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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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다려온 요코야마 히데오의 신작인데 그동안의 작품들과는 참 다른 느낌이에요. 얼른 손에 들고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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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탐정 야마네코 - 예측불허 천재 도둑의 화려한 외출
가미나가 마나부 지음, 김은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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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나가 마나부의 "괴도탐정 야마네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첫 소감은 '설마 이 책이 나올 줄은 몰랐다!'였다. 흔히 "심령탐정 야쿠모"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 책을 7권까지 출간했던 출판사가 안타깝게도 폐업을 하면서 이후 시리즈의 출간이 불투명해지고 말았다ㅠ 일본에서는 여러 작품이 영상화가 된 인지도 있는 작가인데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지라 아마도 국내에서 이 작가의 책을 보기는 힘들겠구나.. 했는데 반갑게도 '위즈덤하우스'에서 "괴도탐정 야마네코"가 출간되어서 냉큼 읽게 되었다.






사람은 죽이지 않고 거액의 돈만을 훔친 후에 범행성명 쪽지를 남기는 것으로 유명한 괴도 '야마네코'. 그런 그가 갑자기 영세한 출판사를 털고 심지어 사장을 죽이기까지 했다!? 출판사 사장과 막역한 사이였던 기자 '가쓰무라'는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뜻밖의 인물들과 공조까지 하게 된다.


한편 끊임없이 야마네코를 추적하던 형사 '세키모토'와 갑작스레 그와 파트너가 된 형사 '기리시마'까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조사를 해나가던 이들은 거대한 음모와 마주치게 된다.



심령탐정 야쿠모는 초반에는 라노벨과 비슷한 스타일이다가 점차 무거워지는 소설이었는데 "괴도탐정 야마네코"는 야쿠모에 비해 시작부터 훨씬 추리소설에 가까운 느낌이다. 제목에서부터 '괴도'와 '탐정'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루팡과 홈즈가 한 사람이 된 격이랄까?- 의외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따로 있었다. 피해자와 친밀한 사이인데다 이번 사건을 맡은 형사와도 친분이 있는, 그야말로 태풍의 눈과 같은 '가쓰무라'가 때로는 왓슨처럼, 때로는 소년탐정단처럼 여러 인물들과 공조하여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게 된다.(주요 인물인 가쓰무라가 왓는 내지는 소년탐정단이라면 홈즈의 역할은 과연 누가!?)


크지 않은 볼륨이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인데 생각보다 내용은 가볍지 않고 시리즈물의 첫 권에서는 각 캐릭터의 성격에 집중하느라 사건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기 쉬운데 "괴도탐정 야마네코"는 캐릭터의 성격도 잘 보여주면서 사건도 흥미진진하게 잘 끌어가고 있어서 제법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접한 가미나가 마나부의 책은 솔직히 말하면 야쿠모 시리즈보다 더 내 스타일이었다는ㅋ 


다만 아직까지는 첫 권이라서 코믹함 한 스푼, 액션 한 스푼, 미스터리 두 스푼, 사회적 메시지 반 스푼 등 다양한 느낌과 매력을 조금씩 맛보기처럼 보여주고 있는데 이후 이 작품이 어디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전개가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제발!! 이 책은 야쿠모 시리즈처럼 중단되는 일 없이 꾸준히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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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쓸모 - 마케터의 영감노트
이승희 지음 / 북스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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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도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출간되고 출간되는 책마다 그 책이 어떤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저자 및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열렬하게 묘사한다. 한 때 자기계발서를 소설보다 더 많이 읽은 시기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서에 지쳐 꽤 오랜 시간 이런 류의 책들을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나인데도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 제목에 혹하고 소개글에 혹하고, 이 책은 좀 다를 것 같은데 하며 끌리는 책들이 끊임없이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쓸데없이 서두가 길었는데 이번에 제목과 소개글에 깊은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된 책은 이승희 작가님의 [기록의 쓸모]이다.

 

부제가 '마케터의 영감노트'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작가는 '배달의 민족'에서 6년 동안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기록의 시작은 작가가 첫 직장인 치과에서 일을 더 잘 하고 싶은 욕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회의시간에 기록을 하지 않는 자신에게 상사가 회의록은 기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일을 잘 하려면 일단 기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작가가 점차 성장하고, 주변의 환경이 변화하고, 자신의 생각이 달라지면서 기록 역시 깊이를 더해가게 되고 결국 기록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 이야기까지 [기록의 쓸모]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책은 서장격인 '기억의 쓸모'를 제외하고 크게 '기록의 시작', '기록의 수집', '기록의 진화' 등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상 챕터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기록의 시작은 작가가 기록을 하게 된 이유와 기록을 해나간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기록의 수집에서는 작가가 다른 책이나 TV, 혹은 SNS 등에서 보고 듣고 접한 인용문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고 기록의 진화에서는 이러한 기록의 습관이 진화해서 자신의 일상에서, SNS에서, 여행 중에 어떻게 기록을 남기고 이로 인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들려주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자신이 겪었던 일들, 자신에게 계기가 되었던 일들과 함께 말해주기 때문에 읽는 사람 역시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일례로 작가가 처음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회의록 이야기를 보며 나 역시 처음 입사해서 회의시간에 나는 그렇게 적을 것이 없는데 다들 뭘 그렇게 열심히 적는 걸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을 잘 하는 상사는 다이어리에 핵심이 되는 요소요소를 적은 반면 아직 일이 미숙한 신입 직원은 지루함에 끄적인 낙서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만이 적혀있거나 한 걸 보고 스스로의 다이어리를 보며 '나는 과연 어느쪽에 가까울까..' 하고 반성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렇게 공감가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느끼고 변화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있는데 일단 책 분량도 270페이지 가량으로 많지 않은 편인데 2,3 챕터에서는 페이지를 꽤 사치스럽게(?) 사용한 곳들이 많이 있다. 아무래도 인용문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적다보니 페이지 구성 상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페이지에 내용이 3줄 있는 걸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또 간간히 길고 긴 인용문에 비해 그에 대한 작가의 감상은 너무 짧은 곳들도 있고 책 전반적으로 인용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꽤 되는 것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책 제목도 "기록의 쓸모"이고 작가가 이를 통해 변화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기록에 '대한' 혹은 기록이 가진 힘보다는 작가의 기록 자체가 주를 이루는 것이었다. 작가가 그동안 해왔던 기록들을 읽으면 즐겁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도 생기지만 '기록'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기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또 부제가 '마케터의 영감노트'인 것처럼 작가의 기록도 마케터의 눈으로, 생각으로 보는 세상이라서 조금은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은 워낙 젊은 작가이고 시간이 흐르고 기록이 더 쌓이면서 점차 깊이를 더해갈 거라고 생각하면 앞으로를 더 많이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단순히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기록이었지만 그로 인해 점차 변해가는 작가의 생각과 그보다 더 눈에 띄게 변화하는 작가 자신의 삶은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다. 기록을 통해 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었고 기록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도 출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록을 하기 위해 시작했던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작가에게 영향을 받아 기록을 시작했다는 것도 신기했다. 요즘은 내 주변의 사람들보다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누군가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그런 모습을 글로 읽으니 더 많아 와닿았다. 무엇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나도 기록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 그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망각을 보완할 수 있는 건 기록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기록의 쓸모] P.18)

나 역시 내가 풀어갈 인생이 객관식이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중략)
아무튼 나의 인생은 늘 주관식처럼 정해진 답은 없었고 혼자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기에 항상 오래 걸렸으며, 무엇보다 어려웠다. ([기억의 쓸모]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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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가는 유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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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는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출간된 시기에 따라 작품에 대한 만족도에 편차가 큰 작가이기도 하다. 읽는 책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국내에 출간된 모든 책을 다 읽었던 시기도 있었고, 읽는 족족 실망해서 아예 읽기를 그만 두었던 시기도 있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초기 작품을 매우 좋아했고, 중기 작품에 실망했고, 후기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진행형인 작가이긴 하지만)을 그런 대로 즐겁게 읽고 있는데 이번에 읽은 [후가는 유가]는 후기 작품이기는 하지만 꽤 초기 작품의 느낌이 나는 책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다카스기'라는 방송 제작자가 미스터리한 영상의 주인공인 '도키와 유가'를 찾아와 이에 얽힌 사연을 묻는 것으로 시작되고 유가가 다카스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전개된다. 쌍둥이인 유가와 '후가'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어머니는 가출을 하며 불운하게 성장한다. 그렇지만 이들 쌍둥이에게는 아주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1년에 딱 하루, 그들의 생일에 두 시간마다 서로의 위치가 바뀐다는 것이다. 일견 불편하기는 해도 별로 좋은 점은 없을 것만 같은 능력이지만 쌍둥이는 자신들의 작은 능력에 점점 익숙해지고 그 능력을 활용하며 힘든 시기를 버텨 나간다. 그러던 중 그들은 자신들이 고물상에서 일하며 주운 백곰 인형을 가출 소녀에게 주게 되고 그 소녀가 그 인형을 가진 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일이 그들에게는 빠지지 않는 가시처럼 계속 아픔으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들은 왕따, 성적인 학대, 납치 등에 자신들의 능력을 활용해서 맞서 싸우게 되는데,,

30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이 적지 않고, 두 쌍둥이의 말장난도 포함해서 밝은 분위기도 있지만 왕따, 학대, 납치 등 굵직한 사건들이 그들 주변에서 발생하면서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으로 전개가 된다. 후가와 유가는 두 시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이고 일단 유가가 형이지만 사실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도 불분명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생일마다 두 시간 간격으로 위치가 바뀌면서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지만 운동에 취약한 유가와 운동을 잘 하고 공부에 취미가 없는 후가. 쌍둥이지만 마냥 똑같지만은 않은 이 두 사람은 힘든 어린 시절을 함께 버텨온 형제이자 친구이자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쌍둥이와 그런 그들에게 결코 완치되지 않는 상처가 된 소녀의 죽음과 이를 상기시키는 백곰 인형. 과연 유가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풀어놓으면서 다카스기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사카 고타로를 좋아했던 시기에 그의 작품을 보면 젊은 감성이 묻어나는 재기발랄한 문체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는 확실치 않아도 일단 읽는 것이 즐거운 내용, 그리고 흩뿌려 놓았던 복선들이 하나도 빠짐 없이 촘촘히 연결되어서 '우왓!!' 하고 탄성을 자아냈던 결말까지 한정된 분량에 부족함 없이 짜맞춰진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이사카 고타로라는 작가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였고, 이런 이사카 고타로의 매력이 가장 빛났던 작품이 [골든 슬럼버]였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 이후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했던 이사카 고타로는 어쩐지 낯설고, 그만이 가졌던 매력이 점점 사라지는 듯한 아쉬움이 있었다. 확실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작품마다 다른 소재, 다른 전개로 늘 변화화는 모습으로 성장을 놀라움을 주는 작가도 있고, 이사카 고타로 역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지도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사카 고타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후가는 유가]는 먼 길을 돌아 다시 초기의 이사카 고타로의 스타일로 돌아가면서 그 동안 자신이 보여줬던 변화된 모습이 아주 약간 양념처럼 가미된, 이사카 고타로 나름의 진화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허수아비 언급 너무 반가워ㅠㅠ)

 

내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이사카 고타로 월드에 입문(?)한 것처럼 [후가는 유가] 역시 이사카 월드의 입문작으로 손색이 없는 즐거운 작품이었다. 자라지 않는 피터팬 같은 소년 감성이 돋보이는 이사카 고타로의 매력이 충분히 발휘됨과 동시에 다루기 어려운 무거운 소재를 일부 가미해 그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작품이라 '그래, 이게 이사카 고타로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해준 어둡고, 슬픔도 있지만 그래도 책장을 덮으면 따스함이 느껴지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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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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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은 출간 전부터 이미 특정 부분의 번역본이 인터넷에 나돌 정도로 유명한 책이었다. 다른 것도 아닌 현재 가장 핫한 화두인 '코로나'를 예견한 소설이라는 데에서 소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큰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 번역본이 현재 세상과 너무 흡사해서 나 역시도 책이 출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판사인 '다산책방'에서 대규모의 서평단을 모집하면서 나도 책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이자 라스베이거스의 쇼 디렉터인 '크리스티나 에번스(이하 티나)'는 1년 전 교통사고로 하나뿐인 아들 '대니'를 잃고 슬픔에 빠져 지내다 겨우 본업에 충실하며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나던 중이었다. 그러나 대니의 방 칠판에 갑작스레 '죽지 않았어' 라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적히는 등 주변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며 그녀는 대니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된다. 한편 티나가 제작한 쇼의 시사회에서 그녀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전직 요원이자 현직 변호사인 '엘리엇 스트라이커'는 이런 기이한 현상에 대한 티나의 고민을 들어주다 일에 휘말리게 된다. 이 모든 일들이 아들인 대니가 살아서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 티나는 아들의 사고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고자 하고 그들은 생명의 위협 속에서 점차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슬픔에 겨우면 사람이 미칠 수도 있다.

어디선가 그 말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젠 그 말을 믿는다"

 

 

약 450페이지 정도의 분량인데 영미소설답지 않게(?) 엄청난 가독성을 자랑하는 책이다. 아들의 사고에 대한 비밀을 풀고 아들을 찾으려는 모정도 눈물겹지만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세력이 시시각각 접근하고 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가는 서스펜스적인 스릴 역시 압권이다. 불과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있을 수 있는 일들을 한 권의 책에 꾹꾹 눌러 담아 흥미롭게 전개하는 것도 과연 '딘 쿤츠'라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의아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책은 450페이지 가량인데 400페이지가 넘도록 '코로나'와 관련된 혹은 '우한'이라는 단어조차 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 '코로나를 예견했다'는 홍보 문구에서 '전염병'을 소재로 한 내용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실제로 그런 내용조차도 아니다.(물론 완전히 무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은 사실 이 책이 애초에 화제가 된 '부분'에 홍보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 출판사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이 책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우한'이라는 것이 의도적이었다고 할 수 없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특정 부분에 집중된 홍보로 인한 반전(?)이 아니라 책 내용에 있다. 일단 '녹스의 십계' 중 두 번째 였던가,, '초자연적인 부분'이 개입한다는 것인데, 초반에 큰 의문이었던 티나 주변의 기이한 현상들이 초자연적인 어떤 힘이었다는 것에서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하고 여러 모로 궁리했던 것이 한 방에 해결된 것이 아쉬웠다. 아니, 사실 여기까지는 그렇게 아쉽지 않았는데 소설 전체에서 초자연적인 힘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 아쉬웠다. 사실 이 책은 기-승-전-결 중 '결' 부분이 상당히 짧은데 앞서 티나와 엘리엇을 그렇게 위협했던 가공할 만한 '적'과의 싸움의 승부가 너무 손쉽게 나버린 데서 뭔가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흥미롭게 잘 짜여진 판에 비해 결말은 아쉬움을 남긴 것 같다.

 

"죽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건 잠시의 승리일 뿐이다. 너희 모두는 곧 내 것이 되리라.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것이다. 너희를 기다리고 있으마.""

아마도 그냥 읽었다면 조금 더 만족했을 수도 있겠지만 '40년 전에 코로나19를 예견한 책'이라는 홍보 문구와 인터넷을 떠도는 특정 부분의 번역본을 보고 전체적인 내용에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기대보다는 조금 아쉬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코로나와 분리해서 본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코로나와 떼어놓고 생각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려서 아쉬움이 남는 책 <어둠의 눈>. 그렇지만 가독성도 좋고 이 책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확실히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손에 땀을 쥐며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이왕이면 좋은 평을 받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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