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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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아들의 전처에게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부부"


<천사의 선물> '마요'는 리모델링 의뢰를 받고 진행하던 도중 의뢰인으로부터 공사를 보류하겠다는 말을 듣고 놀란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 살던 집을 리모델링 해서 살고자 했던 부부였지만, 아들의 전처가 임신 사실을 알리며 유산 상속권을 주장해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난감해진 마요는 바 '트랩핸드'를 운영하는 전직 마술사이자 삼촌인 '다케시'에게 이 일을 의논하게 되는데...




"의외로(?) 괜찮은데?"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는 연작 단편집이다. 그것도 원래는 한 권이었으니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와 내용이 이어지는 연작 단편집이다. 그래서 어차피 단편집이니까... 하고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를 먼저 읽는다면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에 대한 스포를 당할 수 있다. 꼭 스포가 아니더라도 등장인물들도 겹치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내용도 있으니 텀을 두지 않고 연이어 읽는 걸 추천하고 싶다.(거의 1년 전에 전작을 읽은 덕분에 등장인물도 단편의 내용도 가물가물해져서 다소 혼란스러웠던 1인) 


분권으로 인한 약간의 불만을 품고 손에 들었는데 의외로 위에 줄거리를 적은 첫 번째 이야기가 상당히 괜찮았다. 이야기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다소 무리한 설정이 있긴 하지만 전개와 결말 모두 꽤나 예상 밖이었다. 이전 작품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 두 번째 이야기는 '그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과 약간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긴 해도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해서 오히려 더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세 번째 이야기가 가장 아쉬웠는데, '꺾지 말고' 그냥 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이었다면 풍성한 재미가 있는 책이 되었을 듯"


전작도, 이번 작품도 가볍게 읽기에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짧은 분량에 어느 정도 작가의 노림수가 잘 통해서 소소한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두 작품을 '한 권'으로 본다면 나름대로 풍성한 재미가 있는 책이 된다. 그리고 시리즈 첫 권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읽었을 때 이미 책 속에 '코로나'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것처럼 그때그때 현실의 이슈들을 거의 텀이 없는 것처럼 책에 반영하는 작가의 능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수십 년째 최정상의 자리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늘 현재의 자신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 것 같달까.(최근에 모 작가의 책을 읽고 많이 실망해서 그런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런 부분이 더 좋게 느껴졌다)


그리고 뭔가 이 시리즈는 작가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갈릴레오 시리즈'처럼 완벽한 이론으로 중무장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역시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가가 형사 시리즈'처럼 깊은 감정으로 엮여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게 현실성이 있는지는 논외로 작가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독자는 부담 없이 술술 읽으며 그 속의 가벼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달까. 작가의 페르소나는 '가가 형사'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제멋대로인(?) '다케시'에 더 가까울 지도..라는 장난스러운 생각도 든다. 두 권의 단편집으로 다케시의 여러 가지 매력은 충분히 느꼈으니 이제는!! 다음 작품은!! 제발 장편으로 묵직한 한 방을 날려주기를 기대해 보며.



인생의 대선배이신 여러분은 앞으로의 삶을 그저 여생이라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여생에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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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의 살인
모모노 자파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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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호텔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건!!"


1인당 3,000만 엔의 초저가 우주여행.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여섯 명의 참가자를 싣고 우주 호텔 '스타더스트'를 향해 첫 이륙을 한다. 성공적으로 스타더스트에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목매달아 죽은 시신과 마주하며 즐거운 여행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어떻게 중력이 없는 곳에서 목매달아 사망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는 사고인가, 자살인가, 아니면 '살인'인가. 경찰이 올 수 없는 우주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 그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책에 대한 감상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드물지만 이 책의 출간 전과 출간 후, 책을 읽는 도중과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상을 먼저 말해볼까. 일단 출간 전, '무중력 공간에서 목을 매 죽은 시신 발견!'이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 문구를 봤을 때 그 독특한 설정과 해답(?)이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는데 속속 올라오는 후기에 호평이 드물다...?? 그래서 급격히 기대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니 '어, 왜 재미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설정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책을 읽는 맛을 더해주었고, '목매단 시신'이 의외로 꽤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던 인물이어서 도대체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 [별에서의 살인]의 세 개 챕터까지는 가독성도 좋고 꽤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챕터.... 결말에 대한 혹평을 많이 봐서인지, 그래서 온갖 최악을 상상해서인지 생각'만큼' 불호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불호라는 후기도 이해가 되었다. 책에 대한 감상이 책을 읽기 전후로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걸 먼저 말해두는 걸로.



"생각보다 전개는 '그럴싸했다'"


일단 [별에서의 살인]은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문외한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꽤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우주여행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우주로 향하는 기내에서의 상황과 우주 호텔에 도착해서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그야말로 우주에 다녀오기라도 한 듯 설정을 참 잘 살리고 있다. 또 단순히 우주여행이라는 컨셉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소소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중에 꽤나 적재적소에 복선으로 회수되기도 한다. 불가능한 상황의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특한 컨셉을 잘 살린 전개로 나름대로 '그럴싸하게' 이어진다. 만약 결말까지 '그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면 꽤 재미있다..는 감상을 이끌어 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SF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전개되고, 코미디로 마무리되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일단 첫 번째로 소설을 읽으며 내내 거슬렸던 건 이 소설 속 우주여행에 유일하게 '무료 초대권 당첨'으로 참여하게 된 여고생이다. 왜 굳이 -소설 속 설정으로는 '초저가'이지만 현실적으로는..- 3,000만 엔이라는 거금을 내야 하는 여행에 '무료 초대권'이라는 설정까지 부여해 가며 여고생이 등장해야 할까..가 의문이었는데 의외로 빠르게 풀렸다. '미래의 우주'라는 배경의 특성상 설명해야 할 것이 적지 않은데, 그때마다 이 여고생이 '고3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으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던 것... 아니, 아무리 고3이라도 이런 것까지 알아..?? 심지어는 부기장 '하세'의 난해하고 어려워 보이는 지시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수행하는 게 '[소년탐정 김전일]의 '미유키' 급이라 어느새 실소가 흘러나왔다.


두 번째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 소설 최대 미스터리의 해결편(?)과 그 동기가 그간의 빌드업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운 과학 기술을 활용한 트릭!을, 독자가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아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의 '갈릴레오 시리즈보다 더 언페어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갈릴레오 시리즈'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게 물리학 교수였지만 이 책에서는 한 축은 우주에(만) 해박한 인물, 다른 한 축은 무한 지식의 슈퍼 여고생이어서야.... SF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이어지다가 코미디로 마무리된 느낌이었달까..



"기대컨 하게 만들어 준 후기들에 감사합니다"


책에 대한 감상이 읽기 전후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리뷰 역시 호평과 혹평을 넘나들고 있는데.. 사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에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크게 군더더기 없이 딱 '지금'의 필요한 설정만 보여주는 듯한 전개에 '유키 하루오'의 [방주]가 떠오르기도 했고. 어쩌면 이 책도 아주 강렬한 한 방이 있었다면, 혹은 과학 기술에 의존한 지난한 설명이 필요한 트릭이 아닌 모두가 납득할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호평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번 작품은 마무리가 아쉽지만, 다음에 또 이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면 자연스레 손이 갈 것 같다..는 걸로 리뷰를 마무리해보는 걸로.





출판사 서평단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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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편지
아밀 지음 / 버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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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무 예뻐요! 펀딩 오래 기다린 만큼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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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록
프리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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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 않으면, 죽여."


<국가생명연구소> 국가생명연구소에서 인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MCP(Mind Control Patch)'를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준수는 요즘 집보다 회사가 더 마음 편하다. 딸 연우가 유치원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아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늦은 시간에 퇴근해 지하철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던 준수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 속 인물은 준수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같은 칸에 탄 사람을 죽이라고 지시한다.



"소네 케이스케.. 보다는 오다 마사쿠니..에 가까울 지도..??"


책을 읽으며 희한하게 '소네 케이스케'의 책보다는 얼마 전에 힘겹게 읽었던 '오다 마사쿠니'의 [화 : 재앙의 책]이 떠올랐다. 약간 순한 맛 [화]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책을 다 읽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작가님이 좋아하는 소네 케이스케의 책이 [코]나 [열대야] 같은 느낌, 특히 [코]에 가까운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기승전결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게 아니라 일단 중후반부에 나올 법한 내용을 던져놓고, 그 이면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그런데 그 이면이 뭔가 좀 찜찜하고 뭔가 턱턱 걸리는 듯한 느낌.... 여기까지는 분명 소네 케이스케의 책을 연상시키는 부분도 없지 않은데 아마 결말 때문에 [화]에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소네 케이스케의 책은 반전의 결말이 강렬한 한 방이 되든, 찜찜함을 증폭시키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면, [기생록] 속 이야기들의 결말은 굳이 표현하자면 '닫힐 뻔했다..' 같은 느낌?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니고,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니고 '뭔가 있음직.. 하게' 끝이 난다.



"흥미로운 설정 + 적당히 불쾌한 전개 + 적당한 결말"


[화] 리뷰에서 "흥미로운 설정 + 불쾌한 전개 + 허무한 결말"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기생록]도 비슷하게 표현해 보자면 "흥미로운 설정 + 적당히 불쾌한 전개 + 적당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각각의 이야기는 설정이 꽤나 기발하고 흥미를 자아낸다. 그리고 딱 과하지 않을 만큼만 불쾌해서 그런지 가독성도 꽤 좋은 편이다. 그리고 결말도 어느 정도는 '호오..' 하고 즐길 수 있다. 다만 전개와 결말보다는 설정 쪽이 확실히 매력적이라는 건 어찌 보면 웹소설의 특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후킹'에 능하다..는 느낌?? 인터넷에서 어떤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서 읽을까, 말까..는 결국 초반에 결정되고, [기생록] 속 이야기들은 어느 이야기든 인터넷에서 초반을 읽었다면 분명 끝까지 이어서 읽어나가게 만들 힘이 있다. 만약 내가 서점에서 이 책의 앞부분을 읽었다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책을 샀을 것 같고. 지난한 빌드 업을 거쳐 마지막에 한 방을 터뜨리는 게 여태까지의 소설이었다면, 초반에 시선을 사로잡아 어떻게든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게 요즘의 소설일지도.. 라는 생각이 조금은 들기도 했다. 다만, 이왕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과히 불쾌하지 않은 기발한 상상력의 '컬렉션'"


호러, 스릴러, SF, 미스터리... 다양한 장르의 단편들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는 책, [기생록]. 300페이지 남짓한 볼륨에 여섯 편의 이야기라 한 편 한편 가볍게 읽을 수도 있고, 각각의 장르가 다르다 보니 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없어 앉은 자리에서 몇 편씩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라면 취향에 맞는 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개인적으로는 최근 호러소설에 많이 지쳤는데도 <이 안에 원귀가 있다>가 결말 직전까지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신기하다) 과히 불쾌하지 않은 작가님의 기발한 상상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손에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가 되어줄 듯.




작가님께 책만을 선물받아서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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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
인프제 보라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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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생각의 편린을 들여다보는 건 생각보다 꽤 재미있다. 가끔은 나와 너무 비슷한 생각에 공감하기도 하고, 나와 너무 다른 생각에 놀라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는 정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어느 밤, 그 제목을 보고 마음이 끌려서 손에 들게 되었다.




한 2년쯤 전이었던가?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모인 자리가 있었는데, 통성명 후 자연스럽게 받은 첫 질문이 'MBTI가 뭐예요?'였다. 그때는 내 MBTI가 뭔지는 알아도 'E'가 외향형이고 'I'가 내향형이다.. 외에는 의미조차 잘 몰랐던 나는 MBTI가 이 정도였던가? 하고 순수하게 놀랐다. 예전에는 혈액형으로 사람을 나누던 것처럼, 요즘은 MBTI로 사람을 나누는 시대가 되었다.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의 작가는 '인프제 보라' 님으로, 이름부터 MBTI가 들어간다. SNS를 '부캐' 삼아 자신의 속마음을 써 내려가다 이렇게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SNS와 책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SNS는 컷툰 형식으로, 그림 위주로 가볍게 속마음을 풀어냈다면, [생각을 끄는 스위치]는 그림도 있지만 글이 주를 이룬다. 그것도 SNS에 썼던 것보다 길고, 무겁고, 그래서 더 솔직하다.




생각이 많아서 잠이 안 오는 밤에 가볍게 공감하며 읽다 스르륵.. 잠들 수 있는 책일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될 정도로 작가님은 생각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 생각이, 그야말로 '에세이' 그 자체였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그 이야기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읽어 내렸고, 얼마쯤은 공감하고 얼마쯤은 갸우뚱.. 하며 읽어나갔다. 아, 생각이 많은 두 사람이 만나니(?) 생각이 끝없이 이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작가님도 생각이 많아서, 혹은 예민해서 힘든 자신을 풀어낼 곳이 필요해서 부캐를 만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예민함, 혹은 자신의 속마음을 가슴 깊은 곳에 감추고 살아가고, 한 번쯤 아웃팅하고 싶은 꿈을 가지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부캐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인프제 보라 님이 부럽기도 하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며 위로가 되기도 한다. 조금 삐딱하지만 '나만 생각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게 잘못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다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조금은 괜찮게 만들어 주었다.



[생각을 끄는 스위치]를 읽으며 공감할 수 있다, 위로받는 것 같다..는 것 외에도 좋았던 건 이 책 속에 담긴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표현들이었다. '생각을 끌 수 있는 스위치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나도 하게 만드는 제목도 그랬고, '말자국', '말걸음'이라는 표현들이 실제로 쓰이는 게 아님에도 그 단어 자체로 와닿았다. 같은 생각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멋진 표현들을 만나는 건 퍽퍽한 건빵을 먹는 것처럼 누군가의 복잡한 생각들에 살짝 지쳤을 때 만나는 별사탕처럼, 묘한 반가움이 되었다.



이 책은 어찌 보면 누가 나를 위로해 주는 '힐링' 같은 느낌의 에세이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생각을 하는데 주변에서 그걸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조금은 투덜거리고, 조금은 변명하는 누군가의 생각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나를 오해하는 것 같다'라며 불안해하거나 불평을 가져본 적이 있지 않을까? 불평은 가져도 이를 드러낼 수 없는 게 '어른의 사정'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나 대신 불평하고 변명한다!고 생각 하면 그 자체로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나 역시 그랬다.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의 스위치는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에 생각의 스위치가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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