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8
범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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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1923년 시대에 백정들의 신분 해방 운동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다. 백정의 신분 철폐를 위해 양반 신분을 사서 신분을 상승도 가능하였지만, 두메별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메별은 비록 딸이지만 똑똑하다. 신분 상승을 한 큰 오빠와 형평운동을 한 춘앵에게 공부를 배우며 두메별도 춘앵처럼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경성을 가기 위해 시도하지만, 아버지에게 붙잡히고 마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독자 입장에서는 두메별이 경성으로 가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소설 속에는 양민이 사는 노촌과 백정이 사는 백정촌이 나누어져 있다. 백정은 백정임을 알리기 위해 검정 치마를 입어야 하며 양민을 만나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러한 형태는 지금, 현재에도 존재한다. 마치 현재 소위 산다고 말하는 부자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에 사는 아이들이 등교하기 위해 가는 길의 통로를 막고 먼 거리로 돌아가게 만드는 몰상식한 어른들과 소설에 나오는 양민과 별반 다름없다. 단지 백정이라는 타이틀만 사라졌지 여전히 사회계층이 존재하며, 갑질 하고, 갑질 당하는 부류는 있다. ‘백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권적으로 차별받고 배제당했다. ‘백정’이라는 단어를 여자, 장애인, 동성애자로 바꾸어본다면 소설의 등장인물과 다름없이 지금도 차별받고 있다.

 

부모들은 자신이 받았던 설움을 받지 않기 위해 신분을 사는 것처럼 현재에는 자녀에게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 같 다. 우리는 내 자녀에게만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조건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건전한 사회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사회가 변화를 위해 애쓰는 소설 주인공 ‘두메별’처럼 깨어있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꿈꾼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13쪽

백정은 성을 가질 수 없다. 옛날부터 그랬다.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후에도 그랬다. 법으로야 괜찮다고 해도 어디 없던 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가 없다. 몇몇 백정들이 아이들에게 성을 붙여 주었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신분이 없어지기는 무슨, 제아무리 나 나라에서 백정이고 양민이고 모두가 평등하다 외쳐도 백정들은 그 평등이 어디 있는지 도통 느낄 수가 없었다.

 

14쪽

‘담에 내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일 있으면 그렇게 말해야지.

나는 백정의 딸이지만 내도 귀한 백성입니다.라고’

 

36~37쪽

백정촌 어른들은 다 소처럼 일했다.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까지 그랬다. 그래서인지 백정들은 자신이 죽여야 하는 소를 친구처럼 대했다. 소를 잡을 때면 소에게 좋은 곳으로 가라며 어설픈 염불을 외우곤 했다. 가끔 지나가는 승려가 있으면 십시일반 쌀을 모아 승리에게 염불을 부탁하기도 했다, 평생 일만 하다 죽느니 다음 생에는 그 양반으로 태어나거라. 그렇게 중얼거리는 백정들의 말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50쪽

바보는 그런 사람들이다. 오름 아저씨 눈치는 설설 보면서 광대를 괴롭히는 사람들, 다른 사람에 대한 소문을 재미있다고 떠드는 사람들. 다른 사람에 대한 소문을 재미있다고 떠드는 사람들. 백정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 애 잘 낳겠다고 엉덩이를 쓰다듬고는 내가 기분 나빠하면 백징 가시나가 뭐, 라고 말하는 노촌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 말이다.

 

161쪽

백정조차 소를 죽일 때에는 기도를 하고, 소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되짚어 보고, 소와 눈을 맞춘다. 그러나 저 사람들은 백정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우리에게 해 온 차별조차 모른다. 우리의 눈을 보지 않는다.

 

165쪽

백정 가시나 주제에 그런 게 뭐 중요하나."

돌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들고 김돌섬을 지긋이 올려다보았다.

“백정들도 지킬 건 지키지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란 거 새기십시오.”

어느새 도사에서 내려온 백정촌 어른들이 집을 빙 둘러싸고 서서 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작업에 쓰는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안을 보는 모습에 노촌 사람들은 이미 겁에 질린 듯 서로 등을 딱 붙이고 서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돌을 슬며시 바닥에 내려는 사람도 있었다.

 

168쪽

어머니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진 않았다. 그 말은 어머니처럼은 살기 싫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으니깐. 나는 박성춘의 연설문을 꼬깃꼬깃 접어 가지고 다니는 어머니가 좋았다. 그걸 내게 읽어 달라고 하는, 내가 글을 읽을 줄 아는 것을 뿌듯해하는 어머니가 좋았다. 그렇지만 어머니처럼 내내 허리를 굽히고 땅을 보며 걸어야 하는 것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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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 - 마흔에 쓰는 방구석 속마음 일기
신재호 지음 / 파르페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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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작가는 가장으로서, 직장에서 신계장으로 '실배'라는 작가로서 삶으로 살아가고 있다. ‘중년의 남성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궁금했다. 아내에게 눈치 보고 딸아이가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에 질투를 느끼고 직장인으로서의 고달픔이 책에 잘 담겨 있다. 40대 남자들의 삶도 여자가 느끼는 것과 별반 다름없음이 느껴졌다. 특히 아내의 눈치를 보는 에피소드에서 잔잔한 웃음이 나왔다. 결국, 남편과 아내는 관계는 적이 아니라 고된 직장 생활과 육아의 힘듦을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동지임은 틀림없다. 지금 40대 이 시기가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도 치이는 상황인 것 같다. 이 과정을 잘 헤쳐나가면 먼 훗날에 추억하는 날이 오리라 본다.

작가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의 돌파구를 독서와 글쓰기, 등산 등을 추천하였다. 꾸준히 글을 쓰고 독서모임을 나간 결과로 출간까지 이어진 것 같다. 즐거움으로 시작한 일이 좋은 결과까지 이어져서 독자로서 흐뭇하다. 지금 우리는 여가생활이 다른 종류든 직장과 개인 생활이 균형 있는 워라벨의 삶을 유지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아내에게 ‘로또가 당첨되면 독립 서점을 차리고 싶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아내에게 자신의 꿈을 발언했다가 호되게 혼이 난다. 독자로서는 먼 미래에는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에피소드를 다룬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41쪽

불청객인 흰머리가 나 없을 때 친구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허락 없이 오는 것은 심히 불쾌하지만 앞으론 내색 안 하고 맞아주어야겠다.

128쪽

“오빠는 개뿔, 차라리 아들 하나 더 키우는 게 낫지.”

지은 죄가 있으니 더는 말도 못 하고 슬금슬금 방으로 향했다. 아, 가련한 인생이여. 결혼 전 30년간 나름 귀여움 많이 받은 막내아들로 살았는데, 이런 구박대기로 전략하다니. 삶은 집 앞 문방구 뽑기처럼 예측할 수가 없구나,

슬픔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하긴 혼나도 싸지. 분리수거도 하나 똑바로 못하는 팔푼이인걸. 이럴 줄 알았으면 이것저것 배워둘걸. 어머니와 누님들의 비호 아래 그저 말만 잘 듣는 순둥이 아들이자 동생 역할만 했다. 그나마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주말에 일하는 아내 덕에 밥, 빨래, 청소의 초급 단계를 겨우 지났다.

그에 반해 아내는 뭐든지 척척이었다. 화려함 뒤에 숨겨긴 장녀 DNA가 가득했다. (중략) 결혼해서는 착실한 아내를 거쳐서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아이들을 빈틈없이 돌보았다.

235쪽

인맥이란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 수가 아니라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을 말한다.”

237쪽

누군가는 죽음의 공포를 생각할 여력조차 없이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행복의 조건은 상대적인 것 같다.

267쪽

계절은 날씨가 바뀌는 것일 뿐인데 봄은 냄새로 느끼고, 여름은 뜨거워진 심장으로, 가을은 센티한 '갬성'이 돋아나고 겨울은 벌거숭이 나뭇가지에 이입된다. 떠나는 계절을 그냥 보내지 못한다. 쭈글한 중년 아재 모습을 탑재하곤 소년의 마음으로 앓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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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선 - 시대의 틈에서 ‘나’로 존재했던 52명의 여자들
이숙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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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조선의 52명의 여자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배또롱 아래 선그믓>과 비슷한 결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 책과 여자의 차별, 남존여비에 관한 내용은 비슷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늘날처럼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 종이지만 자신의 주장을 꿋꿋이 펼치는 여자들, 자신의 억울함을 끝까지 말하는 여자들도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

 

 

황진이, 장희빈 등 우리가 역사 속에서 흔히 알고 있는 인물들의 다른 면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역사 드라마에서 본 내용 간택이나 환향녀 등 그냥 역사 속에 한 이야기라고 치부했던 내용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왕이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노력한 점에서 조선시대가 새롭게 보였다. 이처럼 이 책은 여자가 억울하게 당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여자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조선시대의 이야기들 중 흥미로웠던 몇 가지가 있다. 그 시절에 이혼이 가능했던 것과 <태교신기>라는 육아서도 있었고, 여자가 가정을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육아, 의복, 음식 등 지은이의 경험과 독서로 얻은 정보로 이루어진 <규합총서>라는 책이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 시대에도 여자들 중 글로서 경험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금처럼 조선 시대의 여자들도 여행을 갈망했고, 여자로서, 아내로서 사는 것이 힘듦을 글쓰기로 해소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사실에 ‘지금의 여자들의 삶이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우리가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건 기록의 힘인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도 기록으로 많이 남길 바란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59쪽

주인도 노예도 인간 근원의 고통과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형제와 자식의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문건이 춘비의 고통에 실시간 반응한 것은 인간 의 동일성에 대한 무의식적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119쪽

한편 난설헌의 시를 읽다보면 당시 남자들이 말하는 여자와는 다른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시에는 며느리·아내·어머니 등의 역할로 호명될 뿐이었던 여자들이 마음의 주체, 자유를 추구하는 주체로 나온다.

 

 

140쪽

임금 자리를 노리던 수양대군은 아직 혼인의 뜻이 없었던 어린 조카 단종 (1441~1457, 재위 1452-1455)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처녀 간택에 나선다. 이 행사는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힌 임금의 눈을 피해 창덕궁 뜰에서 열렸는데 오늘날 미스코리아를 선발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였다. 중앙 무대 창덕궁에 선 처녀들은 서울을 비롯 경상·전라 충전 등에서 대선을 거친 자들이었다. 각계의 유명인사로 꾸려진 미인 선발 심사단처럼 왕비 간택에서도 효령대군을 비롯한 종실 어른과 그 배우자, 세종과 문종의 후궁들, 시집간 공주들, 그리고 재상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명단만 해도 20인이 넘었다.

 

 

211쪽

국왕 정조가 김은애의 행위에 주목한 것은 성범죄의 피해자이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만연했던 시대에 용기와 기백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코자 했다는 데 있다. 김은애의 시대인 18세기는 성폭력은 물론 추문으로도 자결을 선택하는 여자들이 많았는데 정조도 그런 사건들을 자주 접하고 있었다.

 

 

233쪽

상전에게 젖을 빼앗기고 매질을 당하는 비천한 여비의 신세지만 돌금 역시 때론 즐기고 때론 분노하는, 감정과 욕망의 주인이었다.

 

 

303쪽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마다. “총명의 무딘 글만 못하다”라는 옛말에 힘입어 나중을 생각하여 적어두었다고 한다. 틈틈이 읽고 정보와 생각을 정리해놓은 것인데, 그것이 저술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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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불편하게 - 지구를 지키는 일상 속 작은 실천들!
키만소리 외 지음 / 키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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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이 책은 동물, 환경, 미니멀 라이프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예전에는 환경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몇 년 전에 정세랑 작가 쓴 소설에서 <목소리를 내어 드릴께요>에서 ‘스물여섯, 스물셋. 내가 지나온 나이를 아이들이 지나지 못할 줄은 차마 몰랐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글을 보고 경각심이 생겼다. 그 후로 상품으로 배달되는 택배 비닐을 재사용하고 책 포장지나 박스를 택배 붙일 때 재사용하고 있다. 종이컵 사용 줄이기, 다회용 빨대, 시장바구니 등을 사용 중에 있다. 남편은 그런 나에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말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내가 조금만 불편하면 좀 더 나은 환경을 물려 줄 수가 있다. 세상에는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남들이 비건주의, 미니멀 라이프, 제로 웨이스트를 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다보면 기준도 없을뿐더러 실천도 오래가지 못한다. 먼저 ‘자신이 어떻게 실천해야겠다는 생각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과정이 없다면 무언가의 계기로 실천하기로 결심하였다 해도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다. 완벽하게 하지 못하였다고 실망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요조가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누가 뭐라 해도 소신껏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14~15쪽

처음부터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이 될 필요는 없다. 의욕이 앞서 첫 발부터 완벽한 통제를 하려고 하니 오히려 금방 흥미를 잃었다. 나는 이제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력함이 느껴질 때는 '나는 아직 인턴이야. 수습기간에는 누구나 잘할 수 없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러면 내일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조그맣게 생겨난다. 편하게 살던 시간만큼 불편함에 좌절하는 시간도 견뎌야 하는 법이다. 내공은 쌓이기 마련이다. 수습생이 정직원이 되는 것처럼, 언젠가 나의 수습 기간도 끝날 것이다. 불완전한 지향의 힘을 믿는다. 완벽을 향해 걸어가는 착실한 관심만큼 지구의 시간은 분명 느려질테니까.

22쪽

신기하게도 부족함은 물건이 아니라 대게 마음에서 들통 났다. 새로운 물건을 사고 싶을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배낭 속에 담고 싶은 물건인가? 내가 짊어진다면 견딜 수 있는 무게인가?' 물건의 쓰임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쓰임의 주체가 내가 되어야한다. 그 중심만 잘 잡는다면 최소한의 소비가 가능하다.

35쪽

익숙함을 포기하고 불편함을 택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고 쉽지 않다. 그러나 나의 삶을 양보하는 수준이 아닌 반드시 견뎌야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너무 늦을지도 모르겠다.

159쪽

169쪽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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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낭만적 밥벌이 - 89년생 N잡러 김경희의
김경희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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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퇴사하면 뭐 먹고살지?’라는 불안감에 회사를 떠나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1인이다. 또한 퇴사를 감행할 만큼 밥벌이할 능력이나 재주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평생직장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것에 대한 불안감은 늘 있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나로서는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서점원으로 일하며, 작가인 동시에 북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고정 수입이 있는 서점에서 일하지만, 책을 출간 이후 부수적인 일감이 작가에게 들어온다. 그 일들을 무조건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세우고 일하는 부분에서 전문가 다운 느낌이 들었다. ‘돈보다는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까?’ 짐작이 간다. 반은 직장인으로도 반은 프리랜서로 살아간다.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병행하는 삶, 내가 원하는 삶이다.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김경희’라는 작가를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 소개로 로또 미당첨자이며, 앞으로 쓸 책도 소개하는 것이 신선하고 톡톡 튀는 매력이 있어 보였다. ‘동기부여는 돈이고’ ‘돈 안 되는 책을 너는 써봤냐?, 나는 써봤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빵 하고 터졌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작가가 앞표지에 앞으로 쓸 책 제목을 당당히 써 놓은 미래의 책을 기대해본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25쪽

‘일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내게 일은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고, 나는 내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아야 하니까.

32~33쪽

그렇다. 나의 동기부여는 내 삶에 선택지를 늘려가는 것이다.(중략)

내가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 움직일 수 있는 삶이라니, 하기 싫은 일을 마주할 때에도 '일이 있는 게 어디야? 빨리하자!' 마음먹게 된다. 결국엔 동기 부여 역시 돈이다! 에이, 그래도 돈이 전부는 아니다. 타인의 인정과 응원, 개인적 성취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솔직해지자면, 돈이 차지하는 크기가 다른 것보다 훨씬 큰 건 확실하다. 선택지를 늘려가는 일도 결국엔 돈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다 왔습니다.” 기사님의 말에 택시비 6000원을 내고 내렸다. 교통카드를 찍고 지하철에 앉아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붙잡고 유튜브에 접속했다. 동기부여 영상에 '채널 추천 안 함'을 누르고, ‘재테크'를 검색했다.

152쪽

상사가 자기를 싫어해서 일부러 그런 거라고 말했다. 한참을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망설였다. 널 인간적으로 싫어해서 그런 평가를 한 게 아닐 거라고, 정확한 평가를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말을 보태고 싶지 않았다. 그 친구는 성실하게 일했다. 별개로 허술했다.

성실하게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빈틈이 많아 매번 반려 당했다.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다룰 때마다 버벅거리면서도 그에 따른 실수를 본인의 능력 부족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154쪽

정확하게 실수를 짚어주고 보완할 방법까지 알려준 차사 덕분에 대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략) 나의 장점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점을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니까. 때로는 여덟 개의 장점보다 한 개의 단점이 더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단점만 열거하지 않고 피드백을 주면서 조언해 주는 일, 그 조언을 악의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 그 사이에서 밥벌이의 능력이 길러지는 거겠지?

208쪽

읽다 보면 쓰고 싶고 있다. 쓰다 보면 잘 쓰고 싶어지는, 이왕이면 책으로 끝내보고 싶은 그 마음.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하고, 쑥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한 권을 완성해 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으로 그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여전히 나는 글쓰기가 좋다. 물론 괴로운 시간을 겪어야 하는 건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게 지리멸렬한 시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1부터 10까지 모든 과정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그저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서, 싫어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껴안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더는 일에 환상을 갖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늘리고 싶을 뿐이고,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해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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