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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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책날개에 내 이름 나옴.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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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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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기리노 나쓰오.

 



 

 기리노 나쓰오의 <로즈 가든>을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아줌마가 왜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사실은 대표작인 <아웃>이나 무라노 미로의 첫 책 <얼굴에 흩날리는 비>도 읽지 않은 상태인데 나는 예전에 읽은 <아임 소리, 마마>가 별로였다는 이유로 기리노 나쓰오의 책을 그 동안 멀리했던 것이다.

 

 그냥 불쾌하면서 특이할 것 없던 그 책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나는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후 연이 닿아 읽게 된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 <물의 잠, 재의 꿈>을 읽으면서도 딱히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무라노 미로의 이야기보다 그 외전격인 무라노 젠조의 이야기가 더 재밌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런데-

 

 

2. 로즈가든

 



 

 <로즈 가든>을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 무라노 미로 시리즈에 대해, 신주쿠 2초메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기리노 나쓰오가 몰고 다니는 검은 구름이 밤의 그것보다 훨씬 어둡고 끈적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미움을 이처럼 대놓고 드러낸 작가가 있는지 놀라웠다.

 

  동성애, 매춘부, 피가학적인 변태, 소아성애자 같은 소재는 친근하게 그리면서도 정작 주인공이나 독자의 마음은 망설임 없이 찌르고 부숴버리는 작가. 글 뒤에 아무리 숨으려해도 책을 덮어도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검은 것이 바로 기리오 나쓰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얼굴에 흩날리는 비>,<다크>가 미친듯이 읽고 싶어졌으며,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처음과 끝을 보지 않으면 한동안 시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표제작인 <로즈 가든>에서 내가 어설프게 알고 있던 세계관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는데, 내가 아직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읽지 않아서 오는 충격인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이야기 자체로도 좀 쎈 수준이었지만, 무라노 미로 시리즈 자체를 놓고 봤을 때도 조금 버거울 정도로 잔인한 설정이 아닌가 싶었다.

 

 나머지 세 작품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사이의 이야기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혼자 두지 말아요> 이 단편은 이 시리즈의 쓸쓸함과 씁쓸함을 잘 버무린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관심있게 따라가고 있다면, 이 책은 가장 마지막에 읽거나, <다크>를 남겨둔 시점에서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즈 가든>은 시리즈에 대한 확실한 에프터 서비스이자 혹시라도 행복한 독자의 손목을 위해 남겨둔 여사님의 예쁜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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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의 항아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1
오카지마 후타리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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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서 시작해서 마지막에 끝내면 돼."

 

그래야겠다.

 

 

 2011년, 지금은 흔해 빠진 가상현실에 대한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다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의 몰입감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하도 많이' 장르소설, 영화, 단막극에서 갖고 놀았던 소재인데도 <클라인의 항아리>는 몇가지의 허술함과 촌스러움을 훌륭히 극복하고 있다. 1989년에 나온 책이니 벌써 22년 전 이야기이다. 이때부터 도쿠야마 준이치, 이노우에 이즈미 콤비- 오카지마 후타리-는 겉과 속이 붙어버린 기묘한 항아리에 담긴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좀 더 많은 독서를 했다면 이런 식의 이야기를 먼저 시도한 SF 소설 쪽을 디벼볼 수 있었겠지만, 그 정도의 내공은 택도 없기에. 기껏 생각난다는 것은 '엑시스텐즈'나 '트론 레거시' '매트릭스' 같은 유명한 영화였다. 아 물론 '인셉션' 도 있겠다.

 

 사실 1995년 쫄딱 망했던 닌텐도의 '버츄얼 보이'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1989년 나온 <클라인의 항아리>는 이론도 뭣도 아닌 그저 상상력의 산물에 불과한 게임기이다. 책에서 '테라바이트'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의 용량으로 언급되는 걸 보면 야동 모으는 내 친구 백 모군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다.

  

 다만, 아직까지도 현실과 구분이 가질 않는 영상, 게임 등은 그 계통 사람들의 궁극의 꿈일 것이다. 가상의 하늘을 향해 세우는 '바벨의 탑'은 아직도 포기를 모르는 인간들에 의해 차근차근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이 책을 쓴 작가 '이노우에 유메히토'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다. 누군가 빨고 핥는 글에 구해 읽은 <메두사>가 그다지 감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머리 아프게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났을 뿐, 덤불 근처만 때려대는 작가의 스타일이 지루했다고 기억한다.

 

 역자님 후기에서, 또 항간의 평가라고 하는 것들에서 도쿠야마의 역할이란 것이 꽤 부정적이었던 것처럼 여겨졌는데, 나는 조금 의견이 다르다. 도쿠야마가 제시한 아이디어 - 역자 후기에서는 액션, 모략, 살인사건 등이라고 이야기하는데 - 가 없었다면 이 책은 철학소설도 공포도 SF도 뭣도 아닌 그냥 '실험적 소설'로만 남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콤비를 해체한 이후의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책이 얼마 소개되지 않아 섣부른 감도 있지만, 적어도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든 공신은 다름아닌 '다른쪽의 혼자' 이다.

 

 매년마다 꼭 챙겨보는 일본 드라마 시리즈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 에는 이런 비슷한 류의 이야기가 꽤 많이 있고, 또 나름의 딜레마들과 반전을 잘 살린 수작들이다. <클라인의 항아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과 비슷한 류의 이야기에는 분명하지만 아직도 신선함을 갖고 있고 본래의 장점이 남아 있다. 뭐 당연할 것이다. 후속주자들은 모방작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비켜갔을테니.

 

 꽤 잘빠진 표지와 적당한 분량, 괜찮은 이야기에 훌륭한 몰입감.

 

 클라인의 항아리는 별 다섯에 별 넷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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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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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머릿속에서 다양한 말들이 무질서하게 아우성쳤다. 

 오늘 들은, 내게 던져진 모든 말. 

 오늘 본, 모든 영상이 그 모습을 바꾼 말.

 그것들은 내 안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서로 얽히면서 어떻게든 자기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사라지고 마니까. '

 

 

 장담하건데,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신선함과 더불어 묘한 그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 나이로 29세인 신인 시자키 유, 그의 첫 단행본 <외침과 기도>는 신인다움 신선함과 더불어 활자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노련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사막, 풍차, 이국의 수녀원, 밀림, 어딘가의 작은 섬...

 

 이야기의 무대로 삼은 곳 자체가 여타 다른 일본 미스터리들과는 차별화 되고, 눈 덮힌 산장이나 폭풍 속의 섬이 주는 지긋지긋함을 느낄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 실린 단편 < 사막을 달리는 뱃길 >을  ' 미스터리즈! '신인상으로 결정한 심사위원들이 '아야츠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이라고 하는데 그 이면에는 시기와 질투 또한 있었을 거라 믿는다.

 

 이 책의 테마는 '세계 곳곳에서 주인공 사이키가 겪는 여러가지 미스터리한 일들'로 볼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부분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말과 글로 재구성한 세계' 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풍차마을 빼고는 여행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는데,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이 정도의 느낌을 살려냈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오싹한 일이다.

 

(훙치뿡꺅 님의 서평을 참고해 보도록 하자. http://blog.naver.com/perfumer19/90125741485)

 

 

 <외침과 기도>는 미스터리적 기교보다도 묘사나 서술의 기교가 훨씬 더 뛰어난 아름다운 작품이다. '트릭'이나 '반전'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춘 다른 장르소설들과는 달리 이야기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더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막을 달리는 뱃길>이나 <하얀 거인> 의 경우 영상화가 될 수 없는 이야기인데도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듯한 기분, 그 색감과 이국의 풍미가 엄청나다.

 

 오직 말과 글에 모든 것을 쏟는 신인의 순수한 열정.

 나이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젊은이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이국의 신비로운 모습에 자신을 녹여내어, 글을 통해 독자의 머리 속에 빛으로 색으로 스며드는 섬세한 신인.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열어 확장시키는, 글쟁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는 현명한 젊은이.

 모른다면 모를까 책을 읽은 다음에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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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할런 코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소재가 일상 생활에 연관되어 치정이나 과거의 부정에 대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내 취향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반전의 대가라는 좋은 말도 있겠지만 반전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닌지 곱지 않은 시선도 갖고 있었고... 적어도 기존에 국내에 소개된 스탠드 얼론 중 두 권, <단 한번의 시선>,<결백>을 그리 재미있게 읽지 못한 내게 신작 <아들의 방> (원제 Hold Tight)의 발매 소식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다른 읽을 거리가 많았음에도 굳이 이 책을 손에 쥔 이유는 최근 재미있게 읽었던 존 하트의 <라스트 차일드>의 영향이 컸는데 비교적 기피하던 소재인 '위태로운 가정의 불안정한 아이' 이야기를 너무나 훌륭하게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과연, 이제 경지에 올랐을 법도 한 '할런 코벤'은 이야기를 어떻게 써 놓았을까. 궁금했다.

 

 사회가 흉흉하기도 하지만,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는 현대 사회에서 '헬리콥터 맘''캥거루 족' 뭐 벨크로 (찍찍이) 같은 말들을 만들어 냈다. 보통 스릴러의 등장인물이라면 학대나 방치,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아이가 적합할텐데, '아들의 방' 같은 경우는 중산층 가정의 (부모의) 사랑이 넘치기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부모들도 여타 현대의 부모들과 다를 바 없기에 상당히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느꼈다.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지만 정말 꽉 붙들지 않으면 부서져 흩날려 버릴 것만 같은 현대의 가정. 약물과 알콜, 포르노 등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 애쓰려는 부모와 도무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맘 속, 그리고 이제는 사랑이 식은 채 가족과 개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꽤 디테일 있게 그려지고 있어 놀랍다.

 

 할런 코벤의 2008년 작 답게 시간적인 이질감이 최소화 되었고, 작가의 역량 자체도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도 초,중딩 최대의 적인 컴퓨터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이나 감시 프로그램을 소재로 새로운 가정문제를 비교적 쉽게 풀어나갔다는 점이 탁월하며 종반의 복선 회수 부분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깔끔해서 좋았다.

 

 대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임에도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조금은 (기존작이나 타 작품들에 비해서) 떨어지는 편이며 테러, 스파이, 시리얼 킬러 등의 소재를 즐겨보는 독자에게는 스피드 감은 있지만 만족감은 적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할런 코벤다움을 지닌 소설일 뿐만 아니라, 좀 더 원숙하고 깔끔해졌음을 느꼈다. 친구 부부와 밥을 먹다가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하는 것 같은데, 작가들은 참 무서운 머리 속을 가진 사람들 같다.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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