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현상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오승민 그림 / 밤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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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동화집이며 초등학생이 읽는 동화집이라고 소개되었다. 읽기 전에는 아이들용이니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난 후 느낌은 동화책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상당히 재미있었다.

<꽃이 진 자리>는 문체가 너무 아름다웠다. 따스한 문장을 쓰는 작가에게 질투가 날 정도로 따스하고 훔쳐오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았다. 어릴적에는 엄마가 잠깐 외출을 하여도 옆집 아주머니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셨다. 서스럼없이 사이, 한 동안 안보이면 궁금한 그런 관계였다. 이 단편은 어릴 적 이웃집에 대한 정에 대한 향수를 불려 일으켰다.


<한 판 붙어볼래>, <금단현상> 어린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음직한 친구와의 우정과 사랑이야기다. 그 시절에는 그 친구와의 우정이 깨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심각했고 또래집단 사이에서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애쓴 기억들이 남아있다. 첫사랑에 울고 불고 시절, 짝사랑 남자의 의미없는 행동에 홀로 의미부여하고 설레였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 시절이 애틋하게 가슴에 남아있다.


<십자수>, <임시보호>는 아이들에게 뿐만아니라 어른들에게 전하는 메세지인것 같다. 아아들에게 가사노동이나 고정된 성역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남,녀 구분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해야할 일을 가르쳐 줘야함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줘야 하고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지지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비록 동화책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따스했고, 말랑말랑해지는 시간들이었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8쪽

곧 재건축에 들어갈 우리 아파트 단지는 낡고 허름했다. 하지만 아파트와 함께 나이 먹은 벗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낡은 건물들마저 아름다워 보였다.(중략)

빈집에서 저녁을 맞이하는 것보다 놀이터에 나가 어스름 속에서 벗꽃이 점점 환한 빛깔로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더 좋았다.

벚꽃 가지가 드리워져 그 아래 앉으면 마치 벚꽃 우산을 쓴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자리였다. 나 혼자만 앉으라고 있는 의자도 아닌데 뺏긴 기분이었다.


25쪽
나는 할머니의 거짓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친구에게 내 방에 침대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중에 새 아파트로 이사 가면 사 준다는 침대를 미리 갖다 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은 침대가 정말 내 방에 있는 것처럼 행복했다.

40쪽
날 그렇게 무시해 놓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거는 장수에게 화가 났습니다. 나는 함부로 별명을 부르며 무시해도 괜찮은 아이가 아닙니다.

85쪽
"세상이 어떻게 바꿔었든 나는 내 아들이 마누라한테 설설 기면서 사는 꼴 못 본다."
할머니가 선언하듯 말했다.
"어? 고모부도 집안일 많이 하던데."
연재의 말은 할머니와 엄마의 전세를 역전시켰지만 가뜩이나 싸늘했던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123쪽

우리가 너무 일찍 하은이 인생을 결정해 놓고 밀어 대는 걸 수도 있잖아. 부모 역할은 자식을 임시 보호하는 거지, 애 인생을 평생 책임져 줄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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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리의 하루 - 사회 초년생이 세상을 살아내는 법
오느리 지음 / 경향BP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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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 점

오느리의 웹툰이 인스타에 있다는 것을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책이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과 직장 생활이 힘든 이들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공감되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웹툰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이었다. 그 캐릭터들에 대한 감정들이 내 마음과 똑같아서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당시는 '힘들다'라고 주변에 이야기하면 공감보다는 ‘참아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등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나도 힘들었어', '괜찮아'하며 공감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연차가 늘어났으면', '커리어 우먼으로 폼 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싶다' 등 누구나 로망들이 있다.

또한 직장 생활하면서 힘들 때 이어나갈 수 있게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는 지금 힘들더라도 나중에 돈 모아서 여행을 가겠다는 목표가 있으면 견디면서 일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책에서 말하듯이 직장 생활도 내 영혼을 갊아먹고 있다면 참지 말고, 퇴사를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결국, 나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음을 알려준다. 직장 생활을 생활에 있어서 ’내 감정, 내가 중심‘임을 잊지 말자.

 

2. 마음에 남는 글귀

7쪽

세상 사람들은 모두 영웅이다.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매일 6~7시간씩 잠을 자줘야 하고, 두세 번은 입에 먹을 걸 넣어줘야 한다. 화장실도 가줘야 하고, 물과 비누로 씻어도 줘야 한다. 또 감기 등 질병에 걸리면 제때 치료도 해야 한다. 그리고 살다 보면 무방비로 흠집 나는 마음도 갈 챙겨야 한다.(중략)

이렇듯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너무 대단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냥 눈 떠보니 태어난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제 몫을 하면서 살아낸다.

 

277쪽

모두의 건투를 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취업이 잘 안 되는 건 여러분의 탓이 아님을 꼭 잊지 멀아야 한다. 그러니 탈락해도 너무 상처받지 말기를. 본인 잘못도 아닌데 자책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다.

 

284쪽

종교는 없지만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이의 이 말을 좋아한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둘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올소서. 아마 전자의 것이 바로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을 알고 시간을 견뎌야 할 때이고, 후자의 것이 '용기를 내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때'일 것이다.

 

285쪽

인생이란 건 대부분 고통이고 아주 찰나의 순간만 행복인 것 같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인간은 같은 양의 즐거움보다 괴로움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행복한 순간을 진짜 소중히 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항상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너무 슬프게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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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8
범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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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1923년 시대에 백정들의 신분 해방 운동 배경으로 쓰인 소설이다. 백정의 신분 철폐를 위해 양반 신분을 사서 신분을 상승도 가능하였지만, 두메별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두메별은 비록 딸이지만 똑똑하다. 신분 상승을 한 큰 오빠와 형평운동을 한 춘앵에게 공부를 배우며 두메별도 춘앵처럼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경성을 가기 위해 시도하지만, 아버지에게 붙잡히고 마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독자 입장에서는 두메별이 경성으로 가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소설 속에는 양민이 사는 노촌과 백정이 사는 백정촌이 나누어져 있다. 백정은 백정임을 알리기 위해 검정 치마를 입어야 하며 양민을 만나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러한 형태는 지금, 현재에도 존재한다. 마치 현재 소위 산다고 말하는 부자 아파트 주민들은 인근에 사는 아이들이 등교하기 위해 가는 길의 통로를 막고 먼 거리로 돌아가게 만드는 몰상식한 어른들과 소설에 나오는 양민과 별반 다름없다. 단지 백정이라는 타이틀만 사라졌지 여전히 사회계층이 존재하며, 갑질 하고, 갑질 당하는 부류는 있다. ‘백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권적으로 차별받고 배제당했다. ‘백정’이라는 단어를 여자, 장애인, 동성애자로 바꾸어본다면 소설의 등장인물과 다름없이 지금도 차별받고 있다.

 

부모들은 자신이 받았던 설움을 받지 않기 위해 신분을 사는 것처럼 현재에는 자녀에게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 같 다. 우리는 내 자녀에게만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조건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건전한 사회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사회가 변화를 위해 애쓰는 소설 주인공 ‘두메별’처럼 깨어있는 어른들이 많아지길 꿈꾼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13쪽

백정은 성을 가질 수 없다. 옛날부터 그랬다.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후에도 그랬다. 법으로야 괜찮다고 해도 어디 없던 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가 없다. 몇몇 백정들이 아이들에게 성을 붙여 주었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신분이 없어지기는 무슨, 제아무리 나 나라에서 백정이고 양민이고 모두가 평등하다 외쳐도 백정들은 그 평등이 어디 있는지 도통 느낄 수가 없었다.

 

14쪽

‘담에 내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일 있으면 그렇게 말해야지.

나는 백정의 딸이지만 내도 귀한 백성입니다.라고’

 

36~37쪽

백정촌 어른들은 다 소처럼 일했다.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까지 그랬다. 그래서인지 백정들은 자신이 죽여야 하는 소를 친구처럼 대했다. 소를 잡을 때면 소에게 좋은 곳으로 가라며 어설픈 염불을 외우곤 했다. 가끔 지나가는 승려가 있으면 십시일반 쌀을 모아 승리에게 염불을 부탁하기도 했다, 평생 일만 하다 죽느니 다음 생에는 그 양반으로 태어나거라. 그렇게 중얼거리는 백정들의 말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50쪽

바보는 그런 사람들이다. 오름 아저씨 눈치는 설설 보면서 광대를 괴롭히는 사람들, 다른 사람에 대한 소문을 재미있다고 떠드는 사람들. 다른 사람에 대한 소문을 재미있다고 떠드는 사람들. 백정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 애 잘 낳겠다고 엉덩이를 쓰다듬고는 내가 기분 나빠하면 백징 가시나가 뭐, 라고 말하는 노촌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 말이다.

 

161쪽

백정조차 소를 죽일 때에는 기도를 하고, 소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되짚어 보고, 소와 눈을 맞춘다. 그러나 저 사람들은 백정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우리에게 해 온 차별조차 모른다. 우리의 눈을 보지 않는다.

 

165쪽

백정 가시나 주제에 그런 게 뭐 중요하나."

돌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들고 김돌섬을 지긋이 올려다보았다.

“백정들도 지킬 건 지키지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법이란 거 새기십시오.”

어느새 도사에서 내려온 백정촌 어른들이 집을 빙 둘러싸고 서서 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저마다 작업에 쓰는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안을 보는 모습에 노촌 사람들은 이미 겁에 질린 듯 서로 등을 딱 붙이고 서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돌을 슬며시 바닥에 내려는 사람도 있었다.

 

168쪽

어머니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진 않았다. 그 말은 어머니처럼은 살기 싫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으니깐. 나는 박성춘의 연설문을 꼬깃꼬깃 접어 가지고 다니는 어머니가 좋았다. 그걸 내게 읽어 달라고 하는, 내가 글을 읽을 줄 아는 것을 뿌듯해하는 어머니가 좋았다. 그렇지만 어머니처럼 내내 허리를 굽히고 땅을 보며 걸어야 하는 것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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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 - 마흔에 쓰는 방구석 속마음 일기
신재호 지음 / 파르페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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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작가는 가장으로서, 직장에서 신계장으로 '실배'라는 작가로서 삶으로 살아가고 있다. ‘중년의 남성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궁금했다. 아내에게 눈치 보고 딸아이가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에 질투를 느끼고 직장인으로서의 고달픔이 책에 잘 담겨 있다. 40대 남자들의 삶도 여자가 느끼는 것과 별반 다름없음이 느껴졌다. 특히 아내의 눈치를 보는 에피소드에서 잔잔한 웃음이 나왔다. 결국, 남편과 아내는 관계는 적이 아니라 고된 직장 생활과 육아의 힘듦을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동지임은 틀림없다. 지금 40대 이 시기가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도 치이는 상황인 것 같다. 이 과정을 잘 헤쳐나가면 먼 훗날에 추억하는 날이 오리라 본다.

작가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의 돌파구를 독서와 글쓰기, 등산 등을 추천하였다. 꾸준히 글을 쓰고 독서모임을 나간 결과로 출간까지 이어진 것 같다. 즐거움으로 시작한 일이 좋은 결과까지 이어져서 독자로서 흐뭇하다. 지금 우리는 여가생활이 다른 종류든 직장과 개인 생활이 균형 있는 워라벨의 삶을 유지해야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아내에게 ‘로또가 당첨되면 독립 서점을 차리고 싶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아내에게 자신의 꿈을 발언했다가 호되게 혼이 난다. 독자로서는 먼 미래에는 독립 서점을 운영하는 에피소드를 다룬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41쪽

불청객인 흰머리가 나 없을 때 친구들을 데리고 우리 집에 허락 없이 오는 것은 심히 불쾌하지만 앞으론 내색 안 하고 맞아주어야겠다.

128쪽

“오빠는 개뿔, 차라리 아들 하나 더 키우는 게 낫지.”

지은 죄가 있으니 더는 말도 못 하고 슬금슬금 방으로 향했다. 아, 가련한 인생이여. 결혼 전 30년간 나름 귀여움 많이 받은 막내아들로 살았는데, 이런 구박대기로 전략하다니. 삶은 집 앞 문방구 뽑기처럼 예측할 수가 없구나,

슬픔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하긴 혼나도 싸지. 분리수거도 하나 똑바로 못하는 팔푼이인걸. 이럴 줄 알았으면 이것저것 배워둘걸. 어머니와 누님들의 비호 아래 그저 말만 잘 듣는 순둥이 아들이자 동생 역할만 했다. 그나마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주말에 일하는 아내 덕에 밥, 빨래, 청소의 초급 단계를 겨우 지났다.

그에 반해 아내는 뭐든지 척척이었다. 화려함 뒤에 숨겨긴 장녀 DNA가 가득했다. (중략) 결혼해서는 착실한 아내를 거쳐서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아이들을 빈틈없이 돌보았다.

235쪽

인맥이란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 수가 아니라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을 말한다.”

237쪽

누군가는 죽음의 공포를 생각할 여력조차 없이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행복의 조건은 상대적인 것 같다.

267쪽

계절은 날씨가 바뀌는 것일 뿐인데 봄은 냄새로 느끼고, 여름은 뜨거워진 심장으로, 가을은 센티한 '갬성'이 돋아나고 겨울은 벌거숭이 나뭇가지에 이입된다. 떠나는 계절을 그냥 보내지 못한다. 쭈글한 중년 아재 모습을 탑재하곤 소년의 마음으로 앓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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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선 - 시대의 틈에서 ‘나’로 존재했던 52명의 여자들
이숙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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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과 느낀점

조선의 52명의 여자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기록되어 있다. <배또롱 아래 선그믓>과 비슷한 결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 책과 여자의 차별, 남존여비에 관한 내용은 비슷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늘날처럼 남편에게 사랑받는 여자, 종이지만 자신의 주장을 꿋꿋이 펼치는 여자들, 자신의 억울함을 끝까지 말하는 여자들도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

 

 

황진이, 장희빈 등 우리가 역사 속에서 흔히 알고 있는 인물들의 다른 면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역사 드라마에서 본 내용 간택이나 환향녀 등 그냥 역사 속에 한 이야기라고 치부했던 내용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왕이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노력한 점에서 조선시대가 새롭게 보였다. 이처럼 이 책은 여자가 억울하게 당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여자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많은 조선시대의 이야기들 중 흥미로웠던 몇 가지가 있다. 그 시절에 이혼이 가능했던 것과 <태교신기>라는 육아서도 있었고, 여자가 가정을 이끌어 가는데 필요한 육아, 의복, 음식 등 지은이의 경험과 독서로 얻은 정보로 이루어진 <규합총서>라는 책이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 시대에도 여자들 중 글로서 경험을 나누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금처럼 조선 시대의 여자들도 여행을 갈망했고, 여자로서, 아내로서 사는 것이 힘듦을 글쓰기로 해소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사실에 ‘지금의 여자들의 삶이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우리가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건 기록의 힘인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도 기록으로 많이 남길 바란다.

 

 

2. 마음에 남는 글귀

59쪽

주인도 노예도 인간 근원의 고통과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형제와 자식의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문건이 춘비의 고통에 실시간 반응한 것은 인간 의 동일성에 대한 무의식적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119쪽

한편 난설헌의 시를 읽다보면 당시 남자들이 말하는 여자와는 다른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시에는 며느리·아내·어머니 등의 역할로 호명될 뿐이었던 여자들이 마음의 주체, 자유를 추구하는 주체로 나온다.

 

 

140쪽

임금 자리를 노리던 수양대군은 아직 혼인의 뜻이 없었던 어린 조카 단종 (1441~1457, 재위 1452-1455)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처녀 간택에 나선다. 이 행사는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힌 임금의 눈을 피해 창덕궁 뜰에서 열렸는데 오늘날 미스코리아를 선발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였다. 중앙 무대 창덕궁에 선 처녀들은 서울을 비롯 경상·전라 충전 등에서 대선을 거친 자들이었다. 각계의 유명인사로 꾸려진 미인 선발 심사단처럼 왕비 간택에서도 효령대군을 비롯한 종실 어른과 그 배우자, 세종과 문종의 후궁들, 시집간 공주들, 그리고 재상에 이르기까지 공식적인 명단만 해도 20인이 넘었다.

 

 

211쪽

국왕 정조가 김은애의 행위에 주목한 것은 성범죄의 피해자이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만연했던 시대에 용기와 기백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코자 했다는 데 있다. 김은애의 시대인 18세기는 성폭력은 물론 추문으로도 자결을 선택하는 여자들이 많았는데 정조도 그런 사건들을 자주 접하고 있었다.

 

 

233쪽

상전에게 젖을 빼앗기고 매질을 당하는 비천한 여비의 신세지만 돌금 역시 때론 즐기고 때론 분노하는, 감정과 욕망의 주인이었다.

 

 

303쪽

새로운 지식을 접할 때마다. “총명의 무딘 글만 못하다”라는 옛말에 힘입어 나중을 생각하여 적어두었다고 한다. 틈틈이 읽고 정보와 생각을 정리해놓은 것인데, 그것이 저술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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