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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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감정이 제거된 세상...??"


인위적으로 감정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된 세상. 감정 제거자만이 입사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업' 노이모션랜드'. 그리고 감정이 없는 채로 태어나 25세가 넘도록 감정이 생기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자 노이모션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하리'. 만 30세를 앞두고, 마지막 감정 테스트를 받은 하리는 뜻밖에 결과 발표가 보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에 하리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그녀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스토리가 좋다'라는 게 제대로 와닿는 소설"


일단 간략하게 줄거리를 적기는 했지만, 아마 저 줄거리를 읽어도 이 책이 무슨 내용일지 쉽게 짐작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노 이모션]은 지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평범함'과는 다른 평범함이 자리를 잡아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구구절절 설명하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았다. 여기에 여러 사건들이 거의 동시에 발생하는데, 일견 연관성이 없어 보여 하나하나 언급하자니 맥락 없이 주절거리는 느낌이라 망설이다 다 빼버렸다. 그 결과 '그래서 이 줄거리에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줄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어쩌면 [노 이모션]을 손에 들고, 초반을 읽어 나가던 나의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건들은 왜 일어나고 있으며, 그래서 중요한 건 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딱 1/3 정도 지점을 넘어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란스러움은 사라졌고, 그때부터는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감정에 많이 휩쓸리는 약한 면이 있다. 그러니 감정을 제거하면 보다 효율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논리(?) 하에 감정 제거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세계는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구역은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감정이 없는 사람만이 살 수 있고, 그 정점에 있는 게 바로 노이모션랜드이다. 노이모션랜드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없어야 하고, 회사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감정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안에 감정 보유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그 소문을 뒷받침하는 기묘한 일들이 하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보통의 세상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자그마한 사건이 [노 이모션] 세상 속 노이모션랜드에서는 회사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을 거대한 사건이 된다...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간극이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흥미로움을 더해간다.



[노 이모션]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였다. 이 흐름이라면 분명 '그 결말'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 결말이었는가..는 차치하고 '스토리가 좋다'라는 게 이렇게 와닿은 적이 있었나 싶다. 아는 맛, 혹은 아는 맛일지도 모를 결말까지 가는 과정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감정이 없는 게 당연해지는 세상이 배경인데 그 어떤 소설보다 감정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했고, 감정이 없는 인물이 주인공인데 그 인물의 감정이 누구보다 궁금해지는 게 또 신기했다.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라 안 그래도 매력적인데, 딱 그 인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저마다 있고, 그 인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온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물뿐만 아니라 소설의 전개 속 모든 이야기가 그랬다. '도대체 왜..?' 싶거나 '이 에피소드가 굳이 필요할까..?' 싶은 부분이 없고, 혹 있어라도 언젠가 그 에피소드가 꼭 필요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안겨 준다.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서 끝까지 흐지부지한 구석이 없는,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밀도 높은 이야기가 소설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소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잘 살린 책!"


감정이 없는 게 당연해지고 있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에서 감정이 없는 채 태어나 유일하게 서른 살까지 감정이 없는 채로 살아온 주인공. 설정만 놓고 보면 꽤나 드라이한 소설이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오히려 반대였다. 굉장히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풍부한 소설이었다..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분명 추리소설은 아닌데, 조각조각 난 듯한 이야기들이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추리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특히 '???!!' 하게 만들었던 어떤 장면은 그야말로 소설의 백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 속 장면들이 머리에 그려지는 것 같은 생생한 묘사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는데, 영화로 만들면 소설 속 여러 디테일까지는 살리기 어렵겠지! 싶기도 하다.(하지만 혹시 영화화가 된다면 꼭 보고 싶음!) 그래서 소설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잘 살린 책!이라고 말하고 싶은 [노 이모션]. '감정'과 관련된 주제 의식을 떠올리면서 읽어도, 오로지 재미! 흥미! 도파민!(?)을 중심으로 읽어도, 어느 쪽이든 만족할 만한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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