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 머릿속에서 다양한 말들이 무질서하게 아우성쳤다. 

 오늘 들은, 내게 던져진 모든 말. 

 오늘 본, 모든 영상이 그 모습을 바꾼 말.

 그것들은 내 안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서로 얽히면서 어떻게든 자기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사라지고 마니까. '

 

 

 장담하건데,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신선함과 더불어 묘한 그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 나이로 29세인 신인 시자키 유, 그의 첫 단행본 <외침과 기도>는 신인다움 신선함과 더불어 활자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노련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사막, 풍차, 이국의 수녀원, 밀림, 어딘가의 작은 섬...

 

 이야기의 무대로 삼은 곳 자체가 여타 다른 일본 미스터리들과는 차별화 되고, 눈 덮힌 산장이나 폭풍 속의 섬이 주는 지긋지긋함을 느낄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 실린 단편 < 사막을 달리는 뱃길 >을  ' 미스터리즈! '신인상으로 결정한 심사위원들이 '아야츠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이라고 하는데 그 이면에는 시기와 질투 또한 있었을 거라 믿는다.

 

 이 책의 테마는 '세계 곳곳에서 주인공 사이키가 겪는 여러가지 미스터리한 일들'로 볼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부분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말과 글로 재구성한 세계' 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풍차마을 빼고는 여행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는데,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이 정도의 느낌을 살려냈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오싹한 일이다.

 

(훙치뿡꺅 님의 서평을 참고해 보도록 하자. http://blog.naver.com/perfumer19/90125741485)

 

 

 <외침과 기도>는 미스터리적 기교보다도 묘사나 서술의 기교가 훨씬 더 뛰어난 아름다운 작품이다. '트릭'이나 '반전'의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춘 다른 장르소설들과는 달리 이야기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더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막을 달리는 뱃길>이나 <하얀 거인> 의 경우 영상화가 될 수 없는 이야기인데도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듯한 기분, 그 색감과 이국의 풍미가 엄청나다.

 

 오직 말과 글에 모든 것을 쏟는 신인의 순수한 열정.

 나이 서른이 채 되지 않은 젊은이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이국의 신비로운 모습에 자신을 녹여내어, 글을 통해 독자의 머리 속에 빛으로 색으로 스며드는 섬세한 신인.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열어 확장시키는, 글쟁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는 현명한 젊은이.

 모른다면 모를까 책을 읽은 다음에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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