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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쓸모 - 마케터의 영감노트
이승희 지음 / 북스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한 해에도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출간되고 출간되는 책마다 그 책이 어떤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저자 및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열렬하게 묘사한다. 한 때 자기계발서를 소설보다 더 많이 읽은 시기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천편일률적인 자기계발서에 지쳐 꽤 오랜 시간 이런 류의 책들을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나인데도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보면 제목에 혹하고 소개글에 혹하고, 이 책은 좀 다를 것 같은데 하며 끌리는 책들이 끊임없이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쓸데없이 서두가 길었는데 이번에 제목과 소개글에 깊은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된 책은 이승희 작가님의 [기록의 쓸모]이다.
부제가 '마케터의 영감노트'라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작가는 '배달의 민족'에서 6년 동안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기록의 시작은 작가가 첫 직장인 치과에서 일을 더 잘 하고 싶은 욕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회의시간에 기록을 하지 않는 자신에게 상사가 회의록은 기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일을 잘 하려면 일단 기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작가가 점차 성장하고, 주변의 환경이 변화하고, 자신의 생각이 달라지면서 기록 역시 깊이를 더해가게 되고 결국 기록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 이야기까지 [기록의 쓸모]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책은 서장격인 '기억의 쓸모'를 제외하고 크게 '기록의 시작', '기록의 수집', '기록의 진화' 등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상 챕터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기록의 시작은 작가가 기록을 하게 된 이유와 기록을 해나간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기록의 수집에서는 작가가 다른 책이나 TV, 혹은 SNS 등에서 보고 듣고 접한 인용문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고 기록의 진화에서는 이러한 기록의 습관이 진화해서 자신의 일상에서, SNS에서, 여행 중에 어떻게 기록을 남기고 이로 인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들려주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자신이 겪었던 일들, 자신에게 계기가 되었던 일들과 함께 말해주기 때문에 읽는 사람 역시 상당 부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일례로 작가가 처음 기록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회의록 이야기를 보며 나 역시 처음 입사해서 회의시간에 나는 그렇게 적을 것이 없는데 다들 뭘 그렇게 열심히 적는 걸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을 잘 하는 상사는 다이어리에 핵심이 되는 요소요소를 적은 반면 아직 일이 미숙한 신입 직원은 지루함에 끄적인 낙서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만이 적혀있거나 한 걸 보고 스스로의 다이어리를 보며 '나는 과연 어느쪽에 가까울까..' 하고 반성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렇게 공감가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느끼고 변화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가진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있는데 일단 책 분량도 270페이지 가량으로 많지 않은 편인데 2,3 챕터에서는 페이지를 꽤 사치스럽게(?) 사용한 곳들이 많이 있다. 아무래도 인용문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적다보니 페이지 구성 상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페이지에 내용이 3줄 있는 걸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또 간간히 길고 긴 인용문에 비해 그에 대한 작가의 감상은 너무 짧은 곳들도 있고 책 전반적으로 인용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꽤 되는 것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책 제목도 "기록의 쓸모"이고 작가가 이를 통해 변화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기록에 '대한' 혹은 기록이 가진 힘보다는 작가의 기록 자체가 주를 이루는 것이었다. 작가가 그동안 해왔던 기록들을 읽으면 즐겁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흥미도 생기지만 '기록'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담기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또 부제가 '마케터의 영감노트'인 것처럼 작가의 기록도 마케터의 눈으로, 생각으로 보는 세상이라서 조금은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은 워낙 젊은 작가이고 시간이 흐르고 기록이 더 쌓이면서 점차 깊이를 더해갈 거라고 생각하면 앞으로를 더 많이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단순히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기록이었지만 그로 인해 점차 변해가는 작가의 생각과 그보다 더 눈에 띄게 변화하는 작가 자신의 삶은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다. 기록을 통해 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었고 기록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도 출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기록을 하기 위해 시작했던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작가에게 영향을 받아 기록을 시작했다는 것도 신기했다. 요즘은 내 주변의 사람들보다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누군가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그런 모습을 글로 읽으니 더 많아 와닿았다. 무엇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나도 기록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 그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망각을 보완할 수 있는 건 기록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기록의 쓸모] P.18)
나 역시 내가 풀어갈 인생이 객관식이길 바라는 사람이었다. (중략) 아무튼 나의 인생은 늘 주관식처럼 정해진 답은 없었고 혼자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기에 항상 오래 걸렸으며, 무엇보다 어려웠다. ([기억의 쓸모]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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