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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남자친구이자 톱스타인 '차이한'에게 애정과 열등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 '유민'은 슬럼프로 작품 활동이 여의치 않다. 이를 걱정한 아버지로부터 당분간 할머니의 시골집과 밭을 관리하며 지내며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시골로 내려간 유민은 할머니의 마늘밭에서 거액의 돈을 발견하며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그 사건은 뜻밖에 남자친구인 차이한의 과거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일단 400페이지를 살짝 넘기는 볼륨이 무색하게, 심지어 내 취향이 아닌(?) '사랑 타령'이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가독성이 좋아서 순식간에 독파했다. 흔히 말하는 '로맨스릴러'의 일종..으로 느껴지는데 [마늘밭의 파수꾼] 속 사랑은 영미스릴러의 끈적한 사랑과는 다른, 집착과 의심을 오가는 사랑이라서 그런지 사랑 타령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전체 줄거리를 말하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몇 문장으로 줄여서 말할 수 있을 것처럼 간결한 뼈대를 가지고 있는데, 그 뼈대에 과하지 않으면서 흥미로운 '살'을 붙이는 작가님의 능력이 그야말로 탁월해서 소설 속 상황에 크게 진전이 없는 순간도 늘어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완급 없이 긴장 상황만이 계속되면 피로감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설에서는 '긴장의 상황'과 '안도의 상황'을 오가며 조금씩 긴장감을 높여나가는데, [마늘밭의 파수꾼]은 '긴장의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야기의 얼개만 놓고 보면 다소 익숙할 수도 있지만, 그 얼개를 보여주는 방식이, 그 방식 속에 숨겨놓은 복선이,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표현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이 연륜(?)을 느끼게 만들어서 '이게 정말 작가님의 데뷔작이라고!?'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였다.
[마늘밭의 파수꾼]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이 책 전반에 걸쳐 사랑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그 사랑이 최고조에 달하는 장면에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 -그리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미간이 펴지지 않는- 묘한 경험을 했다. 일본에서 읽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미스터리 소설을 '이야미스'라고 하는데, [마늘밭의 파수꾼] 역시 그런 이야미스의 일종으로 느껴진다는 게, 이 책 전면에 내세워진 '사랑'과 매칭이 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 잘 어우러질 수도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의 서늘함은 한여름 열대야를 한순간이나마 잊게 만들 정도로 강렬했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 익숙하지 않고, 뻔한 것 같으면서 뻔하지 않은, 독특한 매력을 가진 책 [마늘밭의 파수꾼].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 있다면 바로 이어서 손에 들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아직 출간작이 한 권밖에 없다는 게 아쉽다. 빠른 시일 내에 도직 작가님의 작품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대해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