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릇 (50만 부 기념 에디션) -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김윤나 지음 / 오아시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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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릇_김윤나

 

『말 그릇』을 읽다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와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더욱 그러했다. 윗분들이 성과지상주의였고 앞뒤 가릴새 없이 사느냐 죽느냐 식을 사생결단이었던 시기였다. 이직한 팀장으로서 리더의 입장보다 그 자리가 많은 사람이 버티지 못하는 자리였다. 변화를 요구했다. 조직은 설악산의 울산바위처럼 요지부동이었다. 대부분 “아니 되옵니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스스로 성과를 창출해야 했고, 최소한의 우회 세력으로 조직을 변화시켜야 했다. 아니면 쓸쓸한 퇴진, 아니 잘리는 것이 수순이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무소의 뿔로 갔다. 그래도 함께 손잡고 가야 했었다. 그래서 미안하다. 좀 더 마음을 열고 품에 앉았어야 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내 아버지는 술 한잔 들어가면 그렇게 남 욕을 했다. 경우 없다고, 한편 넋두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도서를 만나고 아버지도 나름 트라우마가 저변에 깔려 살아남으려 애를 쓰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맨주먹으로 농사로 집안을 일구셨다. 그런 부모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살아생전에 많이 들어드리려 노력했다. 한국인에게 깔린 한(恨) 그리고 아버지가 경험한 것들이 투영되고 발현하여 그렇게 말이 거칠었을 것이다. 감정 인지에 서툴렀고 마음과 달리 목소리가 높아졌을 터다. 되돌아 생각하면 사랑의 표현도 서툴렀다. 그럼에도 오늘 아버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그리운 것은, 이미 아버지의 사랑을 알고 있는 내가 있기 때문이리라.

 

말 안에 사람의 감정과 그 사람의 그릇 크기가 있다고 한다. 그럼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고 미안했던 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해 본다.

 

○ 다양성을 고려하며 유연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말 그릇이 큰 사람’이라 부른다._P30

 

○ 말은 몇 초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에는 평생의 경험이 담겨 있다. 따라서 당신의 말 그릇을 살핀다는 것은 말속에 숨어 있는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다. 만약 당신의 말이 잘못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 역시 당신의 마음 안에 있을 것이다._P42

 

○ 감정은 ‘출현-자각-보유-표현-완결’이라는 다섯 개의 단계를 거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_P76

 

○ 어떤 감정을 유독 견디기 힘들다면 그것은 그 감정이 과거의 특정 기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기억이 각인된 어떤 사건이 지금까지도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고, 벌겋게 부어오른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각인된 공식을 살펴볼 차례다._P97

 

○ “어떤 사람과 대화하고 싶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조언을 늘어놓은 사람보다 심정을 알아주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말로 일으키려는 사람보다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 그래서 결국 내 마음을 털어놓게 만드는 사람이 좋다고 한다._P174

 

○ 질문은 답을 만들고, 답은 선택을 만든다. 선택은 행동을 만들고, 행동은 결과를 가져온다. 즉 매일의 질문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셈이다._P220

 

○ 말과 사람에 대한 태도를 정비하는 작업은 자기성찰과 자기수용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 꾸준히 자기성찰을 해온 사람들은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너 그동안 힘들었지. 잘 견뎌 왔어. 후회와 실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나의 모습인걸.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하고 자신을 다독일 줄 알고, 그 힘으로 또 다른 고비를 넘기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간다._P288

 

○ 말을 바라본다는 것은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는 나 자신에서 출발해야 한다._P291

 

○ 당신이 하는 말이 누군가를 일으키고, 다시 달리게 할 수 있기를. 누군가를 위로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길 응원한다._P306

 

#말그릇 #김윤나 #카시오페아 #내면인지 #말은사람의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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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송명희 지음 / 드림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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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어쩐지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송명희 시인의 소설에 눈이 꽂혔다. 도서명도 간결하다. 〈표〉, Chip이다.

신기한 일은 빨간색으로 ‘심약한 사람은 읽지 마십시오.’라는 표식 때문에 집어 들게 되었다.

종교적인 색채를 분명히 띠고 있지만 내용은 결코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많은 등장인물이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결코 자신의 의지를 꺾이지 않고 사지가 잘려져 불에 태워진다.

어찌 보면 ‘순교’라고 비추어질 수 있지만 어디에도 주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순간 ‘이건 뭐지?’ 의구심이 든다.

요즘 사람들은 영상으로 웬만한 강심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잔인함에 잔향이 남아 아른거린다.

그래서 심약자는 주의하라는 말인가 보다. 만약 아무리 그래도 종교 서적인데 해피엔딩을 기대한다면 작가의 강력한 얼굴 스매싱을 당하게 될 것이다. 작가인 나도 책장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어찌 보면 주님을 거부하고 외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볼 것이 긴 잔향으로 남는다. 그래서 목사님께서 추천하신 모양이다.


 



○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떠날 사람들입니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주님을 만나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테러 사건으로 많은 이들을 주님께로 보내고 앞으로도 주님의 부르심을 입을 것입니다. 주님이 부르시면 우리는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자다가도 가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먼저 가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가는 것입니다. 항상 주님을 도둑맞듯 그렇게 만나는 것보다 기다리다가 주님을 만나 뵙는다면 그 얼마나 큰 기쁨과 영광이겠습니까?_P97

 


#표 

#송명희 

#chip

 #대환난소설 

#짐승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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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를 만났습니다 -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레지던트 성장기
애덤 스턴 지음, 박귀옥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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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를 만났습니다』라는 뉴욕 주립 의대를 마치고 ‘하버드 롱우드 레지던트 프로그램 4년 기간을 담은 이야기다. 사람의 생명을 치료하며 외롭고 고립된 심경을 정신의학과의 수련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머리와 글로써 사랑을 배운 미약한 러브스토리도 읽는 재미를 더 한다.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대한 회의와 자존감을 회복하는 휴머니즘이 강조된 이야기일 것이다.

한 명의 온전한 의사로서 성장하는 레지던트 성장기다.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죽음을 목격하며 겪는 트라우마와 외로움, 슬픔이 나를 반추하게 만든다.

정신과 의사에 대한 여러 도서를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신과 치료가 악마화되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요즘 그들의 내면을 통해 함께 존재하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느껴본다.

다소 지루한 면은 살짝 있지만 인간성 회복이라는 차원의 넓은 의미에 휴머니즘과 감동이 함께 있다.



 

○ “전구 한 개를 갈아 끼우려면 정신과 의사 몇 명이 필요할까요.”

“몇 명인데요?”

“한 명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전구 스스로 교체를 원해야 갈아 끼울 수 있겠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_P81

 

○ “내가 일반의학 과정을 수련할 때 내 스타일인 남자를 발견했어.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 난 그런 일에는 정말 젬병이야.” (…) 나는 이렇게 얼버무렸다. “네가 이성한테 호감 표시하는 데 젬병이라고? 난 너보다 더 심해. 난 그런 거 몰라. 나라도 나한테는 그런 조언을 안 구할래.”_P161

 

○ ‘당신과 함께하다, AS.’_P321

 


#정신과의사를만났습니다 

#애덤스턴 

#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레지트 

#정신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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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ㅣ 시와소금 시인선 109
권순형 지음 / 시와소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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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형 선생님을 직접 뵌 적은 없다. 그리고 사진으로 뵙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약간 권순형 선생님이 이런 모습이었구나.

원주에 시의원이셨고 원주문인협회 지부장, 토요시동인 이신 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집,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이 반가운 이유다.

시인의 시어와 문구가 궁금해졌다.




 

그와 살아온 세월은

강산을 두 번이나 바뀌어 놓고

세 번을 향해 가고 있다

 

파뿌리가 되어 가는 그의 머리카락을 보면

눈시울이 젖는다

 

모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금껏 살아준 고마운 사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누가 그 사람처럼

나를 사랑 할 수 있을까

고백〈전문〉

 

비슷한 동시대 사람이라 그럴까? 아니면 한 마을에서 사신 분이라 그럴까? 시어들이 우리네 삶에 밀착되어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리 대 놓고 사랑한다, 고맙다, 감사하다, 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내면에 잔잔한 울림이 퍼진다. 시인의 애틋한 사랑의 고백이 꼭 전달되길 기원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하고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가 간 길을

한참이나 바라보는 마음

 

자꾸 그가 생각나는 마음

 

조금씩 조금씩

그에게로 기울어

내 마음에 또 한 송이

꽃이 피는 것

사랑 단상·1〈전문〉

 

짧지만, 명확하고 쉬운 언어로 상대에게 하는 사랑 고백이다. 꼭 상대가 알아줄 필요는 없다. 굳이 알아준다면 고맙겠지만 어찌 보면 짝사랑이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시인의 사랑 단상은 짝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시인이 말하는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 시인 진심이, 사랑이 꼭 닿기를 또 바라본다.

 

주인은 떠나고

바람이 모여 산다

뽕나무에

오디가 주렁주렁

그리움인 듯 열리고

 

아기똥풀이

마당 가득 피었다

 

빈집에 털썩 주저 앉아

생의 한나절을 풀었다가

돌아오는 저녁 길

빈집〈전문〉

 

왜 이리 눈물이 나는 걸까? 사람에게 인정을 느낀다면 집에 정을 느낀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럼에도 고향에 비워둔 고향집이 생각에 미친다.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가 ‘이건 내 집이오.’ 공포하고 서류상의 주인은 나라고 우기며, 소송을 걸어왔다. 짧지만 반년 만에 승소했다. 그런데 당연한 이치를 깨닫고 고향집에 무심함과 나의 어린 시절을 튼튼히 키워준 고향집에 미안한 마음이 송골송골 맺혔다.

 

권순형 시인의 시집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은 그리 어렵고 난해한 시집은 아니다. 시인의 시어는 지극히 우리 일상을 관통하고 있다. 도한 시인의 시어들은 욕심이 업소 진솔한 향기가 난다. 꼭 꾸미려고 애쓴 흔적이 남은 화장기 있는 얼굴보다 그냥 수수한 누이의 매끈하고 정감 가는 하나의 이야기다.

그동안 토요시동인과 시인의 정치활동, 원주문인협회장의 활동을 멀리서 지켜보다 이렇게 시집을 만나고 나니 정겨운 이웃이 된 느낌이다. 또한 내 마음이 한결 맑아지고 순수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도 힘차게 걸음을 내디뎌 본다.

 



#당신을기다리는동안 

#권순형 

#시집 

#토요시동인 

#원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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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계절
진분홍 지음 / 좋은땅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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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게 드리워진 회색이 짙어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 앉은 무력감을 읽었다.

세상에는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스스로 문을 열려고, 다음 단계를 넘어가려 애를 썼을 것이다.

 

함께 일하는 직원은 청춘이다. 나는 이미 그 찬란한 청춘을 누리고 마음껏 휘둘렀다.

그런데 자꾸만 청춘에게 꼰대질이다. 어설픈 조언과 미래에 대한, 그리고 청춘을 예찬한다. 쓰레기다.

공허하다. 그건 너 입장이고, 나는 다르다. 내가 이 회색의 문지방을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노력을 안 해봤을까 하는 청춘의 눈빛이 매섭다.

 

나는 오늘 진분홍 작가의 소설 ‘무채색 계절’에서 그 쓸쓸함과 고독의 내음을 맡았다.

어느 때는 그래야 했고, 어느 때는 다른 것들이 온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느냐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찬란한 아침은 반복되고 나무는 새롭게 변화한다.

그러니 어둠과 겨울만 생각하지 말고, 아침과 여름의 풍성함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작가가 영원에게 했듯이 우울의 바다에서 발버둥 쳐보기도 할 테지만 힘을 빼고 흐름에 따라가 보길.

그리고 그 끝에서 발을 딛고 걸어 나오길 기원한다.

더불어 하고 싶은 일이 많고 해보고 싶은 일로 정신이 없어지길 노란 물결을 영원에게 선물한다.

 

○ 놀이터에서 이별을 말했던 그.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가난을 미안해하던 그. 그가 쓰던 비누 냄새가 분명했다. 영원의 눈에서 예열도 없이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다.

눈물의 의미는 그와 함께했던 때가 그리워서가 아니었다. 그가 보여 준 사랑을 벌써 잊었다는 미안함에 더 다가왔다._P61

 

○ - 이런 걸 ‘지친다’라고 하는 걸까? 내가 꼭 지우개가 된 것 같아. 반듯한 모양이었는데 할 일을 마칠 때마다 자꾸만 닳아 없어지는 것 같거든…_P139

 

○ - 적게 가진 게 가난이겠냐… 너처럼 분수보다 많은 걸 바라는 게 가난이겠지…._P165

 

○ 영원은 늦게서야 깨달았다. 우울의 바다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그저 힘을 빼고 물결의 흐름에 따라 쓸려 가는 것이라는 걸. 그러다 발이 바닥에 닿으면 그때 차고 올라오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스스로 다독이며 시간을 오랫동안 짓무른 상처를 아물게 했다. P188

 


#무채색계절 #진분홍 #단편소설 #좋은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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