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으로 해석하는 걸 멈추지 않으면, 과거와 싸우는 데 몰두하느라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로써얻은 자기연민이 지나치면 그에게 사랑을 주던, 건강한 정서를 가진 주위의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간다. 불행한 마음은 불길한 미래를 예감하며 걸신들린 듯 관심과 배려를 갈구하기에 상대에게서 감정의 끝장을 보고야 마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이 불길한 예감은 자주 맞아떨어지는 예언이 된다. 상처에 압도되어 자기를 불신할 때는 그 뜨거움을 주변과 나누려 하지만 그럴 때의 불행은 전염되기만 하지줄어들지는 않아 도리어 자꾸 외로워진다. - P89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 인생에 대한 나쁜 예언자가 된다.
는 것이다. 부정적인 예감을 항상 마음에 두고 끝없이 스스로와 주변을 의심한다. 좋은 일이 생기거나 괜찮은 사람을만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만약 좋은 사람이 생기더라도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알게 되면 실망해 떠나가버릴 거라고생각한다. 그래서 자꾸만 부정적인 예측을 한다. 너도 결국똑같다, 너도 나를 떠날 것이다 같은 예측들, 상대를 의심하고 집착하면서 질리게 해 떠나보내고는 어쩐지 마음 깊은 곳에서 안도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파괴적 예언이 자기실현적예언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 P215

무언가에 꽂혀서 오래 시간을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향이 쌓이는 속도에는 정체기가 없어서 한 분야에 안목이 높아지기는 쉽다. 그러나 실력은 흡수한 안목에 비례해 늘지않는다. 눈으로 읽고 만족하고 인정하는 작품의 수준은 점차높아지는데 직접 손으로 쓰는 건 그에 비하면 백분의 일, 천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안목은 헤비하지만 실력은 라이트한상태의 간극을 견디려면 자기가 만든 걸 참고 봐줄 비위가있어야 한다. 그런 소수만이 남아 창작자가 되지만, 마니아의 세계에서 방향을 틀어본 이들 중 대부분은 대체로 둘 중하나의 행로를 택한다. 아예 그쪽 다리를 폭파해버리고 전혀다른 코스를 밟는 사람, 또는 근처에서 비슷한 일이라도 하며 얼씬거리는 사람, - P235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가 있다는 걸 기억하고 신세한탄만하는 데서 벗어나기, 내가 특별한 존재여야 하고 세상이 내게 우호적일 거란 기대를 내려놓기, 자존감을 해치는 사람에게서 멀어지기, 나를 존중하기가 수월해지도록 작은 성취의경험부터 쌓기. 이 같은 방식이 이십대의 내가 낮은 자존감에서 자유로워지고자 노력한 비결 중 핵심이었다. 자존감을기르면 마음의 면역력이 높아져 잔병치레를 덜 하게 되고 마음의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부정적 감정의 군살이 덜 들러붙는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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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재산 없이 일가를 이룬 자수성가형 인간을 영어로는 ‘셀프 메이드 맨(우먼)sell-made man/woman)‘이라 부른다. 나를 만드는 건 셀프, 나는 이 표현을 아주 좋아한다. 부모의 정보력과 인맥, 매너가 대물림되는 세상이지만 그걸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울고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압도될 필요도없지만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애써 무시해버리지도말자. 내게 주어지지 않은 걸 아예 필요치 않은 것처럼 대하는 식의 대응이 반복되면 시니컬한 자세가 인생을 사는 전반적인 태도가 된다. 그저 담담하게 찾아서 내 근처로 길어오면 된다. 주변에 책 같은 사람이 없다면 책을 통해서라도,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견문을 넓혀 그것들을 내 정서적 서재에꽂아두면 된다고, 아직까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게 믿고싶다. - P50

계획대로 삶을 꾸려나가는 걸 우리는 의지의 문제로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계획적인 삶은 거시적 관점을 가질 수 있는 정신의 건강과 육체의 건강이 받쳐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면 건강을 챙기기 어렵고, 건강하지않으면 정서가 불안정해지기 쉬우며, 오늘 이 순간을 걱정하는 사람이 일 년 후를 내다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실패가반복되면 시니컬해지는 편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비참해지니까.. - P55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미워하는 대상은 사실 나의 일부를 비추는 거울이라 말했다. "우리가 어떤 인간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 모습속에서 우리 안에 있는 무언가를 보고 미워하는 거지. 우리자신 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자극하지 않는 법이니까."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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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로 이어지는 진화의 오솔길은 직선이 아니었다. 끝없는 미로 같은 곳을굽이굽이 헤치며 걸어온 셈이었다. 환경이 변화하면 그에 적응하여 유전자의조합도 바뀌었다. 각각의 유전적 변화는 다른 것들과는 별개로 하나의 경로를거쳐가는데, 다른 종에서는 막힌 길이 어떤 종에서는 미래로 가는 통로가 된다. - P34

84년 전 내가 태어난 이래 세계 인구는 세 배로 늘어났다. 그에 따라 지구상의 미개척지는 땅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점차 그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자연은 까마득히 먼 곳에 있는 무언가로 남아 텔레비전 화면에서 희화화되어 소모되다 멀리, 점점 더 멀리 사라지고 결국 유전이나 목재 채취의 희생물이 되었다.

마지막 보호구역들은 우리의 초월적 유산으로, 우리는 이 보호구역을 지켜나가기 위해 더 현명해져야 한다. 다양한 방법과 실행을 통해 살아남은 자연보호구역들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놀라움, 수수께끼, 경외감, 온전함, 안도감, 구원에서 오는 끊임없는 기쁨을 느껴보자. 점점 더 깊게 들어가, 황무지에 숨어 있는 감각들을 그러쥐어 보자. - P158

만일 우리가 우리 외의 다른 생물들을 내버려두기로 선택한다면, 우리의오랜 역사를 지키는 동안 그들은 진화의 시간을 지나며 자신들의 고유한 궤적을 지속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구상의 두 평행세계를 유지시킴으로써 인간인 우리는 물론 우리를 제외한 다른 생명들의 생존과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P158

공기가 따스하고 촉촉하며 햇볕이 비추는 대지로부터 열기가 흔들거리며 피어오를 때, 곤충이 공중을 날아다니다 꽃 위에 내려앉거나 밤에 불빛을 향해돌진해 올 때, 세계 어디에 있든지 간에 나는 그 순간들을 사랑한다. 수백 혹은 수천 종의 곤충이 존재한다. 나에게 벌레란 없다. 벌레가 아니라 고유의 방법으로 자연에 적응한 고대 역사의 상속자로 각각은 한 종의 곤충들이다. 나는 모든 곤충을 연구할 수 있도록 100번의 삶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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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문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기회로 보기 시작했다. 모든 언론인들의 마음 깊은 곳엔 소설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기술과 예술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글 쓰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로 인정받길 원한다. 나도 이제 그 목표를 향해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이다. 줄거리조차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집에서 쓰고 있던 그 미완의 소설이 열쇠인 셈이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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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난히 실적이 좋던 때에 이 집을 산 건 바로 이 베란다에서보이는 도시의 풍경 때문이었다. 그 풍경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매혹당했다. 밤에도, 낮에도, 그 풍경은 또한 언제나 나를 책망하며 진실을알려 주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것,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이 바로 그 진실이었다. - P441

내 감정에 멍이 든 것은 너무나 훌륭하게 이용당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한 내가 기본적인 법칙, 즉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법칙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 P501

로스앤젤레스가 불빛으로 이루어진 카펫처럼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각각의 불빛은 누군가의 꿈에 대해 내려진 평결 같았다. 꿈을 실현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꿈으로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꿈을 밤처럼 신성하게 꽁꽁 숨겨 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게는 과연 꿈이라는 게 남아 있는지조차 알 수없었다. 지금은 고백해야 할 죄만 잔뜩 안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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