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할런 코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 소재가 일상 생활에 연관되어 치정이나 과거의 부정에 대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내 취향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반전의 대가라는 좋은 말도 있겠지만 반전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닌지 곱지 않은 시선도 갖고 있었고... 적어도 기존에 국내에 소개된 스탠드 얼론 중 두 권, <단 한번의 시선>,<결백>을 그리 재미있게 읽지 못한 내게 신작 <아들의 방> (원제 Hold Tight)의 발매 소식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다른 읽을 거리가 많았음에도 굳이 이 책을 손에 쥔 이유는 최근 재미있게 읽었던 존 하트의 <라스트 차일드>의 영향이 컸는데 비교적 기피하던 소재인 '위태로운 가정의 불안정한 아이' 이야기를 너무나 훌륭하게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과연, 이제 경지에 올랐을 법도 한 '할런 코벤'은 이야기를 어떻게 써 놓았을까. 궁금했다.

 

 사회가 흉흉하기도 하지만,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는 현대 사회에서 '헬리콥터 맘''캥거루 족' 뭐 벨크로 (찍찍이) 같은 말들을 만들어 냈다. 보통 스릴러의 등장인물이라면 학대나 방치,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아이가 적합할텐데, '아들의 방' 같은 경우는 중산층 가정의 (부모의) 사랑이 넘치기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부모들도 여타 현대의 부모들과 다를 바 없기에 상당히 감정이 이입되는 것을 느꼈다.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지만 정말 꽉 붙들지 않으면 부서져 흩날려 버릴 것만 같은 현대의 가정. 약물과 알콜, 포르노 등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 애쓰려는 부모와 도무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맘 속, 그리고 이제는 사랑이 식은 채 가족과 개인 사이에서 방황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꽤 디테일 있게 그려지고 있어 놀랍다.

 

 할런 코벤의 2008년 작 답게 시간적인 이질감이 최소화 되었고, 작가의 역량 자체도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도 초,중딩 최대의 적인 컴퓨터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이나 감시 프로그램을 소재로 새로운 가정문제를 비교적 쉽게 풀어나갔다는 점이 탁월하며 종반의 복선 회수 부분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깔끔해서 좋았다.

 

 대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임에도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조금은 (기존작이나 타 작품들에 비해서) 떨어지는 편이며 테러, 스파이, 시리얼 킬러 등의 소재를 즐겨보는 독자에게는 스피드 감은 있지만 만족감은 적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할런 코벤다움을 지닌 소설일 뿐만 아니라, 좀 더 원숙하고 깔끔해졌음을 느꼈다. 친구 부부와 밥을 먹다가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하는 것 같은데, 작가들은 참 무서운 머리 속을 가진 사람들 같다.

 

 별 다섯에 별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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