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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평점 :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은 출간 전부터 이미 특정 부분의 번역본이 인터넷에 나돌 정도로 유명한 책이었다. 다른 것도 아닌 현재 가장 핫한 화두인 '코로나'를 예견한 소설이라는 데에서 소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큰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그 번역본이 현재 세상과 너무 흡사해서 나 역시도 책이 출간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판사인 '다산책방'에서 대규모의 서평단을 모집하면서 나도 책을 받아서 읽게 되었다.
주인공이자 라스베이거스의 쇼 디렉터인 '크리스티나 에번스(이하 티나)'는 1년 전 교통사고로 하나뿐인 아들 '대니'를 잃고 슬픔에 빠져 지내다 겨우 본업에 충실하며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나던 중이었다. 그러나 대니의 방 칠판에 갑작스레 '죽지 않았어' 라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적히는 등 주변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지며 그녀는 대니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된다. 한편 티나가 제작한 쇼의 시사회에서 그녀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전직 요원이자 현직 변호사인 '엘리엇 스트라이커'는 이런 기이한 현상에 대한 티나의 고민을 들어주다 일에 휘말리게 된다. 이 모든 일들이 아들인 대니가 살아서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한 티나는 아들의 사고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고자 하고 그들은 생명의 위협 속에서 점차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슬픔에 겨우면 사람이 미칠 수도 있다.
어디선가 그 말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젠 그 말을 믿는다"
약 450페이지 정도의 분량인데 영미소설답지 않게(?) 엄청난 가독성을 자랑하는 책이다. 아들의 사고에 대한 비밀을 풀고 아들을 찾으려는 모정도 눈물겹지만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세력이 시시각각 접근하고 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가는 서스펜스적인 스릴 역시 압권이다. 불과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있을 수 있는 일들을 한 권의 책에 꾹꾹 눌러 담아 흥미롭게 전개하는 것도 과연 '딘 쿤츠'라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의아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책은 450페이지 가량인데 400페이지가 넘도록 '코로나'와 관련된 혹은 '우한'이라는 단어조차 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 '코로나를 예견했다'는 홍보 문구에서 '전염병'을 소재로 한 내용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실제로 그런 내용조차도 아니다.(물론 완전히 무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들은 사실 이 책이 애초에 화제가 된 '부분'에 홍보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 출판사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이 책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우한'이라는 것이 의도적이었다고 할 수 없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특정 부분에 집중된 홍보로 인한 반전(?)이 아니라 책 내용에 있다. 일단 '녹스의 십계' 중 두 번째 였던가,, '초자연적인 부분'이 개입한다는 것인데, 초반에 큰 의문이었던 티나 주변의 기이한 현상들이 초자연적인 어떤 힘이었다는 것에서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하고 여러 모로 궁리했던 것이 한 방에 해결된 것이 아쉬웠다. 아니, 사실 여기까지는 그렇게 아쉽지 않았는데 소설 전체에서 초자연적인 힘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 아쉬웠다. 사실 이 책은 기-승-전-결 중 '결' 부분이 상당히 짧은데 앞서 티나와 엘리엇을 그렇게 위협했던 가공할 만한 '적'과의 싸움의 승부가 너무 손쉽게 나버린 데서 뭔가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흥미롭게 잘 짜여진 판에 비해 결말은 아쉬움을 남긴 것 같다.
"죽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건 잠시의 승리일 뿐이다. 너희 모두는 곧 내 것이 되리라.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것이다. 너희를 기다리고 있으마.""
아마도 그냥 읽었다면 조금 더 만족했을 수도 있겠지만 '40년 전에 코로나19를 예견한 책'이라는 홍보 문구와 인터넷을 떠도는 특정 부분의 번역본을 보고 전체적인 내용에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기대보다는 조금 아쉬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코로나와 분리해서 본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코로나와 떼어놓고 생각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려서 아쉬움이 남는 책 <어둠의 눈>. 그렇지만 가독성도 좋고 이 책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확실히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손에 땀을 쥐며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이왕이면 좋은 평을 받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