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뭐 먹고살지?’라는 불안감에 회사를 떠나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1인이다. 또한 퇴사를 감행할 만큼 밥벌이할 능력이나 재주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평생직장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것에 대한 불안감은 늘 있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나로서는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서점원으로 일하며, 작가인 동시에 북 콘서트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고정 수입이 있는 서점에서 일하지만, 책을 출간 이후 부수적인 일감이 작가에게 들어온다. 그 일들을 무조건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세우고 일하는 부분에서 전문가 다운 느낌이 들었다. ‘돈보다는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까?’ 짐작이 간다. 반은 직장인으로도 반은 프리랜서로 살아간다.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병행하는 삶, 내가 원하는 삶이다.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김경희’라는 작가를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 소개로 로또 미당첨자이며, 앞으로 쓸 책도 소개하는 것이 신선하고 톡톡 튀는 매력이 있어 보였다. ‘동기부여는 돈이고’ ‘돈 안 되는 책을 너는 써봤냐?, 나는 써봤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빵 하고 터졌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작가가 앞표지에 앞으로 쓸 책 제목을 당당히 써 놓은 미래의 책을 기대해본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25쪽
‘일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내게 일은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고, 나는 내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아야 하니까.
32~33쪽
그렇다. 나의 동기부여는 내 삶에 선택지를 늘려가는 것이다.(중략)
내가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 움직일 수 있는 삶이라니, 하기 싫은 일을 마주할 때에도 '일이 있는 게 어디야? 빨리하자!' 마음먹게 된다. 결국엔 동기 부여 역시 돈이다! 에이, 그래도 돈이 전부는 아니다. 타인의 인정과 응원, 개인적 성취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솔직해지자면, 돈이 차지하는 크기가 다른 것보다 훨씬 큰 건 확실하다. 선택지를 늘려가는 일도 결국엔 돈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다 왔습니다.” 기사님의 말에 택시비 6000원을 내고 내렸다. 교통카드를 찍고 지하철에 앉아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붙잡고 유튜브에 접속했다. 동기부여 영상에 '채널 추천 안 함'을 누르고, ‘재테크'를 검색했다.
152쪽
상사가 자기를 싫어해서 일부러 그런 거라고 말했다. 한참을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망설였다. 널 인간적으로 싫어해서 그런 평가를 한 게 아닐 거라고, 정확한 평가를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말을 보태고 싶지 않았다. 그 친구는 성실하게 일했다. 별개로 허술했다.
성실하게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빈틈이 많아 매번 반려 당했다.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다룰 때마다 버벅거리면서도 그에 따른 실수를 본인의 능력 부족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154쪽
정확하게 실수를 짚어주고 보완할 방법까지 알려준 차사 덕분에 대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략) 나의 장점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점을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니까. 때로는 여덟 개의 장점보다 한 개의 단점이 더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단점만 열거하지 않고 피드백을 주면서 조언해 주는 일, 그 조언을 악의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 그 사이에서 밥벌이의 능력이 길러지는 거겠지?
208쪽
읽다 보면 쓰고 싶고 있다. 쓰다 보면 잘 쓰고 싶어지는, 이왕이면 책으로 끝내보고 싶은 그 마음.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하고, 쑥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한 권을 완성해 냈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으로 그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여전히 나는 글쓰기가 좋다. 물론 괴로운 시간을 겪어야 하는 건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게 지리멸렬한 시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1부터 10까지 모든 과정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그저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서, 싫어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껴안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더는 일에 환상을 갖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늘리고 싶을 뿐이고,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해나갈 뿐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