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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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쇼세이'라는 인간 수컷 개체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에 힘을 보태지 않습니다. 그저 가만히 손가락만 대고, 자신이 힘을 주고 있지 않음을 들키지 않으려 할 뿐입니다.


그런 쇼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누구냐구요?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들으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을 누구라고 해야 할지..부터 쉽지 않다. 쇼세이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런 쇼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들(?)을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정체불명의, 그것도 전혀, 조금도, 단 1%도 생각하지 못했던 화자와 마주하며 생각 이상으로 당황했다는 걸 고백한다. 설마하니 이런 화자가 등장하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그런데 그 화자의 설정이 참으로 절묘하다. 이 책은 묵직한 볼륨으로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웠던 [정욕]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더 무거운 혹은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화자 덕분에 무겁다거나 어려운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가볍고, 발랄하고(?), 유쾌한 느낌마저 있다. [생식기]라는 다소 과감한 제목이 줄 수도 있는 거부감이 이 화자 덕분에 책을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금세 사라지는 게 신기하다. 내용이 무거워지더라도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는 게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내용은 시작부터.. 뭐랄까.. 책에 대한 감상으로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이 책과는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어로 표현하자면 '난감'하다. 고작 체중계 하나를 사러 가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아니, 스스로 결정할 생각도 없이 그저 함께 간 사람이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는 쇼세이. 그런데 그게 또 체중계가 꼭 필요해서도 아니고 그저 일요일을 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뭔가 당황스럽다. [생식기]라는 제목과 조금도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 내용이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꽤나 이상한 서술(?)로 말하는 '나'는 또 누구인지, 당황스러운데 페이지는 또 잘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난감함과 당황스러움을 가진 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이 책의 도입부가 의미하는 것, 기묘한 서술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와닿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생식기]에도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혹은 막연하게 '안다'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평범하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평범함을 '의태'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몇 번 고개를 갸웃하고, 몇 번 고개를 끄덕였는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였다.




[생식기] 속 모든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나온 듯,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고, 때로는 촌철살인처럼 아프다. 모든 문장이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계속 곱씹어 생각하게 만든다. '평범'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내내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평범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인간 개체가 평범함을 의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런 한편으로 나라고 뭐가 다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살다 보면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다시 말하면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쉬지 못하고 내내 발을 굴러가며 자전거를 멈추지 못한 채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생식기]는 평범하지 못해서 고민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도태된 인간 개체(?)를 위한 책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3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가벼운 볼륨이지만 금세 읽어나갈 수 없었던, 밀도 있는 책 [생식기]. 나와는 '다름'에서 나와 '같음'을 느낄 수 있었던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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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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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자인 '로'는 호화 크루즈의 취재라는 절호의 기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강도 사건, 오랜 기간 먹어온 약과 최근 더욱더 마시게 된 술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오로라호'에 탑승하게 된다. 그리고 오로라호에서의 어느 밤, 로는 자신의 옆방, 그러니까 10호실에서 무언가, 마치 사람처럼 무거운 '것'이 바다로 빠지는 소리를 듣는다. 급하게 승무원을 호출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10호실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어요."



이 책의 장점은 놀라운 가독성이다. 고작(?) 한 건, 그것도 실제로 벌어졌는지 아닌지도 모를 사건 하나로 400페이지가 넘는 볼륨을 채우고 있는데 의외로 불필요한 묘사가 많지 않고, 어느 정도 긴장감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늘어진다는 느낌도 크게 들지 않았다. 10호실에 있었을 지도 모를 '여성'의 존재는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근 전개와 결말이 나쁘지'는' 않았다. 비교적 흥미로운 부분도 있고, 뭐랄까.. 요즘 시대에 좀 더 먹힐 만한 전개와 결말이었달까?



문제는 단점인데.. 일단 가장 먼저 와닿는 단점은 주인공이다. 영미 스릴러가 여성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경우 대부분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데, 상처 혹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자신을 늘 피해자의 입장에 두고, 예민하고 주변을 상처 입히지만 늘 자신이 상처 입은 것처럼 행동해서 몰입과 공감을 박살 내는 여주인공.. 그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을 로 역시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누군가 사라졌다는 건 불확실한 것이고, 그 사건에 확실함을 더해줄 수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임무를 내팽개친 채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하고 있는 -혹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그러면서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주변을 탓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사실 이런 주인공은 어차피 영미 스릴러에서 드물지 않으니 그렇다 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은근 나쁘지 않은 전개와 결말을 이어줄 '무언가'가 꽤 많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초중반의 빌드 업은 나름대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느낌이 있는데, 후반, 그것도 가장 중요해야 할 부분은 '에엥??? 이게 이걸로 이렇게 된다고??' 하는 의문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꽤 중요한 요소들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우연'에 기댄 것도 모자라 가장 중요하게 작용해야 할 감정 변화를 순식간에 끝내버린 게(?) 이 책을 '재미있다'라고 말하기 어렵게 만든 건 아닐지...



흥미로운 설정과 괜찮은 빌드업, 따로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전개와 결말..인데 다 읽으면 묘하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 '우먼 인 캐빈 10'. 그래도 영미 스릴러, 그것도 주인공이 이렇게나 답답하고 공감이 안 가는 영미 스릴러인데도 금세 뚝딱뚝딱 읽을 정도로 가독성만큼은 인정입니다! 올해 7월에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후속작이 국내에 나오면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는 되었다..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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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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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은퇴한 CIA 요원 '매기'를 비롯한 다섯 명, 일명 '마티니 클럽' 멤버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해변 마을 '퓨리티'. 책과 술을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도 잠시, 이 마을에 찾아온 '여름 손님들' 중 한 명인 소녀가 실종되며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매기의 이웃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마티니 클럽 멤버들은 또 한 번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고, 수사 도중 호수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체'는 이 사건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는데...




[여름 손님들]의 시작은 강렬하다. 시기는 1972년, 한 남자가 차로 여러 사람을 치어 사망케 하고, 이를 저지하려던 경찰의 총을 빼앗아 그 경찰마저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을 보여준다. 한참 전에 벌어진 사건, 그 사건의 잔혹성,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해당 사건의 마지막 두 문장까지.. 이는 곧 이어지는 마티니 클럽의 여유로운 한때, 그리고 수잔 가족의 -누군가의 장례를 위한 방문이긴 하지만- 평화로운 한때와 대비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1972년이라는 머나먼 과거의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10대 소녀의 실종이라는 이 소설의 '메인 사건'이 발생하며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도무지 상상하지 못한 채 책을 읽어나가게 만든다. 또 전작에서 위기에 처한 매기에게 도움을 주었던 이웃 '루터'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의 알리바이에 모순이 발견되고, 심지어 그의 차량에서 유력한 물증이 발견되며 매기뿐만 아니라 독자마저 혼란스러워진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 마티니 클럽 멤버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경찰보다 한발 앞선 추리를 통해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끝에서 나타난 것은 이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여름 손님들]의 비교적 잔잔한 일상 같은 시작과 크게 진전이 없는 소녀의 실종 사건 수색은 이 책의 초반을 다소 늘어지는데..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호수 밑바닥에서 시체가 발견된 이후 이 책은 전작만큼의 위기 상황이 닥치지 않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부유하고 우아한 삶을 사는 '문뷰'의 가족들에게 던져진 '소녀의 실종'이라는 돌이 만들어 내는 파문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진실로 이어진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이 지독한 '설계'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실 소설의 흐름만 놓고 보면 '이게 가능할까...' 싶은 부분이 없지 않고, 분명 더 '그럴싸한' 전개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굳이 이 방향의 전개를 택한 작가에게서 어떤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반에는 '전작에 비해 스케일이 좀 아쉬운가..' 싶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이상의 스케일이 되어 있었고, 어느 시점을 넘기면서부터는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결말까지 달리게 만들었던 책 [여름 손님들]. 무려 1972년이라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사건이라는 것도 흥미진진했지만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자칫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극한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더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들의 삶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들'은 소설 속의 정말 다양한 인물들을 가리키고 있지만,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한 단면만 적어보자면.. 전직 CIA 요원으로 아직도 현역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두뇌 회전을 보여주는 마티니 클럽이지만 노쇠한 신체는 이들의 두뇌 회전을 뒷받침해주기 어려울 때가 있다. 또 경찰보다 더 날카롭게 사건을 바라보고 수사해 나가는 이들이지만 늘 옳은 선택, 옳은 결정만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들이 무적의 전직 CIA 요원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시리즈가 매력적이고, 그래서 또 다음 책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여름 손님들]을 읽고 나니 또 한 번, 시리즈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가 솟구치는데 [The Shadow Friends]라는 제목부터 흥미로운 마티니 클럽 시리즈 3권 출간이 무려 2026년 8월로 예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때까지 매력적인 요원들을 잊지 않고, 또 한 번 출간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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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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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남자친구이자 톱스타인 '차이한'에게 애정과 열등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 '유민'은 슬럼프로 작품 활동이 여의치 않다. 이를 걱정한 아버지로부터 당분간 할머니의 시골집과 밭을 관리하며 지내며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시골로 내려간 유민은 할머니의 마늘밭에서 거액의 돈을 발견하며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그 사건은 뜻밖에 남자친구인 차이한의 과거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일단 400페이지를 살짝 넘기는 볼륨이 무색하게, 심지어 내 취향이 아닌(?) '사랑 타령'이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가독성이 좋아서 순식간에 독파했다. 흔히 말하는 '로맨스릴러'의 일종..으로 느껴지는데 [마늘밭의 파수꾼] 속 사랑은 영미스릴러의 끈적한 사랑과는 다른, 집착과 의심을 오가는 사랑이라서 그런지 사랑 타령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전체 줄거리를 말하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몇 문장으로 줄여서 말할 수 있을 것처럼 간결한 뼈대를 가지고 있는데, 그 뼈대에 과하지 않으면서 흥미로운 '살'을 붙이는 작가님의 능력이 그야말로 탁월해서 소설 속 상황에 크게 진전이 없는 순간도 늘어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완급 없이 긴장 상황만이 계속되면 피로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설에서는 '긴장의 상황'과 '안도의 상황'을 오가며 조금씩 긴장감을 높여나가는데, [마늘밭의 파수꾼]은 '긴장의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야기의 얼개만 놓고 보면 다소 익숙할 수도 있지만, 그 얼개를 보여주는 방식이, 그 방식 속에 숨겨놓은 복선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표현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이 연륜(?)을 느끼게 만들어서 '이게 정말 작가님의 데뷔작이라고!?'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였다.



[마늘밭의 파수꾼]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이 책 전반에 걸쳐 사랑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그 사랑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에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 -그리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미간이 펴지지 않는- 묘한 경험을 했다. 일본에서 읽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미스터리 소설을 '이야미스'라고 하는데, [마늘밭의 파수꾼] 역시 그런 이야미스의 일종으로 느껴진다는 게, 이 책 전면에 내세워진 '사랑'과 매칭이 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 잘 어우러질 수도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의 서늘함은 한여름 열대야를 한순간이나마 잊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 익숙하지 않고, 뻔한 것 같으면서 뻔하지 않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책 [마늘밭의 파수꾼].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 있다면 바로 이어서 손에 들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아직 출간작이 한 권밖에 없다는 게 아쉽다. 빠른 시일 내에 도직 작가님의 작품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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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살인
카라 헌터 지음, 장선하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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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년 동안 미제로 남은 사건의 해결 과정이 전 세계로 스트리밍 된다!"



영화감독 '가이'는 스스로 '인퍼머스'라는 스트리밍 프로그램의 감독이 되어서 20년 전 자신의 새아버지가 살해당한 사건을 다루고자 한다. 변호사, 전직 경찰, 법정 심리학자, 법의학 수사관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선발하고, 직접 사건을 조사하고 토론하며 당시 경찰이 밝혀내지 못한 진범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인퍼머스'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놀라운 사실들을 연이어 밝혀내고 '이대로 가면 범인을 잡는 것도 가능하겠다!'라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실들이 하나둘 밝혀지며 이들은 점점 혼란스러워지는데...



"미친 거 아닌가..."



책을 손에 들기 전까지는 몰랐던 거죠.. 이 책이 무려 600페이지 가까운 볼륨이라는걸.. 집에서 시작하는 건 무리다!(?) 하고 카페에 들고 나갔는데 앉은 자리에서 300페이지 순삭 실화인가요!? 내가 특별히 책을 빨리 읽어서!는 아니고, 그만큼 초반 몰입 및 가독성이 좋다는 게 첫 번째 이유, 그리고 책의 본문 구성이 두 번째 이유다. 대부분 방송 극본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대화체 중심이기도 하고, 줄바꿈도 많고(?), 무려 20년 동안 미제로 남은 사건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롭게 파헤친다!라는 컨셉이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흥미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보다 더 흥미로운 요소들도 있지만, 그 부분은 책 속에서 직접 만나며 입이 떡! 벌어지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일단은 운만 띄워놓고 넘어가야겠다.


책을 읽으며 두 번,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놀랐다. 한 번은 중반부에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였고, 다른 한 번은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인 '그래프'를 마주했을 때였다. [가족 살인]은 일단 포맷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데, 시작부터 '인포머스'에 캐스팅(?) 된 등장인물들의 각기 다른 양식의 이력서를 보여 주며 단숨에 기대와 몰입감을 올려놓는다. 또 챕터의 시작 역시 마치 내가 TV 프로그램의 극본을 엿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어서 한층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여기에 대화 중심의 내용이, 분명 나는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 마치 TV 화면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이 놀라울 정도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이 책의 진정한 매력에 비하면 모두 부차적인 요소..라고 해야 할까.. [가족 살인]의 가장 놀라운 점은 '좋아요', '하트', '구독', 기타 여러 가지 단어로 대변할 수 있는 '화제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들의 앞면과 뒷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극대화되어서 나타난 게 바로 앞서 언급한 '그래프'라서, 그 그래프를 보는 순간 정말 '미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던...


이렇게 쓰고 보면 단순히 포맷이 좋고, 그 포맷을 잘 살린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가족 살인] 속 사건은 포맷과 분리해서 생각해도, 그러니까 '평범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어도 충분히 흥미진진했을 이야기이다. 20년 전 미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을 지지부진한 조사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밝혀진 사실 위주로 빠르게 전개된다. 그리고 한 가지, 한 가지가 밝혀질 때마다 상황이 뒤집히며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무엇이 진실인가..'에 독자를 쉽게 다다르게 만들지 않는다. 거의 최종, 최최종, 진짜 최종.. 수준으로 끌고 가는데(?) 내 기준에서는 진짜 최종 딱 직전에 멈췄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최종은 살짝 너무 간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던 게 유일한 아쉬움이랄까...



"600페이지 정도는 가볍게 순삭 되는 재미!"



[가족 살인]은 여타의 영미 스릴러가 그랬던 것처럼 심리 묘사가 풍부한 책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족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사족이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그 사족이 단순히 분량을 늘리기 위한 게 아니라, 딱 그곳에 있음으로써 흥미를 배가시키는 사족이라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데 결정적인 장면에서 1화가 끝나고, 막상 2화가 시작되면 1화의 그 장면은 뭐 적당히 지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또 결정적인 장면에서 2화가 끝나고 3화를 기다리게 되는.. 딱 그게 이 책에 있다. '인포머스' 한 회차의 마지막에 던져진 폭탄의 행방(?)이 궁금해서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그 궁금증이 풀리려고 할 때쯤 다른 폭탄이 던져져서 또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TV 혹은 영보다 재미있는 책!이라고 하면 단순한 비유인 줄 알았는데 -물론 저는 실제로 TV보다 책이 더 재미있습니다만..-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내용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다고 해도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어그로가 과하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조차 섬뜩하리만치 현실적이어서 더 흥미로웠던 책 [가족 살인]. 600페이지 정도는 가볍게 순삭 되는 재미를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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