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페디큐어
최세운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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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페디큐어_최세운

 

어찌어찌하여 최세운의 시집 페디규어열 권이 내 손에 왔다. 문우에게 선물을 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최소한 내가 먼저 읽어 보고 전해주어야 예의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맛은 쓴지, 단지, 무맛인지. 그래야 전해주며 무슨 말이라도 할 것이 아닌가.

 

최세운의 시집 페디규어은 고약하다. 악취가 난다. 끝맛이 씁쓸하다.

내가 이런 평을 하는 이유는 이 시집을 들고 끝까지 읽어낼, 의미를 찾아낼 용의가 있다면 말이다.

나는 웬만하면 적어도 한 권 책을, 시집이 되었든 끝까지 읽는 편이다.

몇 페이지를 읽고 참 특이한 시네.’ 했다. 그래도 용기를 갖고, 이내 용기는 오만을 불러일으켰다.

약이 올랐다. 적어도 시인이 무슨 말은 해야 했다. 적어도 하루를 꼬박 투자한 독자에게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중간쯤 되어 책을 덮고 끝을 펼쳤다. 왜냐하면 시집의 끝 부분엔 작품 해설이 있기 때문이다. 임지훈 문학평론가가 해설을 담당했다.

지금 아래의 두 개의 단이 작품 해설에서 요지를 추려냈다.

결론은 임지훈 문학평론가도 혀를 내두른다. 문구, 문장 하나하나를 훑고, 맛을 보았다. 열 번을 읽었다. 원래 평론가들이 말하는 해설은 적어도 맛에 대한 평가가 있기에. 그가 전한 맛은 고약하다이다. 사실 이 말은 해설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심전심이라는 것을.

 

최세운의 시집 페디규어은 참으로 위험하고 고단한 시어를 갖고 있다. 특히 반복의 힘을 빌려 독자의 힘을 빼고, 중반 이후에는 힘을 빼는 것을 넘어 영혼을 갉아먹는다. 나는 바닥나고 배신당한 인내심을 다독이며 생각했다. 세상엔 이런 류 시도 있구나.

도한 세상에는 예쁜 꽃도 있지만 못난 꽃도 있음을. 그래서 그것이 숲을 이루고 산을 이룬다는 사실을 꼭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저러나 문우들께 이 시집을 짧고 강력하게 소개하며 선물을 굳은 마음으로 전해야 할 텐데.

살짝 겁은 나지만, 세상사, 이런 날도 잇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다. 굳이 내가 이런 말하는 이유는 시인에게 같은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세운의 시집 페디규어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통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마련된 객관의 지평 위에서 다시 한번 주관으로 세계를 끄집어내야 한다. 쇠락하고 퇴락한 세계속에서 마찬가지로 쇠락하고 퇴락한 주체의 상을 마련하는 것이다. 등장하는 객관과 주관의 대비 속에서, 주체 또한 세계와 마찬가지로 쇠락하고 퇴락하였다는 그 동일성을 발견하는 것이 최세운의 세계를 여는 첫 과정이다._P136

 

▷ 〈페디규어는 세계를 무너뜨린다. 단지 그것뿐이다. 다만 그것이 중요하다. 진실로 실패한다는 것이. 그러니 함께, 실패하자, 철저하게, 무능하게, 비관적이게, 어떤 희망도 없이._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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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출간10주년 개정판 야생초 편지 1
황대권 글.그림 / 도솔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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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_황대권


내 나이 삼십 대 초반에 MBC 느낌표에 ! ! ! 책을 읽읍시다.’에 책에 부흥을 끌어내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다시 삼십 년을 두고 내 눈앞에 허니 나타난 책이다.

그러니 반가운 마음에 다시 정독하게 되었다. 꼭 시간을 서둘러 볼 필요가 없었기에 차근차근 보게 되었다.

만약 인생에 시간이 주어진다면, 적어도 그럴 계획을 품고 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향에 내려가 2~3년 고향 산천을 글로 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중에는 대부분 야생초, 즉 들풀이 존재한다.

야초는 때때로 돈이 되었고 먹거리가 되었으며 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 중인데. 기회가 된다면 이란 조건을 내 달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일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황대권 선생님의 일만 봐도 그러하다. 소위 말하는 간첩’, ‘빨갱이다라는 죄명으로 감빤 생활을 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래서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는 것이련만. 그러나 역지사지하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 멀쩡한 사람을 간첩, 빨갱이로 몰아 무기징역으로 감방에, 그것도 독방에 가두어 놓으면.

우리가 그런 세상에 살았다. 적어도 같은 하늘에 두고 같은 지역에서 벽을 하나 두고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나도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신원이 복권되셨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후 기사를 통해 최근의 모습을 뵈니 사람이 야생초 같다는 생각을 무심히 했다. 황대권 선생의 건강과 무탈을 기원한다.




 

하루는 시어미가 밭을 매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 근처에 주저앉아 일을 보았겠다. 일을 마치고 뒷마무리하려고 옆에 뻗어 나 있는 애호박잎을 덥석 잡아 뜯었는데, 아얏!하고

따가워서 손을 펴 보니 이와 같이 생긴 놈이 호박잎과 함께 잡힌 게야. 뒤처리를 다 끝낸 시어미가 속으로 꿍얼거리며 하는 말이 저놈의 풀이 꼴 보기 싫은 며느리 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하필이면.” 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상리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네그려._P34

 

다도의 형식과 조건을 갖출 수 없는 곳에서라도 성과 정으로써 다도를 즐길 수 있노라고. 이런 말이 있다. 배고픔이야말로 최고의 식욕이라는. 거친 음식일지라도 정갈치 못한 물과 재료로 끊임 차일지라도 갈급한 자에겐 그것이 최고의 차인 걸 어쩌리!_P66

 

오늘은 이놈을 보고 있다가 문득 우리 재소 형제들의 처지가 이와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전과자라고 찍히면 생전 꽃 한 번 피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가서 짤리고 짤리고 하는 것이 너무도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 사회로부터 아주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둠의 자식들이 되어 땅속에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러다가 여건만 맞으면 언제라도 밝은 세상으로 비집고 나오는 것이다._P229

 

잡초를 한자로 풀면 잡스러운 풀이 됩니다. 학술서적을 뒤져 보면 영어로의 정의가 수십 가지가 나와요.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의를 한두 가지 들어보면, ‘원치 않는 장소에 난 모든 풀들’, 또는 잘못된 자리에 난 잘못된 풀데게 이렇습니다. 이것은 풀에 대한 철저히 인간 중심주의적 정의입니다._P264

 

이상적인 잡초는 쓸데없이 크고, 생장 속도가 빠르고, 못생겼고, 쓸모가 없고, 끌이 없고, 야생적 가치가 없고, 숫자가 많고, 쉽게 번식하고, 맛이 없고, 가시가 많고,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독성이 있고, 역겨운 냄새를 내고, 잎이 금방 무성해지고, 재배하기 까다롭고, 제초제에 내성이 강하고, 뿌리가 울퉁불퉁하다.” 하여간 잡초에다 나쁜 말은 다 갖다 붙였어요. 이렇게 잡초에다 나쁜 말을 다 갖다 붙이고, 잡초는 싹 죽여 버리고, 그 자리에 희멀건 야채만 키워 먹었어요. 이것이 오늘날의 농업이에요.() 그래서 저는 잡초라는 말을 안 씁니다. 대신에 저는 야초(野草)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_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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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 보호받지 못한 이들에 대하여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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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14 장편소설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_모먼트



정말 우연한 일이었다. ‘노숙자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먼트 작가의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딱 맞아떨어진다는 말인가.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승전결과 반전에 반전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언제나 마찬가지지만 쓰기 시작했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즉 마음만 갖고 열정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게 작가의 숙명인 셈이다.

계획대로 틈틈이 사색의 시간을 갖고 모먼트 작가의 장편소설을 읽었다.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바로 모먼트 작가께서 옆에서 함께 해주고 심지어 조언까지 해준다는 상상을 했다.

놀라운 일이다. 보름 넘게 자료조사를 하고 공부를 했는데 부족한 게, 이야기의 허점에 구멍이 숭숭 보였다.

근데. 그런데 내게도 이런 조언자 같은 행운이 있다니. 내겐 독서의 시간이 흥분하게 만들었다.

 

모먼트 작가의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는 법으로 소외당한 사람들, 고통받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듣고 함께 공감하며 일을 풀어가는 다양한 사례를 소설로 풀어낸 이야기다.

적어도 사례가 열 가지 이상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또다시 뭉쳐져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해결해 간다.

문득 작가의 전적이 궁금했다. 네이버 검색했다. ~ 브런치 작가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등단 시인, 출간 자가였다. 반갑다. 몹시.

이제야, 장편소설의 사례와 이야기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보통 이 정도의 이야기는 자료조사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겼다. 여하튼 이 자리를 빌어 도움에 감사함을 전한다.

굳이 이럴 것이다.’라는 편견과 선입감을 버리고 글 쓰는 작가를 포함해 일반 독자도 꼭 읽어 보시길 권한다. 작가 모먼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그 속에 있는 따듯한 온기를 함께 느껴보길 강권한다.





감옥이 아니라 마치 교도소같았다. 아이들을 교화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했지만, 내 눈에는 감옥과 다르지 않았다. 수용동 복도를 지나 스쳐 지나간 아이들의 눈빛엔 서늘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 무표정, 혹은 지나치게 날카로운 표정. (소년원을 방문한 김지안)_P25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세상은 때때로 의도 없는 행동에 가장 가혹한 처벌을 내린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_P38

 

한 번의 범죄가 평생의 낙인이 되는 세상에서, 아이는 다시 보통의 사람이 되고 싫어했을 것이다._P44

 

아동복지법은 보호 대상 아동의 연령이 만 18세에 이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절차에 따라 보호조치를 종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 퇴소와 함께 아동에게는 자립정착금 500만 원과 최대 간 월 30만 원의 일정 기간 지급되는 자립 수당을 받았다. 그러나 삶을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_P68

 

그들이 겪은 아픔을 통해 더욱 강해졌고,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변화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쳤다. 그들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었다._P185

 

사회복지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이 아니라,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제도 언어로 번역하는 실천이었다. () 기록의 유실은 인간의 존엄이 사라지는 지점이며, 복지의 실천은 그 존엄을 복원하는 일이었다. _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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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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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_신경숙

 

마음이 뭉클했다. 마음이 답답해졌다. 어느새 신경숙 작가의 페이스에 말린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아내의 얼굴과 오버랩 되었다.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서울역 지하철에서 노부부가 아내를 잃어버리면서 발생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근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꼭 내 이야기, 내 미래의 이야기 같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절여왔다.

부모 관점에서 풍족하지 않은 현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이 행복했노라고 자식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한다. 나도 그렇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고향에 일이 년 머물며 고향 산천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실 이미 많은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이기는 하다.

이 소설은 아버지와 어머니, 성장한 자식 간의 심리묘사와 기억을 재소환해서 각자의 입장에서 아내와 엄마를 기억하려 애쓴다.

그 속에서 아내와 엄마의 존재에 대한 심층적인 사실들을 인식하고 소중함에 대한 일깨워 간다.

그리고 아내,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소중한지. 알게 된다. 사실 내가 그랬다. 이건 내 이야기라고.

소설이라 만만하게 보다가 마음이 복받쳐 일주일 내내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이미 떠나신 엄마를 심층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신경숙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끝이 보여야 말이지. 그래두 농사일은 봄에 씨앗 뿌리믄 가을에 거두잖여. 시금치를 뿌린 곳에선 시금치가 나고 옥수수씨를 뿌린 디선 옥수수가 나고…… 한디 그놈의 부엌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야. 아침밥 먹음 곧 점심때고 또 금세 저녁때고 날 밝으면 또 아침이고…… 반찬이라도 뭐 다른 것을 만들 여유가 있음 덜했것는디 밭에 심은 것이 똑같으니 맨 그 나물에 그 반찬. 그걸 끝도 없이 해대고 있으니 화딱증이 날 때가 있었지. 부엌이 감옥 같을 때는 장독대에 나가 못생긴 독 뚜껑을 하나 골라서 담벼락을 향해 힘껏 내던졌단다. 내가 그랬다는 것을 니 고모는 모른다. 알면 미친년이라고 하지 않았겄냐, 멀쩡한 독 뚜껑을 집어던지곤 했으니. 너의 엄마는 이삼일 안에 새 뚜껑을 구해다가 독을 덮어 놓았다고 했다._P74

 

그는 검사가 되지 못했다. 엄마는 그에게 니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것이 엄마의 꿈이기도 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청년 시절에 꾼 꿈을 이루지 못한 그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가 엄마의 꿈을 좌절시킨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는 일평생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한 게 엄마 자신이라고 여기며 살았다는 것을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_P136

 

아내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기 전까지 당신에게 아내는 형철 엄마였다. 아내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당신에게 형철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였다. 베어지거나 뽑히기 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줄 모르는 나무. 형철 엄마를 잃어버리고 당신은 형철 엄마가 아니라 아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잊고 지낸 아내가 당신의 마음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을 만질 수 있는 것처럼 육감적으로 다가왔다._P149

 

감은 금방 열린다. 칠십 년도 금방 가버리더라.” 그래도 가져가지 않으려는 나에게 엄마가 또 그랬지. “나 죽고 없으면 감 따 먹으며 내 생각하라는 뜻이여.”._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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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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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을 다니는 딸이 공지영의 산문을 다 읽었다며 집에 놓고 갔다. 이제 순서가 되어 책을 집어 들었다.

산책하며 매번 로사리오 기도를 드리는데, 그리스도에 대해 선명함을 안겨주는 산문이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매번 걸음에 맞추어 묵상하는 데 명화들이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뿐이었다.

마침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공지영 작가의 산문이 단순한 유명 그림에 친절히 설명을 곁들인 큐레이터 역할을 받는 느낌이었다. 이것 또한 하나의 은사이리라.

꼭 종교적 믿음을 떠나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성모 마리아의 삶을 통해 우리를 반추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종교적인 신념이 나은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에 관한 생각을 깊게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예루살렘에 대한 구체적이고 복잡한 속사정을 엿볼 좋은 기회가 되었다.

더불어 종교적으로 평화를 주창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상징의 그곳에 정작 평화만 빼고 다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종교적 신념으로 포장한 적의를 가지고 사람의 목숨을 하루에서 앗아가는 현실이 무엇인가 이율배반적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타인이 도움이 되지 않고 힘이 있으면 마음대로 사람을 죽이고 빼앗고 이익을 탐하는 세상. 그들은 정녕 두렵지 않은 것일까. 오늘도 그곳 인근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다.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도 팩트는 휴전 국가이다. 언제든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 이유로 공지영의 산문이 살짝 혼란스럽고 조금은 선명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공지영 작가와 동거 중인 동백의 인연과 크고 작은 사건들을 들으며 작가의 길고 긴 산문의 여운을 생각한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소소한 정보를 다시 읽고 묵상에 풍부한 영감을 얻는 계기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누군가 이 도서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적어도 내가 느낀 여운이 함께하길 소망한다.

 

언어의 독화살을 피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약간 더 행복했다. 다시 글을 쓴다면 정말 쓰고 싶어서, 생계가 아니라 정말 그러고 싶어서 쓰고 싶었다._P26

 

그때 나는 알았다. 새것이 오기 전에 옛것을 반드시 버려야 하는 때가 있는데 이 버리는 데도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만두고 포기하는 것, 멀리 보내고 이별을 해내는 것도 힘이 있어서라는 것을.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제가 이루어낸 과거의 꽃 같은 영화로움이든._P34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의 위치와 고도였다. 예루살렘은 해발고도 800미터, 사해는 430미터이다. 예루살렘에서 사해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이니 그 가파름이 새삼 놀라웠다. 예루살렘을 조금 더 지나 유다 산지에서 사해까지는 직선거리로 20~24킬로미터인데 고도 1,200미터를 내려오는 여정이었던 것이다. 이건 대관령을 지나 강릉으로 내려가는 길보다 더 가팔랐다._P88

 

자기를 알아봐 준다는 것, 이름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_P97

 

그때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고 전해진 마리아. 그녀는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채 임신하면 심한 경우 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천사의 예고에 라고 대답했다.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용기인데,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소식을 들은 마리아가 자신의 약혼자인 요셉에게 알리지도 않고 사촌 언니인 엘리사벳을 보러 먼 길을 떠났다는 것이다. () 마리아는 정말로 먼 길을 왔다. 자동차로 두 시간, 직선거리로 140키로미터이다._P112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인간은 이상하게도 남이 나로 인해 행복해지면 덩달아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니던가._P117

그 벽, 통곡의 벽이었다. 지금은 서쪽 벽이라고도 불리는 이 벽은 유대인이나 유대교에 관한 기사에서 사람들이 붙들고 바라보고 있는 바로 그 벽이다. () 이곳은 유대인들의 전통상 남자와 여자가 기도하는 곳이 구분되어 있었고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우리가 보는 벽은 그 높이가 약 18미터, 길이가 80미터이지만, 그 아래로 커다란 돌의 단이 지하로 17단이나 더 들어가 있다고 한다. () 통곡의 벽은 이 성전이 두 번째로 지어진 후에 다시 파괴되어 버릴 때 유일하게 남은 그 한 조각이다. () 예언한 대로 로마인들은 서기 70년경 유대인의 반란을 진압하여 이 성전을 완전히 파괴했다. 완전히 파괴하는 데 5개월이 걸렸다고 하니 성의 규모가 어떠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_P159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결국 이렇게,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통 말이다. 변화는 그렇게나 어렵다. ()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틀이 이젠 작아지고 맞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한낱 미물이라고 여기는 매미도 허물을 벗어야 더 큰 성충이 된다. 매미는 그 허물을 벗기 전 제 껍질을 키우면서 그것을 벗어 던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겨우겨우 얻은 먹이로 그 껍질을 키웠을 것이다. 그래도 매미는 그것을 버린다. 잠시나마 엄청나게 연약한 피부로 모든 위험에 노출된 채로 새로운 껍데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성장은 위험하다. 성장은 일종의 변형이고 변형은 딱딱하고 강한 것에서가 아니라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것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_P198

 

불확실성이야말로 인간의 숙명이자 에너지의 원천일 것이다. 내게도 그것은 참이다. 내 스무 살 때 당신은 세 번 이혼할 것이며, 결혼 생활은 기억도 하기 싫게 불행할 것이며, 성이 다른 세 아이를 두는데 그 아이들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며, 당신은 돈을 좀 벌긴 하지만 당신 손에는 한 번도 쥐어 보지 못할 것이고, 당신의 안티들이 당신이 책을 낼 때마다 따라다니며 악다구니를 쓸 것이다라는 예언을 들었다면 나는 온전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나는 모든 희망을 잃고 글을 쓰려고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가오는 남자란 모두 배척해 버리고, 혹은 사귄다 해도 마음 한구석으로 날마다 이별을 준비했을 것이다. 내가 어렵게 번 돈 같은 것들을 그들이 사업한다고 가져갈 때 절대 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안전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_P268

 

고립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을 닫아걸고 자발적으로 자신을 고립시킨 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절벽 같던 외로움은 창작에의 벼랑길로 변한다. 그녀가 그것을 당하지 않고 택했기 때문이다. 당하면 외로움이고 택하면 고독 아니던가._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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