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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기자인 '로'는 호화 크루즈의 취재라는 절호의 기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강도 사건, 오랜 기간 먹어온 약과 최근 더욱더 마시게 된 술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오로라호'에 탑승하게 된다. 그리고 오로라호에서의 어느 밤, 로는 자신의 옆방, 그러니까 10호실에서 무언가, 마치 사람처럼 무거운 '것'이 바다로 빠지는 소리를 듣는다. 급하게 승무원을 호출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10호실은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어요."
이 책의 장점은 놀라운 가독성이다. 고작(?) 한 건, 그것도 실제로 벌어졌는지 아닌지도 모를 사건 하나로 400페이지가 넘는 볼륨을 채우고 있는데 의외로 불필요한 묘사가 많지 않고, 어느 정도 긴장감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늘어진다는 느낌도 크게 들지 않았다. 10호실에 있었을 지도 모를 '여성'의 존재는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근 전개와 결말이 나쁘지'는' 않았다. 비교적 흥미로운 부분도 있고, 뭐랄까.. 요즘 시대에 좀 더 먹힐 만한 전개와 결말이었달까?
문제는 단점인데.. 일단 가장 먼저 와닿는 단점은 주인공이다. 영미 스릴러가 여성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경우 대부분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데, 상처 혹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자신을 늘 피해자의 입장에 두고, 예민하고 주변을 상처 입히지만 늘 자신이 상처 입은 것처럼 행동해서 몰입과 공감을 박살 내는 여주인공.. 그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을 로 역시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누군가 사라졌다는 건 불확실한 것이고, 그 사건에 확실함을 더해줄 수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임무를 내팽개친 채 술에 취해 헛소리를 하고 있는 -혹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그러면서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주변을 탓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사실 이런 주인공은 어차피 영미 스릴러에서 드물지 않으니 그렇다 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은근 나쁘지 않은 전개와 결말을 이어줄 '무언가'가 꽤 많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초중반의 빌드 업은 나름대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느낌이 있는데, 후반, 그것도 가장 중요해야 할 부분은 '에엥??? 이게 이걸로 이렇게 된다고??' 하는 의문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꽤 중요한 요소들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우연'에 기댄 것도 모자라 가장 중요하게 작용해야 할 감정 변화를 순식간에 끝내버린 게(?) 이 책을 '재미있다'라고 말하기 어렵게 만든 건 아닐지...
흥미로운 설정과 괜찮은 빌드업, 따로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전개와 결말..인데 다 읽으면 묘하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 '우먼 인 캐빈 10'. 그래도 영미 스릴러, 그것도 주인공이 이렇게나 답답하고 공감이 안 가는 영미 스릴러인데도 금세 뚝딱뚝딱 읽을 정도로 가독성만큼은 인정입니다! 올해 7월에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후속작이 국내에 나오면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는 되었다..라는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