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부인
스테이시 홀스 지음, 최효은 옮김 / 그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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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당신을 은밀하게 옭아 매고 있다면, <잉글랜드 부인>

 

 


 1904년 런던에서 래들렛 부부의 외동딸을 돌보는 유모로 일하고 있는 루비 메이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게 된다. 건축가로 일하는 고용주가 미국 시카고로 전근을 하게 되면서 같이 가자고 요청을 해온 것이다. 하지만 메이에게는 자신이 지키고 돌봐야할 몸이 불편한 여동생 엘시가 있었기에 그 제안을 거절한다. 자신을 유모로 만들어준 놀랜드 유모 학교로 돌아온 메이는 교장 선생님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부탁한다. 그렇게 요크셔에 살고 있는 새로운 가족의 유모로 취직을 하게 된 메이는 익숙했던 런던을 떠나 기차에 오른다. 어둠이 깔린 기차역에서 자신을 마중 나온 고용주 찰스 잉글랜드를 만나게 되고 대저택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잉글랜드 부부의 네 자녀들인 데카, 사울, 밀리, 찰리의 유모로 지내게 된다.

 


 

 유모라는 직업은 말 그대로 집안의 영유아들을 돌보는 직업으로 아주 오래 전 왕족이나 귀족 집안에서 흔히 존재했다. 이 소설의 초반부에서도 언급되지만 유모라는 존재는 허드렛일을 하는 하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그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유모라는 직업을 주인공 메이는 좋아했고 지금까지 충실히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들어온 이 저택의 안주인 잉글랜드 부인은 이전 직장의 래들렛 부인과 너무나도 달랐기에 메이는 당황한다. 사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아이들에 대한 질문이나 요청을 그녀로부터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인상부터 적극적이고 친절했던 잉글랜드와 다르게 그의 부인의 행동은 그림자처럼 수동적이고 어딘가 부자연스러워보였다.

 


 

 2019년에 데뷔한 영국 작가 스테이시 홀스의 세 번째 작품인 이 <잉글랜드 부인>은 평범해 보이는 한 가족 이면에 자리한 어둠을 서서히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책의 뒷 표지에서부터 큰 글자로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설정을 굳이 숨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헐리우드 고전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된 용어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주체성을 억압하고 심리적으로 고통을 주는 언행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서, 신체적 폭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했던 정신적 폭력이 수면 위에 오르면서 곳곳에서 이 용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 영국의 한 저택에 살고 있는 평범한 부부의 관계 속에서 가스라이팅이 어떤 작용을 하는 가를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잘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스라이팅의 과정에서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여러 등장인물들의 파격적인 행동을 기대했던 독자들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그런 극적인 전개 대신에 외부인인 유모 메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부의 관계 뒤에 숨겨진 어둠이 서서히 드러나는 느린 전개 방식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방식이 현실 속 가스라이팅 과정과 소름 돋게 닮아 있다고 말하고 싶다.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든 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과 아내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 발생하는 가스라이팅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한 번 쯤 멈추어 서서 익숙했던 모든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의심하며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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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0분의 남자 스토리콜렉터 10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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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직장이 숨긴 음모와 비밀을 밝혀내야 한다, <620분의 남자>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최고 중의 최고라는 특수부대인 제75레인저연대에서 복무를 하다가 불가피한 결정으로 군복을 벗은 주인공 트래비스 디바인은 MBA를 따고 나서 카울앤드컴리라는 투자사에 들어간다. 이제 막 이 업계에 뛰어든 디바인은 매일 아침 620분 열차에 뛰어 올라 맨해튼 빌딩숲으로 향하는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굴리는 것처럼 반복되는 그 일상에서 유일한 자극은 바로 거대한 궁궐 같은 저택의 수영장에 나와 있는 정체모를 여인이었다. 그날도 그렇게 창밖 속 여인을 무심히 쳐다보다가 출근을 한 디바인에게 충격적인 메시지가 하나 들어온다. 그 메시지에는 잠깐 사귀었었던 직장 동료인 사라 유즈가 회사 건물 52층 비품 창고에서 목 매달린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52층으로 올라간 디바인은 장난이 아닌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치열한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출근을 하자마자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바로 스릴러의 거장 데이비드 발다치의 국내 최신 출간작인 <620분의 남자>이다.




 

 변호사 출신의 이 작가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과잉기억장애를 가지고 있는 에이머스 데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가 익숙할 것이다. 최근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 데커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가 국내 장르독자들에게 찾아온 셈이다. 최정예 부대에서 복무를 하다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군복을 벗은 한 남자가 금융인으로 일하다가 충격적인 사건들에 연루가 된다는 전개는 당연히 스릴러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연인 관계였던 동료가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느낀 디바인에게 연방기관의 한 인물이 접근한다. 디바인처럼 한때 군인이었던 에머슨 캠벨은 현재 직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브래드 카울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찾아내라는 지시를 내린다. 전 애인인 세라 유즈의 죽음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찾고 싶어 했던 디바인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연인 관계로 인해 세라 유즈 사건의 주요 관련자로 의심을 받고 독자들은 책장을 넘길수록 사건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져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사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거대 기업이 가진 음모를 열심히 추적하는 스릴러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조금 흔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부분을 상쇄시키기 위해 데이비드 발다치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독특한 사연들을 부여하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부대 동료를 위해 명예롭지 못한 일까지 서슴치 않았던 주인공은 물론이고 주인공과 함께 사는 룸메이트들, 직장 동료들 심지어 매일 출근길에 창밖으로 바라봤던 수영장 여인까지 이들에게는 나름대로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사연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투자사 카울앤드컴리가 가진 비밀은 물론이고 세라 유즈를 죽인 범인을 밝혀내는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작은 실마리를 겨우 모아가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런 전개를 펼쳐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이 작가가 가진 기본 역량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막 국내 장르 독자들에게 소개된 620분 남자 시리지의 후속작이 너무 늦지 않게 우리들에게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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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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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나은 존재를 만들 수 있다는 그 오만함에 대하여, <악의 유전학>

 


 

 환경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더 뛰어난 개체를 만들려는 어두운 욕망을 가진 미치광이 과학자들은 비단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의학 전공자인 작가가 펴낸 이 소설에서 언급되고 있는 트로핌 리센코 역시 그런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했던 실존 인물이다. 생물이 특정 환경에 적응하여 얻은 특정한 형질이 다음 세대에로 유전되어 진화가 일어난다는 주장, 즉 용불용설을 내세운 프랑스의 생물학자 라마르크의 획득 형질 유전 이론을 계승하여 소련의 농업 정책을 이끈 리센코와 소련의 권력자이자 독재자인 이오시프 스탈린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허구적 설정을 바탕으로 탄생된 작품이다.

 


 

 우선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들의 삶에 허구적인 사연이나 설정을 추가해서 나온 작품들이 그동안 국내외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내 작가가 다른 나라의 인물을 중심으로 내세웠다는 이 점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획들 형질의 유전에 사로잡혀 오랜 세월 무고한 아이들을 데려와 광기의 실험을 자행하는 리센코 후작과 그 실험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과연 운이 좋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여인 케케, 그리고 그녀가 낳은 자식까지 이 세 사람의 복잡한 사연은 과연 악은 유전되는가라는 인류의 오래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리센코 후작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 트로핌 리센코는 자연적으로 인위적으로 저온처리를 해서 발아를 시켰던 기존의 춘화처리 기술로 유명해졌지만, 자기 검증을 뒤로 한 채 오로지 하나의 길만 걸어가다 소련의 농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실패한 과학자였다. 지금까지도 과학계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이런 사람을 모델로 탄생한 리센코 후작을 통해 과학이라는 이름이 만능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다시 말해서, 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되고 수정되고 폐기될 수 있는 것이 과학이라는 뜻이다. 최근에 들어서 과학이라는 단어나 너무나도 남용되고 오용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과학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과학이 언제나 완벽해서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 논리적 근거를 통해 합리성을 띄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신념이나 주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과학을 이용하려는 이들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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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마인드 - 내 안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생 전략
마이클 하얏트.메건 하얏트 밀러 지음, 임윤진 옮김 / 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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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한계로부터 벗어나 더 나은 설계를 하게 해주는, <초마인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등장하며 도전을 망설이게 만든다. 어차피 성공은 소수의 몫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할 것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비롯해서 주변에서 만류하고 걱정하는 모습까지 우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에 사로잡혀 새로운 도전이나 목표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매년도 아니고 매월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글로벌 멘토 마이클 하얏트와 그의 딸이자 리더십 개발 회사의 사장인 메건 하얏트 밀러가 펴낸 이 책은 바로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선보이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수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그 생각들 중 우리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부정적인 생각만 하다보면 인생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새롭게 뇌를 설계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시작은 바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문제와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시작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입버릇처럼 문제가 많다고 불평불만을 하지만 정작 무엇이 문제인가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엉뚱한 곳에서 찾게 될 것이다.



 

 문제와 문제에 대한 생각을 파악했다면 그 다음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매일 아침 눈을 떠서 다시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등장하고 퇴장한다. 중요한 순간마다 튀어 나오는 생각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사실이 아닌지를 파악해보면 우리 스스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일부러 그리고 의도적으로 해보지 않았던 이 작업을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 새로운 도전이나 목표로 달려가는 그 순간 우리를 가로막는 그 생각들 중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들을 구분해보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의 뇌는 새롭게 설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힘들게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생각에 의문을 제기했다면 비로소 우리는 더 나은 생각을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이자 우리 스스로의 한계를 뛰 넘게 만들어주는 초마인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이 초마인드 전략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해볼 수 있는 가치가 있는 방법인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 소중한 인생의 기회를 쓸데없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인해 놓쳐버렸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변하고 싶다고 그저 말만 했던 이들이 취할 수 있는 성공 전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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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사냥 스토리콜렉터 108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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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최후의 승리자는 누구인가, <악의 사냥>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상 선과 악 어느 한 쪽의 영원한 승리도 패배도 없을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하나의 악을 없앤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악이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할 것이기에 우리는 그저 어느 한 쪽을 선택해서 끝없이 싸울 뿐이다. 엽기적인 범죄 행각을 벌이는 흉악범들을 추적해 형벌을 받게 하는 형사들 역시 끝나지 않는 싸움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한다. 오늘 한 사건의 범인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내일 누군가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로버트 헌터 형사 역시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추격전과 심리전 끝에 악의 화신 루시엔 폴터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묵묵히 제자리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한 가지 중대한 문제는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할 루시엔 폴터가 어이없게도 탈출에 성공을 했다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강력계 형사인 로버트 헌터 그리고 과거의 친구이자 오늘의 적인 연쇄살인마 루시엔 폴터의 첫 번째 대결은 이 책보다 먼저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된 <악의 심장>에서 펼쳐졌다. 너무나도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결국 헌터 형사의 승리도 끝이 났기에 모든 것이 종료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루시엔 폴터는 자신을 가두었던 그 곳을 유유히 떠나 대담하게도 로버트 헌터 형사가 있는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입성한다. 살아있는 악마인 루시엔 폴터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당연히 헌터 형사에 대한 복수가 목적이었다. 루시엔의 탈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최정예 팀이 꾸려지지만 결국 최종 상대이자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할 사람은 주인공 헌터 형사라는 것을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독자들 모두가 알고 있다. 승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승리라고 할 수 없는 끔찍한 게임이라는 것을 헌터 형사가 제일 잘 알고 있지만 피할 수도 없다는 사실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청의 형사심리팀 근무 이후 로스엔젤레스에서 뮤지션으로 활약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크리스 카터의 대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시리지의 첫 작품은 아니었지만 출판사측에서 첫 소개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너무나도 이해가 되었던 <악의 심장>과 이어지는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이다. 로버트 헌터와 루시엔 폴터의 처절한 심리게임을 보면서 느꼈던 한 가지가 같은 출발선상에서 결국 정반대의 종착점에 도착한 이 두 인물의 운명이다. 심리학 분야에서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공부를 했지만 한 사람은 사상 최악의 범죄자가 되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그런 범죄자를 잡는 직업을 선택했다. 범죄심리학에 대한 지적 수준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었을 이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이토록 극단적으로 달라졌는가를 흥미로운 시각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흉악범을 한 명 잡았다고 해서 이 세상의 모든 악을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한 사람들 모두가 그런 노력을 포기한다면 이 세상은 악으로 가득찰 것이다. 이 세상이 온전히 끝나는 그 날까지 선과 악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현실에서 결국 어느 한 쪽을 선택하며 살아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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