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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선 - 시대의 틈에서 ‘나’로 존재했던 52명의 여자들
이숙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평점 :
1. 감상평과 느낀점
조선의 52명의 여자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배또롱 아래 선그믓>과 비슷한 결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 책과 여자의 차별, 남존여비에 관한 내용은 비슷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늘날처럼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 종이지만 자신의 주장을 꿋꿋이 펼치는 여자들, 자신의 억울함을 끝까지 말하는 여자들도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
황진이, 장희빈 등 우리가 역사 속에서 흔히 알고 있는 인물들의 다른 면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역사 드라마에서 본 내용 간택이나 환향녀 등 그냥 역사 속에 한 이야기라고 치부했던 내용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왕이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노력한 점에서 조선시대가 새롭게 보였다. 이처럼 이 책은 여자가 억울하게 당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여자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조선시대의 이야기들 중 흥미로웠던 몇 가지가 있다. 그 시절에 이혼이 가능했던 것과 <태교신기>라는 육아서도 있었고, 여자가 가정을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육아, 의복, 음식 등 지은이의 경험과 독서로 얻은 정보로 이루어진 <규합총서>라는 책이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 시대에도 여자들 중 글로서 경험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금처럼 조선 시대의 여자들도 여행을 갈망했고, 여자로서, 아내로서 사는 것이 힘듦을 글쓰기로 해소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사실에 ‘지금의 여자들의 삶이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우리가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건 기록의 힘인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도 기록으로 많이 남길 바란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59쪽
주인도 노예도 인간 근원의 고통과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형제와 자식의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문건이 춘비의 고통에 실시간 반응한 것은 인간 의 동일성에 대한 무의식적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119쪽
한편 난설헌의 시를 읽다보면 당시 남자들이 말하는 여자와는 다른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시에는 며느리·아내·어머니 등의 역할로 호명될 뿐이었던 여자들이 마음의 주체, 자유를 추구하는 주체로 나온다.
140쪽
임금 자리를 노리던 수양대군은 아직 혼인의 뜻이 없었던 어린 조카 단종 (1441~1457, 재위 1452-1455)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처녀 간택에 나선다. 이 행사는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힌 임금의 눈을 피해 창덕궁 뜰에서 열렸는데 오늘날 미스코리아를 선발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였다. 중앙 무대 창덕궁에 선 처녀들은 서울을 비롯 경상·전라 충전 등에서 대선을 거친 자들이었다. 각계의 유명인사로 꾸려진 미인 선발 심사단처럼 왕비 간택에서도 효령대군을 비롯한 종실 어른과 그 배우자, 세종과 문종의 후궁들, 시집간 공주들, 그리고 재상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명단만 해도 20인이 넘었다.
211쪽
국왕 정조가 김은애의 행위에 주목한 것은 성범죄의 피해자이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만연했던 시대에 용기와 기백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코자 했다는 데 있다. 김은애의 시대인 18세기는 성폭력은 물론 추문으로도 자결을 선택하는 여자들이 많았는데 정조도 그런 사건들을 자주 접하고 있었다.
233쪽
상전에게 젖을 빼앗기고 매질을 당하는 비천한 여비의 신세지만 돌금 역시 때론 즐기고 때론 분노하는, 감정과 욕망의 주인이었다.
303쪽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마다. “총명의 무딘 글만 못하다”라는 옛말에 힘입어 나중을 생각하여 적어두었다고 한다. 틈틈이 읽고 정보와 생각을 정리해놓은 것인데, 그것이 저술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