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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감은 두 눈이 다시는 떠지지 않기를
김명훈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길어지는 코로나의 늪으로 인해 전국민이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들고 또 힘든 요즘이다. 간신히 상황이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또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으니 아무리 즐거운 생각만 하며 즐겁게 살아가려 애쓰는 나 역시 마냥 즐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밝은 책이라도 읽으면 좋으련만, 오히려 이럴 때라서 더 눈길을 끈 책이 있다. 열두 살 때 우울증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약을 먹으며 생활하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 [지금 감은 두 눈이 다시는 떠지지 않기를]이다.
일본에서 유명 사립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도윤'. 그는 평범한 대학생처럼 보이지만 실은 신경정신과 약을 다량으로 복용하고 있고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이 있다면 제일 먼저 택하고 싶은 우울한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늘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조차 그에게는 불편해서 한국의 집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병원에는 매달 가도 집에는 들르지 않는다. 그는 머릿 속으로 늘 주변인물들을 죽이며 자신 역시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웃음과 함께 '오츠카레(수고했어!)'라며 인사를 건넨 '나츠코'의 존재가 조금씩 특별해지며 그는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자신의 우울이 주변을 가시처럼 다치게 하는 것조차 두려운 도윤은 그녀를 통해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삶을 만날 수 있을까?
사실 간단히 줄거리를 적어봤지만 내가 적은 줄거리가 과연 이 소설을 제대로 요약한 것일까.. 라고 반문하면 자신이 없다. 그만큼 [지금 감은 두 눈이 다시는 떠지지 않기를]은 복잡한 책이다. 서사가 복잡하다거나 전개가 복잡한 것이 아니라 담겨 있는 감정이 몹시도 복잡하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작가의 소개와 책 속 '도윤'의 모습이 몹시도 겹쳐진다. 그래서 사실은 더 알 수가 없었다. 지금 작가는 이 소설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 중반인지, 후반인지, 아니면 소설 속에서 묘사되지 않은 미래 속인지.
소설 속에서 도윤은 신경정신과 약을 더 이상 늘릴 수 없을 만큼 다량으로 복용하는 삶을 살고 있었고 같은 대학의 '나츠코'를 만남으로써 변화하고 있지만 사실 당연하게도 도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츠코만이 아니다. 늘 걱정해주는 가족들, 입은 거칠지만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친구, 그를 어떻게든 호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의사들까지, 그가 죽음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그를 잡아준, 그가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의지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책 속에서는 나츠코로 인해 변화하면서 조금씩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실은 주변의 끊임없는 배려와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단단한 믿음의 토대 위에 나츠코와의 만남이 더해졌기 때문에 도윤의 삶이 변화하게 된 것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감은 두 눈이 다시는 떠지지 않기를]은 '오늘이 너무도 힘든 누군가'에게 쉽게 권하기는 힘든 책이다. 작가가 직접 겪은 만큼 소설 속 도윤이 겪는 우울감과 그로 인한 환상에 대한 묘사는 마치 사실처럼 생생하고, 초중반 분위기 자체가 정말로 암흑 속에서 하나 남은 촛불 마저 얼른 꺼졌으면 하는,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는 삶의 모습같아서 자칫하면 읽은 사람까지 우울하게 만들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아주 어릴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네 번의 자퇴를 겪으며 지금도 약을 복용하고 있는 작가가 '세상에서 내가 제일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어떻게 고민하고, 고뇌하고, 여러 상황을 겪어왔는지를 도윤의 모습을 통해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보통은 이런 책을 읽으면 감상의 마지막에 '책 속에서 희망을 봤다.'든지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든지 하는 말이 나올 것 같은데 적어도 내가 이 책에서 받은 감상은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단지 나는 책 속에서 힘들지만 내가 제일 행복하고 싶은 누군가를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게 가장 솔직한 감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무리 해야겠다.

힘들어하는 이에게 "내가 더 힘들었어."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한다. 모두의 힘듦과 슬픔은 향기도 색도 다르니까. 우리에게는 분명 우리만의 답답함이, 우리만의 결핍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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