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남자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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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데뷔작인 속삭이는 자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도나토 카리시는 단숨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범죄소설 작가가 된다이번 소설은 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학교를 가는 길에 정체 모를 범인에게 납치를 당했던 사만타 안드레티가 무려 15년 만에 돌아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모두가 죽었을 것이라고 여겼던 소녀의 귀환으로 온 도시가 어수선한 가운데그 소식을 한 남자가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당시 사건을 수사했지만 범인과 소녀 모두 찾는데 실패했던 사립탐정 브루노 젠코는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서 나름대로 방법으로 사건의 실체를 향해 다가선다.

 

 소설은 심신이 지쳐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피해자 사만타와 그녀의 기억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그린 박사의 대화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탐정 브루노 젠코의 사건 추적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되는 방식이다이런 방식의 단점은 이야기의 전체를 그려내는데 사소 시간이 걸려서 초기에 진입 장벽이 생긴다는 것이다하지만 이야기가 완성되는 지점에서 엄청난 파급력이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도나토 카리시의 이 소설에서는 바로 그러한 두 가지 점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토끼 가면을 쓴 범이 도대체 왜 피해자를 납치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움켜쥐고 마지막까지 달려 가다보면 또 다른 충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범죄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답게 작가는 단순히 범죄 사건을 자극적으로 그려내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그 사건의 피해자가해자 그리고 진실을 쫓는 이들의 복잡한 내면까지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작가의 다른 여러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전체 그림은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서 드러나는 반전들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찝찝함을 남긴다그 찝찝함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어도 오래도록 잔상에 남는다는 표현으로 바꿔서 말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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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수업 - 어떻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것인가
윤홍균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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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히트곡들 중 하나인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 가사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여인의 심정을 솔직하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라와 상관없이 사랑이라는 주제는 대중가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제이자 소재라는 점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사랑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이유는 아마도 사랑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가 싶다. 특히 철이 없이 대담하게 사랑을 했던 예전과 다르게 점점 더 세상과 사람을 알게 되면 사랑하는 것이 두려워지고 사랑 받는 것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자존감을 상실하고 고립되거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많은 힘과 위로를 선사했던 <자존감 수업> 저자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가 무려 4년 만에 신작을 출간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워낙 <자존감 수업>을 잘 읽었고 그 속에 담겨진 여러 내용들이 내 삶에 작게나마라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 책 역시 어떤 설레임을 가지고 바로 읽게 되었다. 


사랑이 무엇이길래 우리가 수업까지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랑은 결코 남녀 간에 나누는 그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주는 사랑, 형제와 자매 그리고 남매들끼리 나누는 감정,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의 우정 역시 사랑의 또 다른 가지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인 관계에서 제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러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내면적으로는 불 같은 분노와 우울감이 생길 수도 있고, 외적으로는 여러 사람들과 싸울 수도 있다. 실제로 학교와 직장 그리고 이웃들을 보면 매일같이 누군가와 말싸움을 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야말로 사랑 수업을 받아야할 제자들이 아닌가 싶다. 


듣기 좋은 음악이 리듬, 멜로디, 하모니라는 3가지 요소로 적절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사랑 역시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가짐, 이해해주기, 역할에 맞게 도와주는 행동 이러한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솔직히 이 세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빠져 있으면 크나큰 공허감이나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연인 사이인 상대방이 나를 사랑한다는 마음만 말로 표현하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신뢰가 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작가가 말하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우리가 포함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사랑은 실체는 없을 지라도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는 은연 중에 느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난 다음에 머릿속에 든 생각은 사랑을 하는 것에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모두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부모라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하는지 주변에서 조언도 얻고 책도 읽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낳았으니까 부모라는 생각으로 애를 키운다면 아이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기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역시 많이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과 스스로에게 엄청난 상처를 입힌다. 사랑처럼 진부한 개념도 없지만 이 세상에 이만큼 소중하고 가치있는 개념도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고 싶다면 자신이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이 책에서 작가가 알려준 부분을 되새김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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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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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같은 여자의 꿈을 꾸며 거의 상사병 수준에 이른 이탈리아 시칠리아 마피아 가문의 마시모는 외모적으로는 이성에게 너무나도 완벽하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전형적인 마초남이다. 호텔 업계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지칠대로 지쳐서 그만 두어버린 폴란드 여성 라우라는 애인인 마틴과 친구 커플과 함께 기분 전환 삼아 시칠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너무나도 매혹적인 그 곳에서 주인공 남녀는 우연히 만나게 되고, 꿈에 그리던 여성을 눈 앞에서 실제로 만나게 된 마시모는 미쳐버린 나머지 라우라를 납치하고 365일, 즉 1년이라는 시간을 자신과 함께 보내야 한다고 가족의 목숨을 빌미로 협박한다. 가족의 안전이 걱정되기도하고 무엇보다 당장 뾰족한 수가 없는 라우라는 일단 그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에서 작년 한 해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동명의 영화가 있는데, 바로 이 소설이 그 영화의 원작소설이다. 폴란드 여성 작가 블랑카 리핀스카가 펴낸 이 소설은 폴란드에서만 무려 150여 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대부분의 인기 소설들이 그런 것처럼, 이 소설의 판권도 팔렸고 영화로 만들어져서 기존 소설 팬들은 물론이고 이 소설을 모르는 일반인들의 시선을 확 끌며 영화에서 마시모 역할을 맡은 무명의 남자 배우는 실제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마시모를 라우라는 처음에는 당연히 온 몸으로 거부하고, 그런 라우라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마시모는 계속해서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된다. 영화를 이미 감상한 분들은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만 처음부터 소설로 접한 이들이라면 궁금증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다 그려내지 않은 부분들이 이 원작 소설에 담겨져 있다는 점 만으로도 영화 팬들은 이 소설까지 일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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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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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 끝에 서게 된 피해자의 마지막 선택, <29초> 


 몇 년 전에 전 세계를 뒤흔든 미투(me too) 사태는 성폭력이 나라와 영역 구분없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었다. 평범한 여성들은 물론이고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인물들 역시 과거 또는 현재에 그런 부당한 폭력에 피해를 입었다는 고백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거짓말로 흔들리는 부부 관계를 섬세하게 다루었던 전작 <리얼 라이즈>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첫 인사를 나눈 작가의 두 번째 출간작인 이 작품에서도 그런 직장내 성폭력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어서 주목하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세라는 대학교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상사인 러브록 교수에게 집요하면서 불쾌한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 대학 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그가 주인공 사라에게 행하는 괴롭힘은 전형적인 위계에 의한 폭력이었다.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사라에게 뜻밖의 기회가 눈앞에 생겨난다. 납치될뻔한 한 아이를 돕게 되고 그 아이의 아버지이자 러시아 마피아 볼코프로부터 충격적인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단순히 선행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라면 해줄 수 없는 엄청난 거이었다. 그것은 바로 사라의 인생에서 없애버리고 싶은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해주면 들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볼코프의 이런 충격적인 제안을 받은 사라의 고민은 부당한 폭력의 피해자이었기에 한 귀로 흘릴 수 없었다. 제안을 받게 되는 바로 이 지점부터 독자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작품 전개를 고민하게 된다. 살아가는 동안에 누구나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억울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억울한 피해를 입한 사람이 정당한 처벌을 받지 못하면 직접적인 가해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상이 상상으로 그치는 것은 역시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학습, 타고난 양심과 도덕관념의 제한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스릴러 장르 소설이기 때문에 주인공 사라에게 주어진 선택과 기회는 다소 작위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부정할 순 없다. 실제로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현실 속 피해자에게 사라와 같은 상황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라가 받은 제안은 사라 역시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전 세계 성폭력 가해자들의 추악한 실상이 폭로가 되고 법적으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가해자들이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실제 케이스들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기에 이런 작품 속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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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읽는 말 - 4가지 상징으로 풀어내는 대화의 심리학
로런스 앨리슨 외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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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심리학자 부부가 쓴 이 책은 우리가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는 첫 번째 단계, 즉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와 말을 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적과 의도를 이루는데 성공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대화의 합의점을 찾기는 커녕 오히려 상대방의 감정을 손상시켜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차이점은 어디서 나오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가 있다. 말하기 즉 대화 방법은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경찰이나 안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아마 살아가면서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를 심문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저자들이 알려주는 다양한 대화 기법들이 우리 생활에 쓸모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황과 조건에서 누군가와 말을 하게 된다. 그 말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뜻대로 상대방이 따라와주기를 바라거나 어떤 합의점을 도출하기 원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합의점 도출에 수많은 실패를 했다면 이 책에서 보다 전문적인 전략을 세워보면 어떨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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