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비밀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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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죽고 나서야 서서히 밝혀지는 비밀들, <비밀의 비밀>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할런 코벤을 설명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정도로 탄탄한 독자 팬덤을 보유하는 유명한 작가이다. 기본적인 완성도와 재미라는 두 가지를 다 잡은 것도 모자라서 일 년에 한 권꼴로 작품을 내놓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서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마이클 볼리타와 미키 볼리타라는 대표 시리즈를 제외하고 그의 스탠드 얼론 작품들은 대부분 번역 출간되고 있는데, 올 여름에는 그의 2016년 발표작인 [Fool me once]가 나와서 읽어 보았다. 



 이 작품은 퇴역 군인인 마야 스턴의 남편이자 강도들에 의해 살해당한 조 버켓의 장례식이 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무언가 끝이 난 것만 같은 작품 속 첫 장면이 마야가 집에 설치한 내니 캠 속에서 남편 조의 모습을 발견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소설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다. 과거에 작전 도중 사고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마야는 죽은 남편의 모습을 장례식 이후 발견하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남편 조보다 먼저 살해당한 언니 클레어 사건까지 얽히면서 마야가 몰랐던 어두운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역시 할런 코벤 답게 이번 작품 역시 흥미로운 오프닝을 시작으로 수많은 챕터들이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읽혀 나갔다. 어두운 비밀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는 후반부까지 다채로운 인물들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겨나면서 책에서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언제나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마지막 반전까지 이 작품 역시 할런 코벤의 스탠드 얼론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장할 수 있다. 특히 가장 큰 매력은 크고 작은 난관들을 강인한 몸과 정신으로 헤쳐 나가는 마야 스턴이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할런 코벤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2001년 [밀약 Tell No One]부터 2007년 [숲 The Woods]가 그의 최전성기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부터 미디어나 사이버 범죄 등 색다른 소재를 통해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데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게다가 연락이 끊긴 옛 연인이나 약혼자를 찾는 과정을 다룬 스토리는 이미 전작들에서도 할런 코벤이 자주 썼던 소재라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그의 가장 최근작인 [Don’t let go]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최근작들로부터 받은 아쉬운 감정을 이 작품으로 날려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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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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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어린 시절이 항상 행복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초크맨>



 주변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아마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어린 시절이 그렇게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행복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 경제적 불안정, 부모님의 불화, 친구와의 갈등, 자신감 없는 자신의 모습 등 어린 시절을 힘들고 짜증나게 만드는 원인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결코 되돌아가고 싶지 않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인생의 시간이 바로 유년기 시절이기도 하다. C.J. 튜더라는 영국의 신인 작가의 데뷔작인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우울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꽤 훌륭하게 풀어냈다.


 주인공 에디가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는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유년 시절 이야기와 이제는 어른이 되어서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 전개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가 서서히 연결되면서 완성되어가는 사건의 진상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소년 에디와 그의 친구들이 겪게 되는 잔혹한 그들만의 사건이 훗날 성인이 되어서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를 보게 될 때 그 울림은 상당하다. 에디가 엄청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받은 충격만큼은 아닐지라도 누구나 크고 작은 어두운 경험은 겪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띠지에서 스티븐 킹의 강력추천이라는 새빨간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작년에 영화로도 나온 스티븐 킹의 대표작 [그것 IT]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미치광이 광대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어른들의 이야기와 초크맨의 표식으로 상처를 받은 이 작품 속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들의 상처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도 좋아할 것이라는 스티븐 킹의 추천사는 그럴듯하게 보인다. 물론 살인마 광대라는 호러 판타지 요소가 가득 담긴 [그것]과 실질적인 사건과 범인이 존재하는 스릴러 장르 소설인 이 작품은 결국 각자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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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경제학 - 폴 새뮤얼슨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 학고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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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글로벌 위기가 가져온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신 자유주의 시스템의 맹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20세기 중후반 강대국의 초고도 성장을 이끌어낸 이 경제 시스템은 부의 균등이 아닌 양극화를 불러 일으키며 중산층과 서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켰다. 분노한 시민들은 금융 도심지에 뛰쳐 나와서 시위를 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시위의 현장이 지나가고 2018년 크게 변한 것은 없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지구 상에서는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자연이 파괴되며 지구 환경이 극심하게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돈에 대한 탐욕은 과거의 경제학 이론들이 궁극적인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시기에 옥스퍼드 대학교 환경 변화 연구소 연구원인 캐이트 레이워스가 쓴 이 책 [도넛 경제학]은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류에게 행복하고 공정한 삶의 기회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실패한 20세기 경제학 이론들을 대신할 새로운 경제학 이론들이다. 


 인류의 삶에서 그리고 이 지구 상에서 경제라는 개념을 제외시킬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경제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어보인다. 그동안 대학교 경영, 경제학 수업의 전공 도서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경제학 이론들은 이미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최근 들어서 전 세계 대학생들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낡은 경제학 이론이 아닌 새로운 개념 새로운 대안의 경제학 이론들을 배우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들끓는 지적 욕구들을 채울 수 있는 경제학 이론들을 소개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당당하고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도넛 이론이라는 경제학 이론을 알려주고 있는 저자의 패기에 박수를 치고 싶다. 생태적인 한계를 기준으로 하는 바깥 고리와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사회적 기초가 기준이 되는 안쪽 고리 그 사이에 우리가 누려야 하는 최적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도넛 모양이 바탕이 된 이 이론의 핵심은 안과 밖을 이루는 두 가지 고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 붕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을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실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경제 관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197~80년대 초고도 성장을 이룩한 우리 부모님 세대의 삶의 모토는 바로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GDP가 상승한다고 해서 우리의 행복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자녀 세대들이 알게 되었다. 자녀 세대들에게는 단순히 수입과 소비로 이루어진 경제 관념이 아닌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생각들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경제학자들이 솔선수범해서 그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거대한 판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거대한 판을 만들수 있도록 해주는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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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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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권리와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그것이 하루 아침에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이 땅 위에 있었던 민주항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더 늦게 혹은 영영 가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반독재 민주화 운동인 6월 항쟁이 일어났던 당시에 너무 어렸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이상 나의 세대는 교과서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과서 속 몇 문장만으로 우리 윗세대가 어떤 식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려고 했는지를 느끼기엔 부족했다. 얼마 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송곳]으로 작품을 접했던 만화가 최규석의 또 다른 대표작인 이 [100℃]는 민주항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만화는 평범한 대학생이자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영호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계기로 학생 운동에 들어서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중요한 한 부분이자 역사적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작가는 감정의 분노보다는 진정성 있는 시선과 대사로 독자들의 공감과 이해를 끌어오려고 하고 있다. 물이 100℃가 되어야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우리 인간의 마음 역시 뜻이 모이면 끓을 수 있다. 이미 그 증거는 최근 우리나라 시민들이 다함께 힘을 합쳐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남녀노소 보기에 어렵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가 이어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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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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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증후군의 남자가 사형 직전 풀려난 남자를 만나다, <괴물이라 불린 남자>



 한 문단 정도의 간략한 소개 내용만으로도 어떤 전개가 이루어질지 감이 오는 소설이나 영화가 있는가 하면,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작품들도 있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를 이 기준을 나눈다면 무조건 후자에 넣어야 될 것이다. 국내에서 이제서야 소개되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데이비드 발다치는 해외에서는 무려 1억 3000만 부라는 어마어마한 판매부수를 기록한 20년 경력의 중견 작가이다. 작년 첫 출간이 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끔찍한 사건으로 온 가족을 잃은 에이머스 데커라는 주인공이 새로운 사건과 마주하면서 과거의 원한을 푸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 방식으로 인해서 국내 스릴러 독자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낳은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 바로 이 <괴물이라 불린 남자>이다. 


 이 시리즈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전작에서 인연을 맺은 FBI 요원 로스 보거트의 제안을 받고, FBI 밑에서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특수한 임무를 맡게 된다. 전작의 무대였던 오하이오 주 벌링턴을 떠나 버지니아 주에 있는 FBI 콴티코 기지로 차를 몰고 가던 데커는 우연히 라디오 채널에서 흘러 나오는 사형수 멜빈 마스의 사연을 듣게 된다. 어떤 죄수가 멜빈 마스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살인사건을 본인이 저질렀다고 자백을 한 것이다. 데커가 멜빈 마스의 사연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과거 대학교에서 풋볼 선수로 뛰었을 때 만났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적과 같은 인연과 우연이 겹친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데커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20여 년 전, 멜빈 마스라는 전도유망한 청년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를 추적하게 된다.  


 전작과는 확연하게 다른 사건과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 두 번째 소설 역시 확장과 점진이라는 데이비드 발다치만의 전개 방식을 고스란히 취하고 있다. 한 개인의 억울한 누명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 그리고 그 음모를 파헤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또 다른 사건과 인물들은 데이비드 발다치의 시그니처(signature)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전개 방식을 취하는 스릴러 작가들은 많지만, 데이비드 발다치는 그런 전개방식에서 놓치기 쉬운 연관성과 개연성 부분들을 촘촘하게 채워넣어서 독자들이 허탈해할 수 있는 지점을 애초에 막아두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너무나도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력해지기 쉽지만, 그런 거대악에 맞설 수 있는 과잉증후군 에이머스 데커에 대한 신뢰는 이 두 번째 작품에서 더욱 커졌다. 데커의 곁에서 그를 돕는 조력자들인 알렉산드라 재미슨과 로스 보거크의 비중도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다음 작품들인 <The Fix>와 <The Fallen> 역시 얼른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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