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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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감정이 제거된 세상...??"


인위적으로 감정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된 세상. 감정 제거자만이 입사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업' 노이모션랜드'. 그리고 감정이 없는 채로 태어나 25세가 넘도록 감정이 생기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자 노이모션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하리'. 만 30세를 앞두고, 마지막 감정 테스트를 받은 하리는 뜻밖에 결과 발표가 보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에 하리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그녀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스토리가 좋다'라는 게 제대로 와닿는 소설"


일단 간략하게 줄거리를 적기는 했지만, 아마 저 줄거리를 읽어도 이 책이 무슨 내용일지 쉽게 짐작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 이모션]은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평범함'과는 다른 평범함이 자리를 잡아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구구절절 설명하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았다. 여기에 여러 사건들이 거의 동시에 발생하는데, 일견 연관성이 없어 보여 하나하나 언급하자니 맥락 없이 주절거리는 느낌이라 망설이다 다 빼버렸다. 그 결과 '그래서 이 줄거리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줄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어쩌면 [노 이모션]을 손에 들고, 초반을 읽어 나가던 나의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들은 왜 일어나고 있으며, 그래서 중요한 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딱 1/3 정도 지점을 넘어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란스러움은 사라졌고, 그때부터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감정에 많이 휩쓸리는 약한 면이 있다. 그러니 감정을 제거하면 보다 효율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논리(?) 하에 감정 제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세계는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구역은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감정이 없는 사람만이 살 수 있고, 그 정점에 있는 게 바로 노이모션랜드이다. 노이모션랜드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없어야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감정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안에 감정 보유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을 뒷받침하는 기묘한 일들이 하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보통의 세상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자그마한 사건이 [노 이모션] 세상 속 노이모션랜드에서는 회사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을 거대한 사건이 된다...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간극이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흥미로움을 더해간다.



[노 이모션]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였다. 이 흐름이라면 분명 '그 결말'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 결말이었는가..는 차치하고 '스토리가 좋다'라는 게 이렇게 와닿은 적이 있었나 싶다. 아는 맛, 혹은 아는 맛일지도 모를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감정이 없는 게 당연해지는 세상이 배경인데 그 어떤 소설보다 감정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했고, 감정이 없는 인물이 주인공인데 그 인물의 감정이 누구보다 궁금해지는 게 또 신기했다.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라 안 그래도 매력적인데, 딱 그 인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저마다 있고, 그 인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온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물뿐만 아니라 소설의 전개 속 모든 이야기가 그랬다. '도대체 왜..?' 싶거나 '이 에피소드가 굳이 필요할까..?' 싶은 부분이 없고, 혹 있어라도 언젠가 그 에피소드가 꼭 필요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안겨 준다.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서 끝까지 흐지부지한 구석이 없는,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밀도 높은 이야기가 소설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소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잘 살린 책!"


감정이 없는 게 당연해지고 있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감정이 없는 채 태어나 유일하게 서른 살까지 감정이 없는 채로 살아온 주인공. 설정만 놓고 보면 꽤나 드라이한 소설이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오히려 반대였다. 굉장히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풍부한 소설이었다..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분명 추리소설은 아닌데, 조각조각 난 듯한 이야기들이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특히 '???!!' 하게 만들었던 어떤 장면은 그야말로 소설의 백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 속 장면들이 머리에 그려지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영화로 만들면 소설 속 여러 디테일까지는 살리기 어렵겠지! 싶기도 하다.(하지만 혹시 영화화가 된다면 꼭 보고 싶음!) 그래서 소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잘 살린 책!이라고 말하고 싶은 [노 이모션]. '감정'과 관련된 주제 의식을 떠올리면서 읽어도, 오로지 재미! 흥미! 도파민!(?)을 중심으로 읽어도, 어느 쪽이든 만족할 만한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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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2 : 오스의 왕 ㅣ 킹덤 2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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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여러 가지 일들을 뒤로하고 호텔이 지어진 지 이미 8년. 이제 '로위'와 '칼' 형제는 새로운 도로가 오스를 지나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이 해결되기도 전에 '형제의 비밀을 품고 있는' 낭떠러지에서 자동차들을 끌어올리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과거와 달리 발전된 현대의 과학 기술은 여전히 형제의 비밀을 어둠 속에 묻어둘지 로위는 걱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 와중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형제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 보안관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지고, 형제는 끊임없는 위기와 마주하게 되는데...



과거 호텔을 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때로는 이를 위해 '해서는 안 될 일'까지 했던 형제는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양새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은 여전히 살얼음판 같다.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안정'에 목을 매고 '서로를 위한다'라는 명목하에 다시 한번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염두에 두는 형제. 옳지 않음을 기반으로 한 이들 형제의 성공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라는 이들의 생각은 언제까지 변함없을 것인지.. 책 속에서, 적어도 중반까지 묘사하고 있는 건 어쩌면 '행복'에 가까운 일상이다. 아니, 어쩌면 '이것만 해결하면 행복해지겠지'라는 기약 없는 희망'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이들이 지금 꿈꾸는 '행복'과 그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이면에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너무도 짙게 드리우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엔딩을 빌어주고 싶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절대 해피엔딩이 허락되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언제 무너질 것인지, 어떤 죄로 인해 무너질 것인지, 무엇보다 '누가' 무너질 것인지.. 종국에는 내가 기대하는 게 행복인지 파멸인지조차 헷갈리면서도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킹덤 2]는 요 네스뵈의 작품답게 처절하고, 치열하고, 철저하다. 어찌 보면 모두가 범인을 알고 읽는 도서 미스터리에 가까울 이 책은 범인, 동기, 트릭(?)에 대한 반전 없이도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한다. 여전히 최적의 자리에 위치한 복선들이 제때에 힘을 발휘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라는 건 분명 공감을 사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 '이유'에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일종의 자기희생정신(?)이 자리 잡고 있는 이상은 이들의 행동을 마냥 비난할 수가 없다. 아니, 비난을 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이 남아있기를 바라게 된다.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것에 공감하게 만드는 게, 공감하고 싶게 만드는 게 [킹덤 2]에 부린 요 네스뵈 최대의 마법(?)이 아닐까 싶었다.



이 작가님이 생각하는 '권선징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좀 다른 것 같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그런 생각이 극에 달했던 게 아마 [아들]이 아니었을까? [킹덤 2] 역시 그런 요 네스뵈 표 권선징악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옳지 않음을 알지만, 때로는 그 옳지 않음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혹은 죗값을 치르더라도, 조금이라도 온건한 형태로 치르고 그 삶을 이어나가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예상하는 '그 결말'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개연성 없는 결말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 있다. 이런 모순된 독자의 바람을 멋지게 들어주는 게 이 작가님이라 매번 이 작가님께 열광하게 되는 게 아닐지.. 스탠드 얼론으로 나왔던 작품, 그것도 한 권으로 완벽하게 마무리된 작품에 굳이 후속작이..?? 라는 의문이 없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애초에 여기까지 예상하고 [킹덤]을 쓴 게 아닌가..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들 만큼, [킹덤]과 [킹덤 2]는 완벽하게 이어진 시리즈였다..라며 감상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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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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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뇨로 입원한 '쓰노다'의 병실은 사연이 많다. 병원에는 좀처럼 존재하지 않는 '4호실'에, 팔천만 엔을 횡령하고 동반자살한 두 사람이 입원했던 병실이기도 하다.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유령을 목격한 후 자살한 환자도 있고, 간호사들조차 이 병실을 꺼리는 듯하다. 무엇보다 쓰노다 역시 유령을 목격했기에 이를 단순한 소문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결국 그는 입원해 있는 동안 사라진 팔천만 엔과 4호실의 유령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는데...



[언제 살해당할까]는 묘한 부조화의 조화(?)가 시작부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일단 '언제 살해당할까'라는 기묘하면서도 무서운(?)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표지가 그렇고, 분명 아주 오래전에 쓴 책인데 초반부터 시대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가볍고 일견 유쾌하게 느껴지는 전개가 그렇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시대감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그게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라 느껴지는 시대감이 아니라 요즘 작가가 과거를 배경으로 쓴 책 같다고나 할까? 케케묵은 느낌보다는 의외로 명랑하고 재기 발랄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시대에 대한 구구절절한 묘사보다는 등장인물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전개가 그렇고, 이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점점 무거워지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만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점이 그렇다. 애초에 이 사건이 유령과 사라진 팔천만 엔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한몫을 해서 읽는 동안은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한 조사였지만 뜻밖에 쓰노다, 그리고 그의 조사를 역시나 장난삼아 도와준 친구이자 경감인 '이시게'에게 시시각각 위기가 닥치며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이 되었고, 조사를 거듭할수록 사건의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그야말로 '언제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쓰노다는 머리로, 이시게 경감은 발로 뛰며 현재의, 그리고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다. 당연하지만 최신 과학 기술은 고사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심지어는 연락 한 번 주고받는 것도 쉽지 않은 시대의 원거리(?) 수사는 요즘 수사와는 전혀 다른 맛이 있다. 현대인이 보기에는 한없이 느린 전개일 수도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미친 속도(?)인 듯한 조사 과정이 묘하게 매력적이고, 이시게 경감의 느린 발과 빠르게 돌아가는 쓰노다의 머리가 정확히 한 지점에서 딸깍! 하고 맞물릴 때의 쾌감도 예사롭지 않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생각이고, 그 시대니까 가능한 발상, 그 시대니까 가능한 추적, 그 시대니까 가능한 트릭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게 인상적이다. 그 시대의 발상으로 한참 미래의 독자마저 속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 돋보이고, 사실 그때라서 가능했던 이야기가 지금도 통한다!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나 싶다.



'마지막 한 줄로 그동안의 전개를 뒤집으며 독자의 뒤통수를 친다!'라는 카피 라이트의 반전 소설도 물론 좋아하지만, [언제 살해당할까]는 이런 류의 책은 아니다. 우직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고, 그렇게 밝혀진 모든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추리를 하고, 그동안 은근히 숨겨놓았던 복선들이 추리 사이사이의 빈틈을 채워주며 논리를 완성한다. 아날로그의 극치인데 그게 시대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사실 그 시대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소 우연에 기댄 부분이 있는 건 아쉽지만, 나름대로 치밀한 설계를 하고, 과정에 정말 많은 공을 들여서 정교하게 짜 맞춘 덕분에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크게 상회한다. 요즘의 수사와는 다른, 그야말로 발로 뛰는 그 시대의 수사를 느긋하게 즐겨볼 수 있는 소설 [언제 살해당할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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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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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최초의 사건>

아니, 단편 설정에 이렇게 공을 들인다구요!? 도대체 어디까지 철저할 생각인지... 얼핏 읽으면 나름대로 특수설정을 살린 미스터리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다 읽고 보면 꽤나 본격적인 미스터리였구나! 로 감상이 바뀐다. 뭔가 은근 블랙 유머 느낌도 있고, 이 작가님 책 치고는 꽤나 퓨어했던 것 같은..??


<큰 손의 악마>

와.. 이 정도는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는 건가!? 이건 뭐.. 설정도 심상치 않은데 전개는 더더욱 심상치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서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감도 안 왔던..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대단했다. 숨도 못 쉬고 읽는다..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음!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이 단편.. 배경이 유곽이라서 수위가 좀 있음.. 근데 읽어 보니 상황이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유쾌한(?) 느낌이 있어서 '오, 그 시라이 도모유키 작가님이 이런 분위기의 단편을!?'하고 감탄했단 말이죠..?? 근데 더 읽어 보면 이거 정말 진짜 찐으로 본격적인 탐정소설이라서 너무 재미있었다. 와, 이건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싶은 철저한 전개와 결말, 그리고 또........ 여기까지 읽었을 때만 해도 '와, 이 책에서는 무조건 이게 베스트다!!' 했을 정도였다.


<모틸리언의 손목>

학창 시절에 역사 과목을 배우다 보면, 유적지나 유물, 화석 등의 해석(?)을 보면 '실제로 그랬을까? 혹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했다. 그런 상상이 시라이 도모유키라는 미친 작가님을 거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싶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거 아닙니다...(?)


<천사와 괴물>

책을 다 읽은 후 '와, 이 책의 베스트는 이거였네..'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마지막 단편 <천사와 괴물>. 분량을 봐도 다른 이야기의 두 배쯤 되는데, 진짜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후다닥 읽어나갔다. 보통 이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짜여진 철저함에 감탄할 때가 많은데, 이 이야기는 철저함을 넘어선 서사에 감탄했어요.. 단편 분량으로 이 정도 이야기를 만든다고? 이게 가능해??? 말도 안 된다 진짜..



[나는 괴이 너는 괴물]은 표제작이 없는데, 각기 다른 배경과 소재의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 제목은 이 모든 이야기를 멋지게 아우르며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주는 절묘함이 있다. 그리고 이 책 속 단편들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진짜 철저하고, 허투루 쓴 게 하나도 없다는 거? 읽다 보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분명 각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그 물음표는 느낌표로 모습을 바꾸며 뇌리에 강하게 박힐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작가는 미쳤구나 진짜..'라는 감탄(?)과 너무 재미있다는 탄성을 반복해서 내뱉을 수밖에 없었던 책 [나는 괴이 너는 괴물]. 이 작가님의 철저함은 단편에서도 장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빛을 발하고 있으니, 수위 높은 기존 책들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면 이 책으로 작가에 입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 작가님의 책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니 얼른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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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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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쇼세이'라는 인간 수컷 개체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에 힘을 보태지 않습니다. 그저 가만히 손가락만 대고, 자신이 힘을 주고 있지 않음을 들키지 않으려 할 뿐입니다.


그런 쇼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누구냐구요?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들으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을 누구라고 해야 할지..부터 쉽지 않다. 쇼세이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런 쇼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들(?)을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정체불명의, 그것도 전혀, 조금도, 단 1%도 생각하지 못했던 화자와 마주하며 생각 이상으로 당황했다는 걸 고백한다. 설마하니 이런 화자가 등장하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그런데 그 화자의 설정이 참으로 절묘하다. 이 책은 묵직한 볼륨으로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웠던 [정욕]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더 무거운 혹은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화자 덕분에 무겁다거나 어려운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가볍고, 발랄하고(?), 유쾌한 느낌마저 있다. [생식기]라는 다소 과감한 제목이 줄 수도 있는 거부감이 이 화자 덕분에 책을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금세 사라지는 게 신기하다. 내용이 무거워지더라도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는 게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내용은 시작부터.. 뭐랄까.. 책에 대한 감상으로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이 책과는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어로 표현하자면 '난감'하다. 고작 체중계 하나를 사러 가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아니, 스스로 결정할 생각도 없이 그저 함께 간 사람이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는 쇼세이. 그런데 그게 또 체중계가 꼭 필요해서도 아니고 그저 일요일을 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뭔가 당황스럽다. [생식기]라는 제목과 조금도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 내용이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꽤나 이상한 서술(?)로 말하는 '나'는 또 누구인지, 당황스러운데 페이지는 또 잘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난감함과 당황스러움을 가진 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이 책의 도입부가 의미하는 것, 기묘한 서술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와닿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생식기]에도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혹은 막연하게 '안다'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평범하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평범함을 '의태'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몇 번 고개를 갸웃하고, 몇 번 고개를 끄덕였는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였다.




[생식기] 속 모든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나온 듯,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고, 때로는 촌철살인처럼 아프다. 모든 문장이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계속 곱씹어 생각하게 만든다. '평범'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내내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평범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인간 개체가 평범함을 의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런 한편으로 나라고 뭐가 다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살다 보면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다시 말하면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쉬지 못하고 내내 발을 굴러가며 자전거를 멈추지 못한 채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생식기]는 평범하지 못해서 고민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도태된 인간 개체(?)를 위한 책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3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가벼운 볼륨이지만 금세 읽어나갈 수 없었던, 밀도 있는 책 [생식기]. 나와는 '다름'에서 나와 '같음'을 느낄 수 있었던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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