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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 글로벌 기업은 왜 도덕경에서 혁신을 배우는가?
박영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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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은 왜 도덕경에서 혁신을 배우는가?
평소 도덕경을 필사하는 이웃블로거님을 보고 도덕경의 내용을 새겨보다 더난콘텐츠에서 출판하고 박영규님이 집필한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를 읽고 도덕경이 왜 그렇게 고전으로 칭송받는지 알게 되었다.
나 역시 같이 필사하는 분이 남기는 내용을 보며, 언젠가 <도덕경>을 따로 읽고 싶고 그 의미를 찾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동양철학의 정수라는 <도덕경>은 논어와 더불어 실리콘밸리의 주요 CEO들이 관심이 있다는 것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철학과 토론을 기반으로 하는 ‘애드 아스트라’라는 사설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아이들의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일깨워주는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서양철학과 도덕경, 논어를 기반으로 하는 동양철학을 익히는 것은 주요한 과정이다.
이 책은 도덕경 81장을 상편 도경 37장과 하편 덕경 44장을 수록하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각 장에 해당하는 내용을 기본 설명과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도덕경을 결합하는 점이다.
도덕경의 내용을 한 장씩 필사하고, 설명된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연, 생활에서 의미를 새겨야 한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는 도덕경의 내용을 실생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 상황을 소개하기 때문에 도덕경이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결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역사를 선도하는 그룹은 항상 자본이 집중되는 곳이다. 전통 기계, 석유를 중심으로 하는 소비재 생산업체에서 IT를 기반으로 하는 AI(인공지능)기술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를 주목하고 그들의 경영이념을 파악하는 점은 중요하다.
그럼 예를 들어 보자.
4장
새로 비워야 혁신을 시작할 수 있다.
道冲而用之(도충이용지)
道冲而用之(도충이용지): 도는 비어 있기에 그 쓰임이 있다.
或不盈(혹불영): 혹여 가득 차지 않아도
淵兮似萬物之宗(연혜사물지종): 심연처럼 깊어 만물의 으뜸이 된다.
挫其銳(좌기예): 예리한 것은 다듬어주고
解其紛(해기분): 맺힌 것은 풀어주고
和其光(화기광): 눈부신 것은 은은하게 하고
同其塵(동기진): 마침매 먼지와 하나가 된다.
湛兮似或存(잠혜사혹존): 깊디깊은 곳에 뭔가 존재하는 듯하지만
吾不知誰之子(오주지수지자): 나는 그 실체를 알지는 못한다.
象帝之先(상제지선): 다만 상세보다 먼저 있음은 분명하다.
도의 가장 큰 속성은 비움이다. 빈 그릇, 빈 방처럼 도에는 내용물이 차 있지 않고 비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물의 시작, 으뜸, 어머니가 될 수 있다. 도는 배제가 아니고 수용이다. 그 어떤 것도 내치지 않고 무조건 다 받아들인다.
혁신의 관건은 스스로를 비우는 것이다. 코닥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필름 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점유했다. 경쟁상대가 없었다. 코닥의 연구진들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기술을 개발했지만 경영진이 오판했다. 코닥의 경영진은 당시 잘나가던 필름 시장의 잠식을 우려해 디지털 기술을 상품화하지 않았다. 코닥은 과거를 비우지는 일에 실패함으로써 시장에서 되출됐다.
비워서 성공하는 기업의 또 다른 예는 구글이다.
기존의 검색엔진은 초기화면에 각종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여러 개 펼쳐놓아 고객들이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구글은 초기화면을 모두 비우고, 검색창에 주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선택권을 고객에서 부여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11장
혁신은 덜어낼 줄 아는 과감함에 있다.
有之以爲利(유지이위리)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三十幅共一轂(삼십폭공일곡): 서른 개 바퀴살이 한 군데로 모이는데
當其無(당기무): 가운데가 비어 있기 때문에
有車之用(유차지용): 수레의 쓸모가 있게 된다.
埏埴以爲器(연식이위기):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가운데가 비어 있으므로
有器之用(유자지용): 그릇의 쓸모가 있게 된다.
鑿戶牖以爲室(착호유이위실): 창문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當其無(당기무): 가운데가 비어 있기 때문에
有室之用(유실지용): 방의 쓸모가 있게 된다.
故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 그러므로 있음이 이롭게 되는 것은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없음이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노자의 핵심사상은 무위지치(無爲之治)다. 비어 있는 상태는 무와 같은 개념이다. 무위함으로 세상을 편하게 할 수 있고, 무위함으로 만물을 낳을 수 있다는게 노자의 생각이다. 유가 있어 무가 쓸모 있는 게 아니라 무가 있어 유가 쓸모 있게 된다는 것이다.
34장
모두와 미래에 이롭다면 기꺼이 도전하라
萬物歸焉(만물귀언) 而不爲主(이불위주)
大道氾兮(대도범혜): 큰 도가 넘치니
其可左右(기가좌우): 좌우 어느 쪽이든
萬物恃之而生而不辭(만물시지이생이불사): 만물이 생을 의지해도 사양하지 않고
功成不名有(공성불명유): 일을 이루고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衣養萬物而不爲主(의양만물이불위주): 만물을 입히고 먹이지만 주인 노릇을 하지 않는다
常無欲(상무욕): 언제나 욕심이 없으니
可名於小(가명어소): 이름하여 작음이라 한다.
萬物歸焉(만물귀언): 만물이 귀의해도
而不爲主(이불위주): 주인 노릇을 하려 하지 않으니
可名爲大(가명위대): 이름하여 큼이라 한다.
以其終不自爲大(이기종부자위대): 일을 끝내고도 스스로를 크다고 여기지 않으니
故能成其大(고능성기대): 능히 큰일을 이룰 수 있다.
도는 넓고 크고 깊다. 인간의 잣대로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광할하다. 좌우 어느 쪽에서 보아도 그 크기와 넓이, 깊이는 변함없다. 도는 만물을 껴안고도 남을 정도로 그 품이 넉넉하다. 내가 낳고 길렀지만 ‘내 자식’, ‘내 소유’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름을 드러내는 일도 없고 공로를 인정받으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아무런 욕심이 없다. 티끌만 한 크기의 욕심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도는 지극히 작다. 그러나 마음속에 옹졸함이나 욕심이 없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배척하지 않고 다 수용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가장 크고 가장 위대하다.
34장과 관련한 가장 작으면서 가장 큰 것은 양자다. 4차 산업혁명을 완결 지을 혁신기술은 양자역학이다. 구글과 나사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산업혁명은 4차에서 5차로 또다시 차수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양자의 특성은 에너지를 가지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태가 양자다. 양자는 똑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존재로서가 아니라 동일한 양자 그대로 중첩적으로 존재한다. 양자는 도의 특성을 가진다.
역사 시대 이후, 세상은 어떻게 보면 책과 함께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사피엔스의 다른 모든 호모 종을 제압하고, 유일한 호모 종으로 거듭날 수 있던 이유는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과 믿음을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도덕경은 도교의 경전이라는 점에서 여러 사람에게 2,000년 이상 새겨져 왔다.
박영규 님의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는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실리콘밸리와 도덕경의 비슷한 점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곁에 두고 필사를 하며 한 장씩 써가며 의미를 새겨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내용이 수없이 많다.
도덕경을 통해 개인 생활을 이끄는 지침서일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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