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무더위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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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타케 나나미의 책은 국내에 나름 오래 전에 몇 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그 중에는 다 읽은 책도 있고 읽다 만 책도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기억에 크게 남는 작품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코지 미스터리'라고 불리는 일상 미스터리 보다는 좀 더 묵직한 작품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 -실제로 <어두운 범람>은 지인의 추천을 받아 읽은 책이었건만ㅠ- 작년에 <조용한 무더위>가 출간되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가 올해 <녹슨 도르래>가 출간되면서 오! 계속 시리즈가 나올 모양인데!? 하며 일단 첫 번째 작품을 손에 잡게 되었다...라곤 하지만 실제로 이 시리즈 자체가 <조용한 무더위>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전작을 짐작케 하는 부분들이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어차피 일상적인 미스터리이고 본작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책으로 시작해도 무방하다,고 서두를 마치고 본 내용으로 들어가기로..

 

주인공인 '하무라 아키라'는 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 직원이자 같은 건물 2층에 '백곰 탐정사'라는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탐정이기도 하다.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저마다 더위에 지쳐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를 여름, '터프하고 불운한 명탐정'의 힘겨운 여름 나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연작 단편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 소설 마지막의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중 '코지 미스터리' 부분을 읽고 다시 책의 내용을 돌이켜 보면 절로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코지 미스터리는 '폭력 행위가 비교적 적으며, 끝 맛도 깔끔한 미스터리를 이르는 말'인데 이 책은 제법 폭력적이고, 일상 미스터리 치고는 살인 사건도 서슴치 않고 있으며 끝 맛도 제법 불쾌한 단편들이 있다. 그렇지만 사건이 더운 여름날부터 추운 겨울날까지 계절감이 돋보이는 시간적 배경으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로부터 출발하고, 거기에 작가의 기발한 상상과 독특한 인물이 어우러져 제법 평범하지 않은 형태의 미스터리로 전개되는 것이 제법 흥미진진했다.

 

시작부터 대형 교통사고를 소재로 하고 있는 단편 '파란 그늘 - 7월'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의 가방이 없어졌는데 그 속에 있는 딸이 소중히 여기던 파란 수첩을 찾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불행한 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가방을 들고 유유히 현장을 떠난 범인. 그렇지만 버스가 전복된 사고에 목격자가 집중되어 승용차에 집중한 사람들이 거의 없어 범인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과연 하무라는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범인을 발견하는 과정이 다소 운에 의지하는 요소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추적하는 과정 자체도 흥미로웠고 첫 번째 단편 답게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도 참 좋았다. 그렇지만 끝 맛이 아주 찜찜해서 이대로 끝나지 않고 후에 다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그렇지 않아 조금 아쉬움이 남은 단편이기도 했다

 

두 번째 단편은 표제작인 '조용한 무더위 - 8월'인데 그 유명한 코난 도일의 작품 중 한 단편이 떠오르는 이야기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도무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의뢰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하무라의 탐정으로서의 능력도 유감없이(?) 발휘 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것까지 통찰력 있게 밝혀내는 것도 유쾌했다.(사실 너무 통찰력 있다 싶긴 했지만ㅎ) 단편인데 비해 복선도 제법 깔려 있고 회수하는 과정도 억지스럽지 않아서 이 정도 분량에 이 정도 이야기를 참 잘 였어냈구나 하고 감탄했던 단편이다.

 

단편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매 단편마다 각 달이 부제로 달려 있다. 위에 언급한 두 편 외에 다른 네 편의 단편도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400페이지 남짓한 한 권의 책에 여섯 편의 단편을 넣은 것 치고는 제법 한 편 한 편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밀도가 낮지 않다. 그런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다 보니 단편의 길이에 비해 속도감이 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단편집 치고는 가독성이 높은 편은 아닌데 그런 만큼 한 편의 단편을 읽은 것 치고는 만족감도 더 컸던 것 같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살인곰 서점에서 매달 열리는 미스터리 페어인데 우연의 일치(?)로 그 달에 발생하는 사건과 묘하게 연결되는 주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규모 개인 서점에서는 이런 식으로 테마 페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월의 주제에 맞는 미스터리들이 대거 등장하고 책의 마지막에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에서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어 다양한 미스터리를 추천받을 수도 있다.

 

한 권에 책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꼭꼭 눌러 담아 쓴 책 <조용한 무더위>. 기존에 읽었던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과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전에는 조금 읽다 포기(?)해버렸는데 이제는 다음 작품도 기대를 하게 되고 과거의 이야기들도 궁금해진다. 일단 얼른 <녹슨 도르래>부터 이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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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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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 최초로 전 세계 동시 출간된 책 <녹나무의 파수꾼>. 제목만 들어서는 도저히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고 줄거리만 봐서는 '판타지인가,,,' 싶은 설정의 책이었는데(히가시노 게이고의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1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잇는 또 하나의 감동 대작'이라는 선전 문구에 혹해서(?) 빠르게 읽게 되었다.

이야기는 주거 침입, 기물 파손, 절도 미수 등의 죄목으로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한 '레이토'가 그를 구해주는 대신 자신의 일을 도와달라는 치후네의 요청을 수락하고 그에 따라 '녹나무'의 파수꾼 견습이 되면서 시작된다. 근방에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영목으로 유명한 녹나무의 파수꾼의 되었지만 그것이 진실인지도 알 수 없고, 그믐날과 보름날에 유독 '기념(소원을 비는 것)'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알 수 없는 등 모두가 미스터리인 상황이지만 나름대로 성실한 파수꾼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유미'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기념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고 약간의 일탈을 겸해 협조하기도 하고 치후네로부터 일을 배우며 녹나무의 비밀에 대해서도 점차 알게 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점점 성장해나간다. 녹나무는 실제로 소원을 들어주는 것일까? 그리고 그믐과 보름에 찾아오는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는 파수꾼인 레이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크게는 유미가 자신의 아버지의 기념에 대해 알아가는 것과 치후네가 왜 파수꾼의 역할을 레이토에게 맡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가 되고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을 통해 레이토는 점차 녹나무의 비밀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실제로 가장 흥미로운 것이 왜 치후네와 레이토의 관계에 대한 부분인데,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전개되는 대신 유미와 유미 아버지,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이야기들이 전개되면서 마치 평행선처럼 함께 풀려나간다. <녹나무의 파수꾼>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답게 여러 사람의 서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것이 서로의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정말로 신비롭다. 여전히 복선을 장치하는 것도 능숙하고 회수하는 것도 깔끔한 것이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소설의 기본 설정 자체가 흥미로운데 반해 스토리 전개는 제법 예측이 가능한데 - 달리 말하면 조금은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평행 선상에 놓고 전개를 시키는 데다 녹나무의 비밀이라는 큰 수수께끼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러한 미스터리적인 요소들을 제외하고 레이토라는 인물에만 초점을 맞춘 성장소설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때때로 흐뭇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쑥스러움을 감추고 툭툭 내뱉듯이 하는 말에 담긴 따뜻함이 여과없이 전달되어서 점점 소설이 마음 속에 들어오는 듯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과적인 면모가 강한 작가답게 감정보다는 논리가 앞서는 소설이 많았는데 이렇게 감성적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깐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게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소설이라고!?'

한편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이런 쪽으로 가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하며 조마조마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행히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결말까지 정말 완벽했다, 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녹나무가 가진 신비한 힘을 통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이루려고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저마다의 마음이라는 것이 나지막한 울림처럼 와닿았다.

읽는 내내 시간을 잊을 만큼 즐거웠고, 때때로 미소를 지을 만큼 흐뭇했고, 감동적인 한편 괜히 마음이 울컥했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 여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참 많이 읽었고 재미있게 읽은 작품도 많긴 했지만 막상 '히가시고 게이고의 작품 중 어떤 책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어?' 라고 물으면 멈칫! 하게 되었던 나였는데 이제는 머릿속에 <녹나무의 파수꾼>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진짜 너무 좋고 너무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레이토와 치후네의 캐릭터가 너무너무 매력적이라서 -물론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ㅠ- 언제고 다른 소설에서라도 꼭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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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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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워낙에 좋아하는 작가가 많아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고민을 해야겠지만 가장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를 꼽으라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찬호께이'를 말할 수 있다. 국내에 출간된 모든 책을 읽었고,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고, 그만큼 믿고 읽는 작가인 찬호께이의 단편집 [디오게네스 변주곡]이 출간되어서 빠르게 읽게 되었다. 이번 단편집은 찬호께이가 첫 작품을 쓴 이래 10년 동안 쓴 단편 열네 편과 습작 세 편을 모아 출간한 책으로, 그만큼 내용도 다양하고 분량도 다양하다. 아무래도 이야기가 열일곱 편이나 실린 단편집 리뷰에 모든 단편의 리뷰를 적을 수는 없고 특별히 인상 깊었던 단편 몇 편의 이야기와 더불어 전체적인 감상을 적어보려고 한다.

 

<파랑을 엿보는 파랑>은 세상 모든 일에 무관심하고 무감각한 하루를 보내던 '란유웨이'가 '심람소옥(짙은 파랑색 작은 집)'이라는 블로그의 글을 읽고 여태껏 느끼지 못한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란유웨이는 블로그의 내용을 토대로 블로그 주인인 '샤오란'을 스토킹 하게 된다. 그리고 한편에서 '다크웹'이라는 비밀 사이트를 통해 그녀를 둘러싼 '살인계획'이 벌어진다. 자신은 모르지만 스토킹과 살인의 대상이 된 샤오란의 운명은?

 

2008년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최근에 쓰여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대 SNS의 이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옆집 사람과도 그다지 소통하지 않는 시대이면서 SNS에는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 모순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의 소통 단절이 오히려 SNS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혹은 완전히 반대일 수도 있고) 스토리 전개는 예상이 가능했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더라도 예상을 뒤엎는 것이 찬호께이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매력이 충분히 발휘된 단편이었다.

 

<시간이 곧 금>은 시간을 사고 팔 수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마리원'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선물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자신의 42일을 팔게 된다. 이 때 시간을 팔아도 자신에게 지난 42일간의 기억은 남게 되고 42일 동안 일상적으로 자신이 했을 법한 일들을 이미 되어 있는 상태로 자신은 단순히 42일 후로 가게 된다. 단지 다른 것은 기억은 있지만 판매한 시간이 자신에게 현실감이 없을 뿐이다. 시간을 팔아도 내게 손해는 없을 것 같은데,, 과연 자신의 시간을 판 마리원은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보통 시간을 판다면 그 시간 동안의 기억이 전혀 없게 마련인데 그 기간 동안 기억도 남아 있고 자신이 했을 법한 일들을 했다는 데서 차별점이 느껴진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기 싫으니 시험 기간을 판매한다면 이미 공부도 했고 시험도 봤고 시간을 팔아 돈도 벌었으니 일석이조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과연 모든 것이 좋기만 할까?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면 분명 그 때 그 상황에 내가 처한다면 일상적이지 않은 선택을 했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운명이 전혀 다르게 바뀔 수도 있다. 힘들 때마다 시간을 판다면 힘들지 않게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짧은 단편인데도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결말까지 정말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작가 후기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정말 완벽한 이야기가 된다. 보통 작가 후기를 읽지 않더라도 이 작품은 꼭 작가 후기까지 읽기를 권한다.

 

<추리소설가의 등단 살인>은 현대 추리소설가들은 생생한 소설을 쓰기 위해 몰래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토대로 등단한다는 편집자의 말에 살인을 저지르는 추리소설가 지망생의 이야기이다. 무려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는데 출판사 포스트를 통해 사전 연재되기도 했던 작품이라 결말이 너무너무 궁금했던 단편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찬호께이가 이런 단편을!?' 했을 정도였는데 살인 사건을 다룬 단편에 이런 감상을 써도 되나 싶긴 하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을 읽는데 너무 유쾌했다. 2000년대 초반쯤에 이런 스타일의 단편에 정말 푹 빠졌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의 기억이 나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외에도 '아니 어떻게 이런 결말이!?!?' 하고 제일 놀랐던 <가라 행성 제9호 사건>이라든지,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 류의 작품을 보는 듯 했던 '숨어 있는 X'라든지 아직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 더 있는데 리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아쉽지만 각설하고. 이 책은 작가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쓴 여러 단편이 모여있기도 하고 미스터리, SF, 환상, 호러 등 정말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읽는 맛이 있는 책이다. 분량이 많으면 많은 대로 이야기 전개가 흥미롭고, 습작의 경우 단 세 페이지로 이야기가 끝나기도 하는데 그 안에 그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짜임새가 있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니 남은 단편의 수가 줄어가는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찬호께이 만의 매력을 꼭꼭 눌러 담은 진짜 내 취향의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장편보다는 단편의 매력을 살리는게 더 어려울 수도 있는데 정말이지 찬호께이는 장편이든 단편이든 실망시키는 일이 없는 작가라는 것이 이번에 또 한 번 검증되었다. 유일한 불만이라면 책이 많이 안 나온다는거,,ㅠㅠ 그렇지만 기다림만큼, 아니 그 이상의 만족을 주는 작가, 얼마만큼을 기대해도 늘 기대 이상인 작가, 이번 [디오게네스 변주곡] 역시 믿고 읽는 찬호께이의 완벽한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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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낸시 (스티커 포함)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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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고 최근에 다시 낸시가 보고 싶은 마음에 손에 잡게 되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는 낸시 이야기는 그 때만큼의 즐거움과 감동을 내게 안겨줄 수 있을까?

 

선량한 쥐 '더거' 씨 집 앞에 버려진 고양이 '낸시'. 프롤로그부터 더거 씨는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고양이 아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지만 추워하는 낸시를 결국 -끙끙대며- 집 안으로 들이게 되고, 그날부터 낸시는 더거 씨의 딸, 지미의 여동생이 된다. 하지만 쥐들이 사는 마을에서 아직 어리다고는 해도 고양이가 쉽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는 법! 낸시는 과연 이 마을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보통의 책이라면 단순히 모습만 다른 것이 아닌 쥐에게 위협이 되는 고양이가 쉽게 받아들여질리 없지만 [고양이 낸시] 속 쥐들은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당연한 듯 '고양이를 어떻게 키울 수가 있어!?' 라며 완강히 반대하는 것 같지만 채 한 장이 넘어가기도 전에 낸시의 모습을 보고 그들이 내뱉은 말은 "이런 망할! 정말 귀엽잖아!" 였다. 그렇게 낸시의 귀여움에 홀린 마을 쥐들은 낸시를 키울 수 있게 더거 씨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선물까지 안겨준다.

 

그렇지만 아마도 더 어려운 것은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낸시를 위해 덮어두기로 한 어른 쥐들의 마음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대로 믿고 누군가를 속이는 것이 어려운 아이 쥐들의 마음일 것이다. 낸시의 오빠 지미는 자신과 다른 낸시의 모습에 낸시가 고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자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지미는 자신의 여동생인 낸시를 위해 어떻게 하면 낸시가 고양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다른 쥐들이 자신과 다른 낸시의 모습에 놀라자 지미가 해준 변명은 "내 동생은 우유를 잘 먹어서 키가 많이 큰 거야" 였다. 어른이 보기에는 서툰 변명이지만 그 다음 컷의 아이 쥐들이 우유를 열심히 마시는 모습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나온다. 조금 다른 겉모습에 구애 받지 않고 서로를 평범한 친구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그렇지만 이야기라면 응당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의 단계를 거치게 마련으로, 평온하게 살아온 낸시의 앞에 낸시가 고양이이기 때문에 위험하고 그렇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인물 '헥터 삼촌'이 등장한다. 그런 그를 낸시의 사랑스러움으로 현혹시키려고 하는 마을 사람들! 그들의 노력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헥터 삼촌이라는 벽을 한 단계 넘어서도 '종'이 다른 낸시가 언제까지나 자신의 정체를 모른 채 자신을 쥐라고 믿고 살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 그렇지만 낸시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상처받지는 않을까, 자신을 속인 어른들을 원망하지는 않을까,,하는 고민이 깊어져간다. 낸시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더라고 지금처럼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양이 낸시는 가볍게 보면 아이들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고 명랑한 한 편의 동화같은 책이다. 갈등이 등장하기는 해도 정말 순식간에 해결이 되고 마을은 언제나 사랑스러움을 유지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조금 현실과 연결해서 생각한다면 나와 모습이 다른 사람을 틀린 것으로 치부하며 마냥 배척하는 것이 아닌 조금 다르지만 결국은 나와 같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 사랑스러운 고양이 낸시와 마을 쥐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다름'을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의 다른 시선이 정말 흥미로웠는데 작가님은 아이의 시선으로도 어른의 시선으로도 공감할 수 있게 너무 이야기를 잘 풀어내신 것 같다.

 

앞표지와 뒷표지는 그냥 봐도 너무 귀엽지만 책을 다 읽고 다시 보면 정말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게 보인다. 그냥 이 책 속 낸시와 쥐들은 글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다. 어쩜 이렇게 그림도 귀엽고 글도 귀여운지, 책장이 줄어가는 게 너무 아쉬웠다. 여담이지만 작가님의 후속작인 [환생동물학교]도 요즘 다시 읽고 있는데 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너무 잘 어루만져주셔서 울다 웃다 하며 읽고 있다. [고양이 낸시]는 읽는 사람을 몰입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고 마지막에는 감탄하게 만드는 다시 말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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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일 37세의 사건부 2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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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권이 나왔네요! 일본은 벌써 6권 나왔던데, 한국도 더 빨리 나오면 좋겠어요. 3권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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