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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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_신경숙

 

마음이 뭉클했다. 마음이 답답해졌다. 어느새 신경숙 작가의 페이스에 말린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아내의 얼굴과 오버랩 되었다.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서울역 지하철에서 노부부가 아내를 잃어버리면서 발생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근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서 꼭 내 이야기, 내 미래의 이야기 같아 마음 한구석이 계속 절여왔다.

부모 관점에서 풍족하지 않은 현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이 행복했노라고 자식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고향을 그리워한다. 나도 그렇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고향에 일이 년 머물며 고향 산천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실 이미 많은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이기는 하다.

이 소설은 아버지와 어머니, 성장한 자식 간의 심리묘사와 기억을 재소환해서 각자의 입장에서 아내와 엄마를 기억하려 애쓴다.

그 속에서 아내와 엄마의 존재에 대한 심층적인 사실들을 인식하고 소중함에 대한 일깨워 간다.

그리고 아내,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그리고 소중한지. 알게 된다. 사실 내가 그랬다. 이건 내 이야기라고.

소설이라 만만하게 보다가 마음이 복받쳐 일주일 내내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이미 떠나신 엄마를 심층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신경숙 작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끝이 보여야 말이지. 그래두 농사일은 봄에 씨앗 뿌리믄 가을에 거두잖여. 시금치를 뿌린 곳에선 시금치가 나고 옥수수씨를 뿌린 디선 옥수수가 나고…… 한디 그놈의 부엌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야. 아침밥 먹음 곧 점심때고 또 금세 저녁때고 날 밝으면 또 아침이고…… 반찬이라도 뭐 다른 것을 만들 여유가 있음 덜했것는디 밭에 심은 것이 똑같으니 맨 그 나물에 그 반찬. 그걸 끝도 없이 해대고 있으니 화딱증이 날 때가 있었지. 부엌이 감옥 같을 때는 장독대에 나가 못생긴 독 뚜껑을 하나 골라서 담벼락을 향해 힘껏 내던졌단다. 내가 그랬다는 것을 니 고모는 모른다. 알면 미친년이라고 하지 않았겄냐, 멀쩡한 독 뚜껑을 집어던지곤 했으니. 너의 엄마는 이삼일 안에 새 뚜껑을 구해다가 독을 덮어 놓았다고 했다._P74

 

그는 검사가 되지 못했다. 엄마는 그에게 니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것이 엄마의 꿈이기도 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청년 시절에 꾼 꿈을 이루지 못한 그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가 엄마의 꿈을 좌절시킨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는 일평생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한 게 엄마 자신이라고 여기며 살았다는 것을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_P136

 

아내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기 전까지 당신에게 아내는 형철 엄마였다. 아내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당신에게 형철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였다. 베어지거나 뽑히기 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줄 모르는 나무. 형철 엄마를 잃어버리고 당신은 형철 엄마가 아니라 아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잊고 지낸 아내가 당신의 마음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을 만질 수 있는 것처럼 육감적으로 다가왔다._P149

 

감은 금방 열린다. 칠십 년도 금방 가버리더라.” 그래도 가져가지 않으려는 나에게 엄마가 또 그랬지. “나 죽고 없으면 감 따 먹으며 내 생각하라는 뜻이여.”._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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