세이 <빅 퀘스천>은 성공한 작가가 되기 전이나 성공한 작가가 되고 나서도 삶이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문제인지에 대해 작가 스스로가 고민하고 답을 찾아본 결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우리와 별반 없이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개인적인 삶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음을 엿볼 수 있었다.

더글러스 케네디는 <빅 퀘스천>을 통해 크게 7가지의 질문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힘들었던 점과 문제들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고민 등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했던 것들에 대해 언급하며 나름대로 찾은 답을 정리하고 있다. <빅 퀘스천>을 통해 그가 자문해보고 찾은 답이 모든 개인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도 있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분도 있었기에 그에 대한 답을 찾는데 있어 참고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차 있어 좋았다.
​
유한한 삶을 살아가기에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후회만 하고 아무런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변화를 추구하기에 늦은 시기란 없다는 것과 인생이 항상 힘든 것만이 아니라 안좋은 일도 있지만 좋은 일도 있을 수 있음을 작가 자신의 삶을 통해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
우리의 삶이란 현재 진행형이기에 불행하다고,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단정할 필요가 없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선택을 함으로써 삶을 변화시키고 활력있게 만들어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예병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복제 성공'이 허위였다고 국내외에서 떠들석했던 때가 벌써 10여 년 전의 사건이 되었다. 정당한 방법으로 이 연구가 성공되었고 이후 많은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 많은 불치병을 앓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결실들이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연구결과의 시간적 선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돈과 명예를 쫓은 것임을 알게 되어 너무 실망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은 어떠한 숭고한 목적도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 또한 전문적인 기술과 연구에 치중한 이들에게 전공분야 뿐 아니라 바른 가치판단과 폭넓은 사고를 하도록 도와주는 윤리 교육, 인문학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의사인 예병일 의대교수가 쓴 <의학, 인문학으로 치유하다>는 이러한 과거 사건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이 10여 전에 출간되어 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든지 일반인이든지 읽어두었다면 허위연구발표에 온 국민이 열광하고 진실을 알게 되어 온 국민이 분노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역사 속에서 의학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서부터 시작하여, 왜 의학에서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지를 설파하며 역사, 미술, 영화, 윤리, 법, 문화, 사회, 과학과 연계하여 어떤 가치판단의 문제가 있으며, 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 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오늘날 우리가 받는 의료 혜택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불과 1~2세기 전만해도 백신이나 다양한 병에 대한 지식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헤택을 받지 못했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16세기 베살리우스가 남긴 해부도와 렘브란트와 같은 화가들이 남긴 그림들을 통해 과거 역사 속에서 의학이나 의사의 모습이 어떠했는지을 엿볼 수 있었으며, 역사적인 사건 속에 나타난 유행병이나 사망 원인들을 추정해본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했다.


'CSI'나 '그레이 아나토미'와 같은 의학 드라마에서부터 '안녕, 헤이즐'이나 '감기'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의학적 이슈들과 의학적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으며, 낙태나 치료받지 않을 권리, 안락사 등과 같은 이슈들을 통해 환자의 권리와 의사의 윤리선언 사이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오늘날의 민감한 의학적 이슈인 환경파괴로 인한 새로운 질병문제와 초고령사회에서의 건강문제, 한국 건강보험제도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에서부터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 문제, 유전자치료법이나 맞춤의학 등과 같은 과학발달과 관련된 의학 이슈 등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이슈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특정 병에 대한 치료법을 안내해 주는 의학 서적이 아니지만, 의학 전공자이든 아니든지 간에 누구든지 걸릴 수 있는 질병과 치료받게 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가치판단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기에 누구나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의학인문학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