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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열전 -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이한우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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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홍익출판사 미디어그룹에서 출판한 이한우 박사님의 <간신열전>은 역사 속 '간신'이 누구인지 살펴본다.
누가 간신인가?
간신은 한 마디로 '간사한 신하'라는 뜻이다. 간사한 신하란 그 마음가짐이 신하로서 갖춰야 할 바른 마음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수단을 써서 군주나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해롭게 하는 자이다. (4쪽)
공민왕 10년 10월 20여만 병력의 홍건적이 고려를 침입했을 때 1차 침입으로 평양이 함락되었다. 이후 고려군은 이를 막아내고 홍건적을 전열을 재정비하여 11월 파죽지세로 고려를 침공하며 개경이 함락되었다. 고려는 정세운을 총사령관으로 홍건적이 점령하고 있던 개경을 포위하고 홍건적 10여 만명을 몰사하고 나머지 10만여 명은 압록강을 건너 달아났다. 정세운과 함께 공민왕이 몽골에서 인질생활 할 때부터 동지였던 김용은 그의 훈공을 질투하여 개경 탈환 5일 후 다른 장군 안우, 이방실, 김득배를 설득하여 그를 죽인다.
고려 공민왕과 우왕 때의 군인이자 정치가인 지윤은 병졸 출신으로 재상인 문하찬성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고려사>는 그에 대해 부정적이다. (28쪽)
지윤은 매우 탐욕스럽고 음탕하며 부정부패를 삼은 인물이다. 하지만 지윤은 이인임과 권력을 다투다가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세종 때 편찬한 <고려사>에 지윤에 대한 박한 평가는 이성계의 장남인 진안대군 이방우의 장인이 지윤이기 때문이다. 이성계는 중앙 권력으로 진출하기 위해 첫째 아들의 혼처로 지윤의 집안을 선택했다. 지윤의 다른 딸들은 정종의 후궁으로 받아들였다. 정종과 성빈 지씨 사이에는 덕천군과 도평군, 숙의 지씨 사이에는 의평군, 신성군과 임성군이 등의 아들이 있었다. 정종의 경우, 정안왕후 김씨 사이에 자식이 없었기에 이들은 모두 왕위계승자였다.
1차 왕자의 난으로 왕위에 오를 수도 있던 이방원은 형인 이방과(정종)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정종은 2년의 재위 기간 이후 왕위를 방원에게 양보한다. 이방원(태종)의 직계인 세종 재위 시절 편찬한 <고려사>는 세종과 태종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태종 형들의 행적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연장 선상에서 지윤의 평가는 간신으로 박하게 해석되었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패륜 왕으로 유명한 충혜왕 시절 강윤충은 관노로 충숙왕을 모셨다. 충숙왕의 총애를 받아 노비를 면한 것은 물론이고 무관 4품직인 호군에까지 이른다. 그의 잘생긴 미모와 더불어 여성 편력은 도를 넘어섰다. 강윤충은 색을 밝히던 충혜왕에게 여인을 공급하는 일을 잘했다. <고려사>에는 그의 악행을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강윤충에게는 위로 강윤귀, 강윤성, 강윤휘 등의 형제가 있었다. 이중 강윤성의 딸이 신흥 무장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이 되어 방번과 방석을 낳았다.
1차 왕자의 난이 실패하고 방석이 이성계의 뒤를 이어 왕위를 차지했다면 강윤충의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간신의 전형적인 형태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뛰어난 동료에 대한 음해와 중상모략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 추구이다.
저자는 간신을 정의한 한나라 때 유학자 유향의 <설원>을 소개한다.
첫째, 관직에 있으면서 녹봉이나 탐하고 공무에는 힘쓰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신하 '구신'
둘째, 군주가 하는 말은 모두 좋다고 하며 군주에게 모든 것을 맞춰 위험을 돌보지 않는 아첨하는 신하 '유신'
셋째, 속마음은 음흉하면서 겉으로는 삼가는 척하며 군주에게 상과 벌을 부당하게 내리도록 하는 신하 '간신'
넷째, 자신의 잘못은 꾸미고 말솜씨로 다른 사람을 이간시켜 조정의 난을 빚어내는 신하 '참신'
다섯째, 권세를 제멋대로 하여 사사로이 붕당을 만들어 자기 파벌을 키우고 군주의 명령을 속이는 신하 '적신'
여섯째, 간사한 말재주로 군주를 불의에 빠트리고 군주의 잘못을 나라 안팎으로 소문내는 신하 '망국지신'이라 한다.
저자는 중국 역사에 등장했던 간신과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간신을 교차로 보여주며 당시 상황과 그들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소개한다.
가장 인상적인 간신 중 한 명은 고려 의종(1127~1173) 시절 환관 정함이다. 환관은 고려 태조 때부터 있었지만, 이들의 정치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의종 시절부터이다.
조선에 오면 환관과 내시를 같은 뜻에서 사용했지만 고려 때는 환관과 내시는 같은 뜻에서 사용했지만 고려 때는 환관과 내시는 전혀 달랐다.
내시는 신진 엘리트 중에서 임금의 가까이에서 보좌역을 맡는 직함이었다.
반면에 고려의 환관은 일반 서민이 아니면 천예의 후손에 속했다. 고려는 거세하는 형벌을 쓰지 않았으므로 어렸을 때 개에게 물린 자가 모두 환관이 되었다. 고려 의종 때 정함과 백선이 처음으로 권력을 잡았고 몽골의 지배기로 들어서면서 환관들이 득세하게 된다. (132쪽)
정함은 노예 출신으로 의종이 태자로 있을 때부터 시중을 들었고, 의종의 유모를 자신의 처로 삼았기에 의종이 왕위에 오르자마자 막강한 총애를 받으며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다.
정함의 횡포와 무신을 차별하는 사건과 더불어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이 정중부의 수염을 촛불로 태워 정중부의 원한을 사게 된다.
의종 21년에 이르러 정중부가 난을 일으키고 그날 하루에만 50여 명의 문신과 환관들이 죽었다. 국가 체제를 바꿨다는 점에서 환관인 정함이 간신이 되어 권력을 차지한 것은 대단히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다.
이한우 박사의 <간신열전> 속에는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간신과 우리 역사에서 등장하는 간신을 임금의 활동과 함께 소개한다.
나는 우리 역사 속 간신의 열전에 눈이 갔다. 왕권이 신권을 억누르고 친정을 펼친 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과 왕권을 강화하면 간신이 생길 여력이 없었다. 반면 간신은 눈이 어두운 임금 아래에서 생겨난다.
간신으로 소개되지만, 연산군 시절 김처선은 환관이지만 왕에게 간언하고 처형을 당한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안타까운 왕은 광해군이다. 연산군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어간 임금이라 따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지만, 광해군은 보통 이상의 자질을 가졌음에도 이이첨이라는 참신을 가까이한 것은 못내 안타까웠다.
광해군이 친형 임해군을 죽이고 동생 영창대군 또한 죽인 다음 인목대비를 서궁에 유폐시키는 데 있어 이이첨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광해군이 온건책을 낼 때마다 이이첨이 초강경책으로 맞서 끝까지 관철할 수 있었던 것도 광해군의 불안감을 교묘하게 조장했기 때문이다. (173쪽)
<간신열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역사는 현재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언제든지 현실에서 간신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과거 역사 속 간신이 저지른 활동을 연구하는 이유이다. 때로는 역사에 기록되는 시점에 의해 간신으로 평가받지만, 일반적으로 간신의 행동은 책에서 소개하는 여섯 가지 범주에서 잘 벗어나지 않는다.
역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간신열전>은 역사 지식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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