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한다는 것
윤슬 지음 / 담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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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는 것

 

평소 담다의 윤슬 대표님의 글이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는 평을 들었기에 이번 단편 소설집 <이해한다는 것>에 기대를 가졌다. 주로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간 관계의 미묘한 흐름에 둔감한 편이라 세심한 감정을 가진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던 차였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에서 시작해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흐르는 감정의 높낮이를 잘 잡아내고 있는 이번 작품은 미안합니다주제로 8, ‘감사합니다주제는 9, ‘사랑합니다주제는 10편의 단편을 소개한다.

 

이 책의 부제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리 괜찮지 않았던 날의 서사이다. 다시 말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서사적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리는 것들에 대한 위로이다. (...) 누구나 마음속에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 그곳을 각자 나름대로 부여한 의미와 가치를 바탕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성장이 즐거움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없는 것처럼, 고통, 슬픔과 대면했던 순간들이 어두운 곳, 구석진 곳, 외진 곳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5)

 

표지에서 보여주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포옹하는 장면은 이 책의 주제를 잘 잡아내는 장면이다.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방을 가지고 있다. 내 앞의 사람 역시 그만의 방을 가지고 있다. 그의 방 속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면 우리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소설 속 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머니의 장례식을 경험하고 두 딸은 아버지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아버지는 아내와 대화하지 않고 자신이 불을 끄고 자자고 말해 아내가 죽었다고 자책한다. 평소 더 많은 대화를 해야했는데 후회하며 마지막 밤이 아버지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

어머니가 떠난 날, 아버지의 마음에도 불이 꺼져버렸다.

[ 불이 꺼지지 않는 방 중 ]

 

올해 나이 오십. 다른 사람은 대학생, 고등학생의 학부모가 될 나이인데 남동생에게는 별나라 이야기이다. 여덟 살 어린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며 하루하루 행복했던 남동생은 그녀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충격받는다. 이후 그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엄마와 누나에게 전화를 건다. 남매 사이에 전화를 건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자연스러웠지만, 하루 이틀 반복되고 이제는 뉴스에 등장하는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동생이 아픈 것은 아닌지 고민하지만 외로움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옆 사람과 대화라는 것을 새기며 안도하게 된다.

[ 설마 10년 채우기야 하겠니? ]

 

한 편의 소설은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관계 속의 갈등을 소개한다. 갈등은 점점 커지고 당사자의 마음속에 눌러져 있던 한마디가 마지막에는 언어가 되어 입 밖으로 뻗어 나온다. 그 한마디는 자신이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는 한마디이다. 친구와 비교해서 느끼는 남편을 바라보는 모습, 다른 형제는 모두 부모의 간호를 나몰라라 하지만 병간호하는 며느리가 형제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묘한 감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로부터 할아버지 같다는 말을 듣었던 이는 지금부터 스타일을 바꿔 젊게 보이고 싶다. 그런 모습은 아파트의 다른 아주머니에게 바람을 피운다는 뒷말을 만들고 아내의 마음을 지옥으로 바꿔버린다. 남편과 대화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된 아내는 마음은 항상 청춘이지만 어느새 늙어가는 부부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특히 갱년기를 맞이하는 여인의 이야기, 자녀가 이제 취업을 앞둔 부모의 마음은 내 앞에도 펼쳐질 일이기에 더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주변 사람의 일상에서 펼쳐지는 마음이 궁금하거나 개인이 느끼는 마음속 깊은 감정을 온전하게 맞이하고 싶은 사람에게 윤슬 작가님의 <이해한다는 것>은 위로의 말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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