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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평점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한국경제신문에서 출간한 피터 버크의 <무지의 역사>는 제목부터 참신하다. 세계사를 주제별로 돌아볼 때 앎이나 지식을 소재로 소개하는 것이 편할건데 저자는 무지를 주제로 세계사를 돌아본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역사는 무지를 딛고 발전한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종신 석학교수 피터 버크는 서양 역사를 기반으로 동양과 아메리카 역사에서 인류가 무지했던 역사와 결과를 주제별로 돌아본다.
사회의 무지 편에서는 무지의 정의와 철학자들의 견해에 이어 집단, 종교, 과학, 지리학의 무지가 눈에 들어온다.
무지의 결과는 더 흥미롭다. 우리는 전쟁, 비즈니스, 정치, 미래와 과거의 무지를 돌아보며 무지의 결과가 지식의 결과보다 더 컸다는 점을 확인한다.
저자는 인류가 지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결과를 알게 되었을 때 이전 우리가 지식이라고 알았던 것이 무지의 상태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은 중세를 암흑의 시대로 여겼고, 과학의 발견은 비과학적이고 무지의 상태를 개선한 것으로 여긴다.
정치인들은 무지를 조장하거나 지식을 숨기는 방법으로 권력을 강화했으며, 의도적으로 무지를 이용했다. 유럽 봉건주의 영주는 농민이 무지한 것이 지배에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제국주의 식민 통치자들은 피식민지 민족이 무지하다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했다.
저자는 무지를 단순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정치적 종교적으로 무지한 상태를 지적한 점을 알린다. 종교가 인간의 무지에서 출발했으나,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종교인들의 믿음을 지식의 부재로 여기며 무지하다고 비난한다.
역설적으로 저자는 무지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대단히 박식하고 통찰력 있게 역사를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절대적이지 않기에 ‘무지’를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다. 지식을 추구하는 인류에게 우리는 전 세대, 혹은 다음 세대와 비교해 무지하지는 않는지 생각한다. 세계사에 관한 내용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에게 <무지의 역사>는 범죄부터 시작해 과학, 종교, 전쟁, 지리,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멋진 도서이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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